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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Dec 01. 2019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

노트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한....


그리고 또 한 남자...

영화 밖, 현실 속의 남자 ,

하필 내 남자였던 그.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공부라는 것이 참 간절한 꿈이 된다.

그림을 자유롭게 그릴 수 없는 환경에서는, 그림 그리는 일이 가장 원하는 소망이 된다.


글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글 쓰는 일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된다.


방송작가로 일할 때 쓰던 노트북을 결혼 후에도 계속 썼으나, 수명을 다했다.

그 후 남편의 노트북을 썼다, 13년의 결혼생활 동안 노트북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노트북으로 2~3번 갈아탄 것 같다.


그리고 독립 후, '노트북을 반환해달라'는 그의 요구에 따라 얌전히 노트북을 반납했다. (노트북 반환하면 30만 원 준다고 해서 반납했는데 아직 못 받음, 약속대로 30만 원 반환 바람!)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컴퓨터 한 대를 얻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서 내가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면 타자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글이  엉망이 되어 버리고, 오탈자를 고치다 보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들이 앞으로 튕겨나가 버리듯 사라진다.



그러고 나면 오탈자만 남아서 무심하게 껌벅이고 있는 커서를 쳐다보면서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얼마쯤 모아서 노트북을 한 대 사야지, 요즘은 값이 많이 내린 편이라 얼마쯤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시간을 벌어보지만, 모일만하면 큰 아이 수학여행비로 수십만 원 (수학여행비 내야 한다고 연락했건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 수학여행비 조차 모른 척 눈감아버린 당신 잊지 않겠음!), 또 모일만하면 월세를 내야 하고, 또 모일만하면 내야 할 관리비며 세금, 최소한으로 설정한 보험비 내는 날도 따박따박 다가왔다.


요즘 지내다 보니, 돈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세워가고 있다. 단돈 1000원이라도 내가 벌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그런 상황이지만 그래도 내가 벌어서 쓰는 이 상황이 나는 오히려 자유롭다.


첫 아이가 1학년, 둘째가 5살쯤, 셋째가 2살쯤이었나,

셋째는 유모차 태우고, 나는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끌면서 한 손으로는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리고 첫째는 그런 내 옆을 따라 걸었다.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무더운 날이어서, 지열이 올라와 땅이 절절 끓게 느껴졌던 날,

그때 수중에 돈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요구르트 하나 편히 사줄 수가 없었다.


마침 도로에 요구르트 아줌마가 계셨는데... 모든 엄마들이 거기에 멈춰서 아이들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 앞을 세 아이를 데리고 그냥 지나쳤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렇게 더운데 요구르트 하나를 못 사주네... 엄마가 지금은 너무 미안해, 집에 얼른 가서 시원한 물 마시자?"


그러자 첫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괜찮아, 나처럼 해봐, 입을 크게 벌이고 아~, 바람을 마시면 돼. 엄청 시원해."


해맑게 웃는 아이를 따라 나와 둘째 아이도 바람을 마시며 걸었다. 다행히 10여분 뒤 집에 도착해서, 우리는 물을 마시고 시원하게 함께 샤워를 했다.


나는 통장에 돈이 바닥나는 상황이 되면, 항상 그때 그 그림이 떠올랐다.

요구르트 하나 사주지 못해, 바람을 마시게 했지만, 나는 그 추억도 살면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바람을 마시게 하면 문제이지만, 나는 이제 요구르트를 사줄 수는 있는 엄마가 되었으니까.(요구르트 정도야 충치가 문제지, 돈은 문제가 아닌 거지)


이번 달도 돈이 모이나 싶은데, 며칠 뒤 월세를 내야 한다. 내 노트북은 언제쯤 살 수 있을까 계획을 세워본다. 그래도 괜찮다, 다 괜찮다.

이중섭 화가도 종이 살 돈이 없어서 담배 은종이에다 길이길이 빛날 작품을 남기셨으니, 그에 감히 비할 수도 없는 나는, 떠듬떠듬 글을 이렇게라도 쓸 수 있는 것 행복이다.




노트북은 돈 주고 사는 것.

내 힘으로 노트북 사면 행복할 것 같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P.S

요즘 글이 뜸한 이유는, 컴퓨터가 느려서라고 변명을 하기 위해 쓰는 글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한 뒤에 쓰는 편지, <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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