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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Dec 24. 2019

뇌경색 환자의 언어테스트 방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그날부터. 뇌졸중 치료센터 병동에서는 매일 밤낮으로 간호사들이 환자의 상태 파악을 위해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주사와 약을 전달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뇌경색의 증상이 재발했거나 악화되는지를 살피기 위해서 간호사는 환자를 살피면서 본인의 이름, 날짜, 나이 등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혹여라도 주사나 약물이 바뀌지 않도록 매번 환자의 이름을 확인해서 물어본다.


뇌경색 환자의 현재 진행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시행하는 몇 가지 테스트가 있다.


#앞으로 나란히 해서 10초 유지하기.

(뇌경색이 악화될 경우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 팔이 스르르 내려간다.)


#누운 자세로 두 발을 올려 10초 유지하기.

(팔과 마찬가지로, 뇌경색이 악화될 경우 한쪽 발이 스르르 내려간다.)


#언어테스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연필, 곳간, 우리 집, 필릴리 필릴리



발음과 받침, 연음, 어미 등을 살펴서 언어장애가 있는지 유무를 파악하고 문제가 느껴지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럭저럭 잘 따라 했다. 문제는 시키는 말은 집중해서 따라 하기에 괜찮았는데 내가 필요한 말을 하려면 그렇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말하는 중에 '내가 방금 뭐라고 말했어요?'라고 자주 물었다. 말이 길어지면 다음 할 말도 엉켜버리고, 방금 한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연결이 안 되었다. 그런 시간이 오래지 않아서 호전되었지만 순간순간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림카드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게 할 때에도 나는 생각이 안 나서 내 맘대로 창작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재활치료사님이 웃으면서 "와~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요, 정말 재미있네요"라고 하셨다.

내가 갈 때마다 나와 눈을 맞추고, 밝게 웃어주시는 예쁜 재활치료사님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볼 때마다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문득문득 울먹할 것 같으면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렇~죠! 그렇게 하시면 돼요,

노력한 만큼 기능은 회복돼요, 잘하시고 계세요"하고 응원해주셨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그분들의 표정과 말,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고 얼마나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노력하고 계신지를 느낄 수 있었다. 늘 힘든 표정으로 나아오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매일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환자를 살리는 또 다른 의인이 재활치료센터에도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력한 만큼 회복하실 수 있어요, 잘하시고 계세요"

그 말은 지금도 내 귀에 남아있다.


사람의 몸이 놀라운 점은, 바른 노력을 꾸준히 되풀이해서 하면, 세포가 바르게 되고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아주 정밀하고 정교한 기계 같지만 기계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의 몸에는 기적이 작용하고, 누군가의 태도는 다른 사람을 살리게도 만든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게 만드는 재활치료는 그런 면에서 희망적이다. 체념하고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을 구덩이에서 꺼내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심어줄 수도 있는 곳, 그것이 내가 겪은 재활치료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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