그러고 보니 잘 기다려줄 수 있다는 것은 내 오만이었다. 30대에는 잘 기다려줬는데 40대가 되니 기다리기가 솔직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허벅지를 꾹꾹 누르면서 막내 옆에서 앉아있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종이접기 하고 있는 아이들 옆에 앉아있을 땐, 그때에는 나는 아이들 옆에서 책을 보고 있지 않는다. 종이접기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북돋워주며 엄마가 으쌰 으쌰 해줘야 하는 순간이 때때로 생긴다. 그 짜증이 날랑 말랑, 포기하고 싶고 집어던지거나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미묘한 타이밍에 불끈 솟아오르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ㅋㅋㅋ 그래서 그 순간 교묘하게 끼어들어 '오구오구 다시 해보자, 엄마가 도와줄까, 이렇게 해보면 어때' 적절한 훈수를 두어야 하기에 나는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구경하고 앉아있다. (구경도 아닌, 참견도 하닌, 관망도 아닌, 주시하고 있으나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되며, 옆에서 눈치껏 이쁜 모습으로 앉아있어야 한다.)
장인 정신으로 한 선 한 선 정성껏 눌러 접어 기가 막힌 각도로 접혀야 하는 인형 접기의 세계에서는 한치의 오차는 곧 짜증 폭발을 건드리는 도화선이 된다.
할핀을 사줬더니 이제는 더 번거로워졌다.
인형접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무료하고 따분하고 지루할수도 있는 작업이기에 내 역할은 침묵속에 간간히 이야기를 유도하는 것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종이접기 시간이 유지되도록 돕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우리 가족의 평화로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종이접기에서 졸업하면 살만하겠다 라고...
인형 접기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3시간이 지난 뒤에야 끝이 났다. 3시간의 집중력이면 1년이면 내가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에세이도 출판한 작가이고, 동화작가이기도 하지만, 나의 또 다른 꿈은 영어회화 책을 쓰는 것이다.
그건 내가 생각할수록 즐거워지는 꿈이다.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꿈같으나, 나는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영어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며 영어 이해의 장애를 갖고 있는 내가(누군가는 국어를 잘하면 영어도 잘한다고 하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국어는 국어고, 영어는 또 다른 언어임이 분명하다. 나는 도무지 영어가 안된다. 영어가)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아닌,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어회화 책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싶고 동화도 계속해서 더 많이 쓰고 싶고, 행복한 강연가도 되고 싶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기에 막 꾸어본다. 이 꿈 저 꿈 그 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