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의 언어테스트 방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그날부터. 뇌졸중 치료센터 병동에서는 매일 밤낮으로 간호사들이 환자의 상태 파악을 위해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주사와 약을 전달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뇌경색의 증상이 재발했거나 악화되는지를 살피기 위해서 간호사는 환자를 살피면서 본인의 이름, 날짜, 나이 등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혹여라도 주사나 약물이 바뀌지 않도록 매번 환자의 이름을 확인해서 물어본다.
뇌경색 환자의 현재 진행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시행하는 몇 가지 테스트가 있다.
#앞으로 나란히 해서 10초 유지하기.
(뇌경색이 악화될 경우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 팔이 스르르 내려간다.)
#누운 자세로 두 발을 올려 10초 유지하기.
(팔과 마찬가지로, 뇌경색이 악화될 경우 한쪽 발이 스르르 내려간다.)
#언어테스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연필, 곳간, 우리 집, 필릴리 필릴리
발음과 받침, 연음, 어미 등을 살펴서 언어장애가 있는지 유무를 파악하고 문제가 느껴지면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럭저럭 잘 따라 했다. 문제는 시키는 말은 집중해서 따라 하기에 괜찮았는데 내가 필요한 말을 하려면 그렇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말하는 중에 '내가 방금 뭐라고 말했어요?'라고 자주 물었다. 말이 길어지면 다음 할 말도 엉켜버리고, 방금 한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연결이 안 되었다. 그런 시간이 오래지 않아서 호전되었지만 순간순간 느꼈던 당혹스러움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림카드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게 할 때에도 나는 생각이 안 나서 내 맘대로 창작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재활치료사님이 웃으면서 "와~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요, 정말 재미있네요"라고 하셨다.
내가 갈 때마다 나와 눈을 맞추고, 밝게 웃어주시는 예쁜 재활치료사님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볼 때마다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문득문득 울먹할 것 같으면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렇~죠! 그렇게 하시면 돼요,
노력한 만큼 기능은 회복돼요, 잘하시고 계세요"하고 응원해주셨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그분들의 표정과 말,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고 얼마나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노력하고 계신지를 느낄 수 있었다. 늘 힘든 표정으로 나아오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매일 그런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환자를 살리는 또 다른 의인이 재활치료센터에도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력한 만큼 회복하실 수 있어요, 잘하시고 계세요"
그 말은 지금도 내 귀에 남아있다.
사람의 몸이 놀라운 점은, 바른 노력을 꾸준히 되풀이해서 하면, 세포가 바르게 되고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아주 정밀하고 정교한 기계 같지만 기계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의 몸에는 기적이 작용하고, 누군가의 태도는 다른 사람을 살리게도 만든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게 만드는 재활치료는 그런 면에서 희망적이다. 체념하고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을 구덩이에서 꺼내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심어줄 수도 있는 곳, 그것이 내가 겪은 재활치료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