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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에게서 보는 것이 어째서 불행인 거죠?

나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by 아인잠

결혼하면 보이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런데 이별하면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내가 정말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것.


터널을 나오는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교도소에서 출소해서 보는 세상과 다름없었다.

어쩌면 동화의 라푼젤처럼 성 밖으로 처음 나온 듯한 느낌인지도.


쇼생크 탈출만큼이나 힘들고 고단했던 독립까지의 여정이 나오고 보니 참 좋았다.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대견히 여겨주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못했지만, 너는 했기에 축하하고

나는 못하지만 너는 하고 있기에 멋있고

나는 안 할 것 같지만 너는 해나갈 것이기에 응원을 보내주는 지인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예전보다 남의 눈을 '확실히' 의식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외면하고 있다.


보이기 위해 살아갈 만큼 내가 그리 한가하지 못하고 보여주기 위해 살아갈 만큼 내가 그리 여유롭지 못해서 나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며칠 전 근처까지 나를 보기 위해 찾아와 주신 손님을 만나러 갔다. 나를 보시고는 어쩜 이렇게 때 묻지 않고 어여쁘냐고 하셨다. 책 내용을 보면 산전수전 다 겪어서 지칠 때로 지치고 상한 내 모습을 상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피부미인이고 동안이며 심지어 밝고 상냥하기까지 하다.


그럼 여기서 의문은.


'아니 그런데 왜...(그렇게 사셨어요? 사랑받지 못한 사람처럼?)'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이 시점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사랑받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지금이라도 어쩌면 그는 여전히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내가 돌아간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없다.

그와 나는 결혼한 이후 지독히도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같다. 그가 나를 기다리는 방법이 양육비, 생활비를 주지 않고, 돈으로 나를 옭아매는 것이라면, 나는 절대 그에게 돈문제로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내 꿈은 자수성가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이다. 얼마나 폼나고 멋진 일인지. 독립을 했으면 그 정도는 꿈꿔봐도 되는 것 아닌가. 허황되고 우스워보이지 않도록 나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내 삶이 지금 나는 좋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독립해서 나와 살고 보니, 새삼스레 내가 알아지는 게 있다.


내가 그와 힘든 가운데 13년이란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친한 친구와도 자주 연락하지 않고 심지어 친정부모님께도 연락하지 않는다.

나의 무심함이나 바쁜 생활을 유일하게 닦달하지 않고 '믿고 지켜봐 주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남편이 나와 살면서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하고, 어디냐 뭐하냐 언제 오냐 언제 가냐 뭐했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했으면, 아마도 내 독립시기는 더 당겨졌으리라.


나는 구속받는 것을 싫어한다. 구속하면 뛰쳐나가고 절대 그 손아귀에 잡혀주지 않는다.


뭐가 그리 걱정되는지 걱정스럽고 무거운 마음으로 내키면 연락해서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말한다.

내 걱정은 하지말고 네 걱정이나 하라고.

나에게서 불행을 보지말고

나에게서 애써 너의 행복을 비교해찾지말고.

각자의 행복과 삶은 셀프로 안고가자고.

너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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