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렇게 하는 것이 절대 '정답'은 아님을 아시겠지요, 그저 저 나름대로 습관이 된 방법이니 혹시 참고가 되실까 해서 올려봅니다.
저는 우선 다이어리 맨 앞쪽에 간단하게 만든 표를 붙여놓고 한 해를 시작해요, 책을 읽을 때마다 책 제목을 써넣으면 마치 책장을 가득 채워가는 기쁨이 들고, 즐거운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 하는 게 저는 독서에 대한 의지를 날마다 높이는 방법이 되더라고요. 이 책장을 다 채우고 말리라! 한 칸 한 칸 채워 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다이어리 맨 뒷장에는 그냥 편하게 읽고 싶은 책 제목과 작가명만 적어두어요. 제가 좀 복잡한 걸 싫어하고, 꼼꼼히 챙기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대충 씁니다.
여기에 적어두는 책 제목은 어디서 나오냐면, 독서하는 중에 책에 인용된 책들이 꼭 나오잖아요, 그중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메모해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전자책으로 혹은 구입해서 읽어봅니다.
저는 일반 노트에 필사를 하기도 했지만, 작년부터는 여기저기서 얻는 다이어리가 많아서 다이어리에 바로 필사를 해요, 노트처럼... 요일 일정 다 무시하고 그냥 노트로 씁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마 필사하시는 분들 나름대로 이렇게 하시는 것 같은데요, 쓰면서 나름의 규칙에 따라서 정리를 해요, 나중에 찾아 읽을 때 잘 알아볼 수 있도록이요... 글씨를 갈겨쓰지만, 갈겨써도 자기 글씨는 잘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글씨체에 신경 쓰지 않고 막 씁니다.
# 표시는 연극 대본에서 장면 전환할 때 사용하는 기호인데요,
씬(scene) 넘버 할 때 씬이 #이예요.
저는 누군가 말을 했거나, 다음 문맥으로 전환될 때 #표시를 해서, 메모의 내용이 바뀜을 나타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검정, 빨강, 파랑 등 3색 볼펜을 이용해서 메모를 많이 하시지만, 저는 검은색 볼펜은 저의 일정이나, 일에 대한 메모, 아이디어 구상 등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바쁠 때는 검은색 글자만 훑으면 일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필사는 오직 파랑, 빨강 볼펜만 이용해서 합니다.
그럼 다이어리를 넘기면서 파랑 글자만 찾으면 책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어요. 책을 읽다가 저는 저의 일이나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쓰기 때문에 필사 중간중간 까만 글자가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필사는 파랑, 빨강 볼펜을 이용해서만 기록하는 걸로 정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저의 필사 노하우는 글자는 갈겨쓰고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게 기호를 몇 가지 사용해요.
c.f)는 주로 저에게만 와 닿고 재미있게 읽히는 문장을 쓰고요.
질문은 Q, 대답은 A:로 받아 적어요.
그리고 쓰다가 이해가 안 되거나 생각할 여지가 있는 문장 끝에는? 표를 크게 남겨서 다음에라도 생각할 거리로 남겨놔요.
주황색 형광펜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확 그어버리는 것은 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 한 번 인용한 것이라는 표시예요. 그래서 다음에 글을 쓸 때에 겹치지 않도록 표시해둡니다.
페이지 넘버는 P로 표시해요, 그래서 77P)라는 표현은 책 77P)를 찾아 읽어 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뜻이에요. 필사하긴 하는데 중간중간 이어서 메모하고, 전체 내용을 다시 살펴볼만한 부분은 페이지 넘버를 따로 표시해둡니다. 페이지 넘버가 일일이 없는 것은 그냥 문장 적어둔 것으로 끝이고요. 다음에 필사한 문장만 읽어봐도 충분하다는 뜻이에요.
다들 그러듯이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별표나, 밑줄, 동그라미 등을 이용해서 표시해둡니다.
형광펜에 네모 박스에 밑줄까지 모여있는 부분은 여러 번 읽어보고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이에요, 그냥 필사할 때 중요한 것은 형광펜 하나로 한 번에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쓰고, 형광펜으로 칠하고, 네모 동그라미 표현하고, 밑줄 그으면서 3-5번 까지 반복해서 읽어봐요,
그럼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도 필사를 통해서 여러 번 중요한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되니, 기억에 오래 남고 저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도 쉬워서요.
못 그리는 그림이라도 용감하게 그림이든 도표든 그리면서 이해하려고 나름대로 애써봅니다
별표가 1개부터 5개까지 개수에 따라서도 중요도가 달라져요.
별표, 밑줄, 동그라미가 여러 개 나올수록 중요한 부분이에요.
왼쪽에 세로로 형광펜을 그어놓는 것은 일일이 긴 문장을 다 칠해놓으면 정신 사납고 뭐가 중요한지 모르니까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세로로 형광펜이 있는 부분은 '한가지 주제-내용'이라는 뜻이에요.
필사를 하다 보면 여러 문장이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것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사례가 갑자기 달라지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럴 때 나름 분류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바쁠때는 세로로 줄그어진 형광펜 부분만 찾아도 여러 내용을 살펴볼 수 있어요.
책 제목 옆에는 새로 시작하는 쪽머리 마다 항상 숫자와 날짜를 적어둡니다.
보통 책 한 권당 적게는 5쪽, 많게는 10쪽 정도, 보통 10쪽 전후로 필사하며 정리가 되더라고요.
노트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필사를 하면서 쪽 번호(숫자)를 적어두면, 대충 책의 어느 정도까지 필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요. 그래서 끝까지 적을 수 있는 동력이 되고. 날짜를 쓰는 이유는 그때의 감정을 기억해내기 위해서요. 예를 들면 올해 3월 24일에 <The Having>을 읽고 필사를 했는데 다음 해 3월에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책 내용이 더 잘 떠올라요. 이맘때쯤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느낌이 독서 후 필사를 하면서 참 재미있어요, 마치 옛 (좋은) 친구를 만나는 느낌도 들고요.
암튼, 화살표, 동그라미, 각종 기호 등을 마구마구 씁니다.
그리고 웬만한 간단한 단어는 한자나 기호로 표시해요.
예를 들면
누가 말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 曰,
~하면 '안된다'는 표현은 ~하면 'X',
~하면 '된다, 좋다'는 표현은~하면 O,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사람이 한 말은 " "을 이용하고, 누가 인용하거나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는 ' '로 표시해둡니다.
필사에 주로 쓰는 기호들
그래서 예를 들면 하나의 문장이 이런 식으로 기록됩니다.
직접 필사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노트 한 번만 꺼내보면 바로 기억이 떠올라요,
파일로도 입력해보고 죽~ 그어서 복사하여 붙여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1-2초 만에 이루어지는 오려 붙이기는 제 마음에 안 붙어있더라고요
아마도 저는 앞으로도 이렇게 필사를 하면서 책을 읽게 될 것 같아요.
필사를 한다고 해서 전체 문장을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메모하고 싶은 부분을 나중에 읽을 나를 위하여 기록해두는 작업이기 때문에, 저를 위한 일이라 저는 즐겁게 느껴집니다.
혹시 필사 안 해보신 분 있으면 한번 해보세요
은근히 재미있고 사람들이 왜 필사를 하는 것인지 조금은 더 가깝게 와 닿으실 것 같아요.
두서없이 적고 보니 부끄럽기만 하고 겸연쩍네요
누구에게라도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어서, 더 나은 책 읽기 생활, 필사를 해나가실 수 있으면 보람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