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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Mar 02. 2020

글쓰기의 '동굴' 속에 갇혀있진 않나요?

https://brunch.co.kr/@uprayer/232


지난 연말에 브런치에 글쓰기 문우 모집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 올리자마자 바로 어느 분께 문의가 왔었고, 기나긴 이야기 끝에, 나는 그 한 분의 글을 봐드리기로 했고, 브런치의 글은 숨겼었다.

그분 외의 분들은 다행히 신청하지 않으신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을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도 있겠다 싶은 이유에서였다.

(참고로,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려던 찰나, 그분의 가정에 여러 일들이 갑작스럽게 닥쳤다.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듯, 자세한 내막은 올릴 수 없지만, 글을 쓸 타이밍이 아니라 안정을 취하고 몸을 추슬러야 할 때였다.

 그 뒤로 나는 글이라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에게나 글은 언제든 써도 되고, 글로 통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나도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오고 인연이 만들어지는 큰 행복을 경험하고 있지만, 더 아래에, 글의 '동굴'이 있음을 요즘 느끼고 있다.

지인들이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 글에서 멀어지기 시작하고,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말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연락이 뜸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들의 비밀 일기장 속에만 남아있는 자세한 내막이야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글은 '동굴'에서 나와야 할 때, 나오고 싶은 순간에 입구에 비춰 드는 한줄기 바깥 햇살 같은 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쓰기에 대한 열망과 즐거움으로 자신을 급하게 채찍질하면서 몰아가다 보면 '쓰기'에 대한 열망이나 글 자체로 인한 즐거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과 독자수비교게 될 수 있다.
나의 허점을 하나하나 고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윈도쇼핑하듯  지나치면서 그것을 살 수는 없는 '나의 한계'오히려 알아가는데 주력할 수 있다.
자신감은 점점 없어고 어느 순간 돌이 켜봤을 때 글에 대한 초심은 산산이 깨져버렸을 알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글도 글 자체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누군가 글을 이용하려하고 다스리려 한다면, 글도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지 않는다.

글을 사랑하여 읽고(독서), 글과 친해지려 노력하고(쓰고), 글을 아끼고 기억하려는 노력(생각)이 함께 할 때, 글은 조금씩 글쓰는 이에게 다가오고 자신이 가진 모든 힘과 매력을 전해줄 것이다. 먼저, 점검해보면 좋겠다.

글을 왜 쓰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글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솔직하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일때 하나하나 엉킨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천히..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쓰세요.
하나하나  글이 담길 그릇을 깨끗이 쓰다듬고 글에 담을 생각과 정성들로 다져가야 어느 날 한줄기 햇살처럼 생각이 스며들어오고
지고... 나에게서조차 받을 뻔했던 나의 글들이 비로소 세상의 햇빛 속으로 나올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일어나 앉아서, 생각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세요, 그러면 글을 향해 가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될 거예요.

이왕이면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나 나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만들면 더 좋고요.

그래서 저는 브런치에 감사하고 브런치를 사랑해요.

브런치에는 이미 나의 글을 읽어줄 독자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저도 누군가에겐 한 명의 독자이고, 한 명의 친구이니까요.

글의 동굴 속에서 웅크리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고개를 돌려서 이제 동굴 입구 쪽을 보시길 바라요. 그리고 그 틈으로 보이는 햇살에 눈이 적응되면 이제 동굴 안이 아니라 동굴 밖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들 거예요. 동굴 밖에는 기다리는 친구와 독자들이 있을 거고요, 이제는 일어서서 천천히 나오시면 되겠죠.

친애하는 친구, 독자님들이여, 힘을 내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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