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Nov 24. 2019

어른들을 위한 동화 <내 이름은 똥파리>

나는 앞을 잘 보지 못하는 파리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똥파리라고 부르지요.
사실은 내가 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냄새가 나서 찾아갈 뿐이었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똥이 아니에요.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아주 많아요.
해가 어떻게 뜨고 지는지
하늘은 어떤 색깔인지
나무는 어떤 색깔인지
바다는 무슨 색깔인지
모든 게 궁금하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세상 모든 것이에요.
그런데 나는 앞을 잘 보지 못해요.
그래서 걸핏하면 쿵! 쿵! 하고 부딪치죠.

그럴 때 나는 가만히 웅크리고
눈을 감아요.
바람을 느껴봐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죠...




그런데 가만히...
나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졌어요.
“너는 어쩜 이렇게 귀여운 날개를 가졌구나... 얼마나 좋으니?
마음껏 날 수 있으니... “

“누구세요?”


“나는 늙은 무당벌레란다. 내 날개는 찢어지고 힘이 없어서 더 이상 날 수 없어. ”

“저는 앞을 보지 못하는걸요...
제가 가보고 싶은 곳엔 갈 수도 없어요."

“그럼 네가 나를 태워주겠니?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지 않을까?"

“정말요? 그럼 제 등에 어서 타세요. 제가 하늘을 날게 해 드릴게요.”

이렇게 나는 무당벌레 할머니를 등에 태우고 하늘을 날아보기로 했어요.




“무당벌레 할머니, 여긴 무엇이 보여요?”



“여긴 저 아래에 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단다. 정말 눈이 부시게 파랗구나.”



나는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귀로 들을 수는 있어요.
시원한 바다 냄새를 맡을 수도 있지요.



“무당벌레 할머니, 여긴 무엇이 보여요?”




“여긴 저 아래에 푸른 산이 끝없이 이어져 있단다. 정말 푸르구나.”




나는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귀로 들을 수는 있어요.
산새들 노래하는 소리,
향긋한 꽃냄새도 맡을 수 있지요.




“무당벌레 할머니, 여긴 무엇이 보여요?”




“지금 하늘은 온통 붉은 노을로 가득 차있어, 정말 신비롭구나.”

나는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귀로 들을 수는 있어요.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
굴뚝에 피어오르는 밥 짓는 냄새를 맡을 수도 있지요.



“무당벌레 할머니, 여긴 무엇이 보여요?”



“지금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차있어, 정말 아름답구나.”

나는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귀로 들을 수는 있어요.
이불 부스럭거리는 소리,
아기의 우유 냄새를 맡을 수도 있지요



“무당벌레 할머니, 지금은 무엇이 보여요?”

“지금 너의 눈빛은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있어. 정말 아름답구나.”



작가의 이전글 그동안의 안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