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지금의 글쓰기는 글쓰기 자체의 행위이자 나의 재활치료이기도 하다.
좌뇌 언어영역 부분에 뇌경색이 왔고 드문드문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어떤 표현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서 음... 음... 하다가 말 때가 있다.
나의 뇌는 현재 선수 교체 중이다.
글쓰기는 나의 뇌가 선수 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활치료이며, 내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너무나 말을 잘한다고, 농담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일상적인 말을 큰 차이 없이 잘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는 지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 1-2분 남짓한 잠깐의 회진 시간 동안 내 상태에 대해 듣는 것과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에는 너무나 촉박하고 성에 차지 않아서 틈틈이 나는 뇌경색에 대한 공부를 했다. 유튜브라는 좋은 매체가 있어서... 유튜브에는 국내 수많은 의사들께서 뇌경색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정보가 많이 있었기에... 궁금한 것은 많이 찾아보려 애썼다. (물론 그 이전에 '핸드폰으로 유튜브 봐도 돼요? 책 봐도 돼요?라고 진료의 에게 여쭤봤다, 된다고 하셔서 책도 많이 읽고 뇌경색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했다.)
전문의 설명에 의하면 뇌경색의 후유증은 뇌경색 발병 직후 응급처치가 잘 되면 점점 줄어들고 회복세를 보이면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거의 정지되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즉, 6개월 안에 재활치료를 잘하면 뇌경색으로 인한 불편한 느낌은 거의 가물가물해지고,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운이 좋고 다행인 경우다.
뇌경색 골든타임을 한참 놓치고 응급실에 간 뒤에도 회복세가 빠르고 내가 느끼기에도 좋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되기까지 순간순간 느껴지는 불안한 감정 앞에서 울고 앉았을 시간에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해서 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심했다.
첫 진단을 받은 날, 지인께 전화해서 너무 무섭다고 울었다. 작가이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하필 언어영역에 장애가 온 게, 너무나 드라마틱했고 운명을 원망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알아지는 것이 있었다. 지금의 시련이 아무 이유 없이 내 삶을 지나가게 하면 안 된다고, 이 시련 앞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에게는 세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엄마 노릇을 잘할 수 있으려면 내가 건강해야 했고, 감당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까지 어쩌면 너무나 편안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결코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건강면에서 나는 자만했고 안일했고 무책임했다.
그저 재수 좋아서 표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온 셈이다. 뇌경색으로 인한 장애를 겪으면서 내 감각은 조금씩 다른 부분들을 알게 되었고, 나는 뇌경색과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도 노력 중이고, 어지간히 친해진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어떤 면에서 문제없이 해왔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공포란 닥쳐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말에 논리와 정성이 담기고, 상황에 맞게 분별하는 말을 하고, 적당한 문장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글을 쓰고 싶을 땐 쓰고 말을 하고 싶을 때 말을 하는 것은 굉장히 판타스틱하고 드라마틱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못해서 힘든 환자가 내 맞은편 침상에, 내 옆 침상에, 병원 곳곳에 많았다. 내가 있던 곳은 뇌졸중 센터였기 때문에 거의가 뇌출혈 뇌경색 치매 등의 환자였다.
지금까지 아무 불편 없이 해왔던 작업들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혹은 불편함을 느끼는 그런 당혹스러운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절망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뇌세포는 어느 영역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 주변의 뇌세포들이 그 기능을 보완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 주변 혈관이 강화되기도 하고, 충분한 혈액과 산소공급을 위해 혈류가 강화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놀라운 뇌의 신비 앞에서 나는 나의 뇌를 힘껏 응원하고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순간순간 주문을 외웠다.
'나의 뇌야,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이쁘고 사랑스럽고 강하고 훌륭한 뇌야, 너는 네 친구 뇌세포의 기능까지 다 감당할 수 있어, 내가 많이 응원할게.'
그러다 보니 혼자서 많이 웃게 되었다. 하루 종일 친구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항상 방실방실 웃고 있어서 다른 분들은 내가 병원에 왜 있는 건지 궁금해하셨다. 어디가 아픈 거냐고 하셨다. 뇌경색이라고 했더니 더 놀라셨다. 그만큼 빠른 회복과 복원력을 보이고 있었다.
나의 뇌는 지금 선수 교체 중이다.
지금까지 나의 필드에서 나의 뇌세포 선수들이 열심히 전력을 다해 질주해왔고 이제 브레이크 타임 중에 박수와 격려까지 받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제대로 뛰어볼 참이다. 다음 선수 입장! 더 큰 박수와 함성소리에 뇌세포들이 꿈틀대는 것을 느끼며... 나도 더 크게 응원할 것이다.
나의 필드는 아직도 전반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