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어요> 책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고 좋아했고, 나 역시 이 책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하늘을 날고 싶어진 뽀로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갖은 방법으로 하늘을 날아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땅에 처박히는 수난을 겪었다.
그때, 언제 어디서나 아빠미소 엄마미소를 짓고 나타나는 포비가 뽀로로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했다.
바다 앞으로 뽀로로를 데려간 포비는 그곳에서 바다를 향해 뛰어보라고 말한다.
걱정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심도 시킨다. '뽀로로라면 괜찮을 거라고'.
바닷속으로 힘차게 뛰어내린 뽀로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풍덩! 하지만 이번에도 바다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뽀로로는 바닷속을 맘껏 헤엄칠 수 있어 행복해졌어요. 비록 하늘을 날 수는 없었지만요."
책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문장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끝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책의 글귀를 제대로 읽어준 적은 없다. 책에 이렇게 표현된 부분을 나는 살짝 바꿔서 읽어주었다. 아이에게 말과 글이 어떻게 전달되냐에 따라서 느낌은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풍~덩!"
뽀로로는 바다에 빠지고 말았어요.
비록 하늘을 날 순 없지만, 바닷속을 마음껏 헤엄칠 수 있어서 뽀로로는 행복했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자신의 바다를 마음껏 유영할 수 있게 해주는 일 아닐까.
하늘을 날 수 없다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껏 팔다리를 휘저어 헤엄칠 수 있도록, 바다 아래의 아름다운 풍광 속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그래서 여태 갖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막내가 아직 7살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예전 그림책을 읽으면서 추억하는 시간을 최대한 오래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꼭 하늘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꿈은 바다에서, 강에서, 숲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산이, 강이, 바다가 친구였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꿈이 자라나는 동안 소중한 기억들이 자라날 꿈의 영역을 지켜주고 싶다.
브런치에 첫째 아이의 그림을 소개하고 둘째, 셋째의 재능에 대해서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자라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미 자신의 소질과 재능, 꿈과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렇게 엄마를 통해서라도 아이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둘째, 셋째는 한창 놀고먹고 재미있게 지내면서 앞으로 원하는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아직 유치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 벌써부터 영재로 뽑혔느니, 꿈이 스타가 되는 것이니에 대해서 말하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꿈은 영재교육원에 합격하거나,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선택한 삶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로 살아가면서 이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하면 행복할지,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어떤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충분히 고심하고 실패와 눈물도 경험하는 삶 속에서 아이 내면의 바다는 깊어질 거라 생각한다.
뽀로로도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게 되기까지 몇 번이나 실패하고 땅에 처박혔는지 모른다.
하루하루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며,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우리의 꿈에 대해 나누는 일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 지를 몰랐다. 그냥 책이 재미있으니 책을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때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며 지내다가 고등학교 가야 하니 중 3 때 열심히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열심히 책 읽으며 지내다가 고 3 때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고 2 때, 내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생각해야함에 대해 느꼈던 중요한 계기가 된 일이 있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을 마치기 30분 전,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친한 친구를 만났다. 그때 그 친구(당시 옆반 반장)가 화장실 앞 계단에서 잠시 얘기하고 가자고 나를 붙들어 앉히고는 나에게 물었다.
"00아, 너는 꿈이 뭐야?"
'응? 꿈? 글쎄, 나는 글이랑 글자가 너무 좋아서 국문학과를 가고 싶어. 가서 좋아하는 책과 글자를 실컷 공부해보고 싶어.'
"그래? 그러면 그다음 꿈도 꿔봐, 나는 네가 무슨 꿈을 갖고 있는지가 항상 궁금했어,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네가 어떤 꿈을 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꿈을 이루길 바랄게. 너는 어떤 꿈이건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역시 반장!!! 옆 반 학생인 나에게까지 힘과 용기를 주었던 멋진 반장. 지금 그 친구는 당시 친구의 꿈대로 멋진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밤을 새웠다. 내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일단은 대학을 가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문학과를 갔다.
그리고 그 손바닥만 한 꿈처럼, 도서관에 처박혀 열심히 책 읽고 글 쓰고 국어에 대해 공부했다.
국어국문학과 4학년 졸업을 앞둔 즈음, 노을이 지는 학교 교정에 앉아 같은 과 친구가 물었다.
"00아, 너는 꿈이 뭐야?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아... 또 꿈. 대학원을 가서 공부를 더할까, 직장을 다닐까, 어떤 직장이 좋을까)
대답할 마땅한 말을 그때도 찾지 못하고 있었을 때, 마침 교정 안에는 방송반에서 제작하는 교내 방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뛰어들고 싶은 바다를 찾았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 꿈은! 방송작가가 되는 거야, 사람들이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방송을 통해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
내 인생의 첫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아니 졸업식을 하기 전에 이미 방송국에 들어가 작가로 일할 수 있게 되었었다.
누구는 나에게 운이 좋다고 했다. 졸업식을 하기도 전에 이미 꿈을 이룬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도 알았다.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엄청 험난하리란 것을,
글 쓰는 일은 더 큰 일이었다.
나에게 '운'이란, 포비 같은 친구가 있었고, 내가 뛰어들고 싶은 '바다'를 일찍 찾은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포비와 같은 친구가 있길 바란다.
'뽀로로라면 괜찮을 거'라고 알아주고, '바다를 향해 뛰어'보라고 말을 하고, 고민에 함께 고민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따스함을 주는 포비. 뽀로로는 포비로 인해 자신의 바다를 날 수 있었고, 행복을 경험했다. 꿈은 그런 것이다. 나의 꿈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나의 도움으로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고, 우리의 바다가 각양각색의 색깔 물고기로 아름답게 채워지는 것. 내가 생각하는 꿈 속에서는 모두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