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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의 이유를 누가 묻는다면?

by 아인잠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살아온 길과 다른 사람들이 살아간 길의 발자취가 다를 것인데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옳은 길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족적이 새겨진 인생길을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나는)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역사를 알아가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도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두 전 대통령에 대한 비교의 말을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이날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형량을 받고 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더 안됐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풀어달라고 밖에서 시위를 하는 분도 있고,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 갔지만 신의를 지키고 지지해주는 분이 꽤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도 풀어주라고 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게 되게 많고, 박 전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안 한 게 많아서 그렇게 됐다. 두 분이 좀 다르다"고도했다.'


https://m.news1.kr/articles/?3873529#_enliple


내용은 재미없으나, 표현이 재미있게 와 닿았다.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흔치 않은 표현일 때,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표현일 때, 내가 자주 쓰는 말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되게) 많이 하는 것이 더 나쁠까, 해야 할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쁠까.

힘든 길이 가기 어려울까, 험한 길이 더 어려울까.

인생의 갈림길과 수많은 선택 앞에서 어떤 것을 택하느냐 하는 것은 인생의 성패가 달린 일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평가를 하고 누군가는 감사를 하고, 누군가는 원망을 할 수가 있다. 나의 족적은 어떤 모양, 어떤 무늬를 가지고 있을까.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많이 했을까, 해야 할 일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누구라도 그 질문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할 수가 있을까만은, 문제가 된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의 행실이기에 그만큼의 책임도 비례해서 크기 때문이다.

내가 내 식구를 책임지는 것도 큰 일이지만,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국민과 가족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이다. 그들의 현재와 미래와 나라의 운명과 미래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막중한 책임이기에 국민의 분노와 원망은 당연하다.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는 생각에서, 내 생각만 해보자면, 나는 앞으로는 해야 할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

내가 해야하고,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안 하고 싶고 안 해야겠지만,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준다면 어떡할까.

1982년 도쿄만에서 일본 항공의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항공사 사장은 모든 희생자의 가족을 일일이 방문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상대방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던 유가족의 마음을 항공사의 사장이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태도에 큰 슬픔과 충격속에서도 유가족들의 용서를 얻을 수 있었다.

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에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모두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때때로 분노를 자아내게 만드는 일들은 계속해서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진정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 것 같은데, 우리는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도덕과 규율, 양심, 법칙 같은 것들은 사람들 간의 약속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너무나 많은 불법과 반칙도 자행되고 있고 나조차 여차하면 빨간색 신호등에 길을 건넌 적도 있는 불량엄마라서, 도덕과 양심에 대해 말하기에는 양심의 가책부터 느껴진다.


무슨 일을 결정해야 할 때 가책을 느끼는 기준은 나의 경우 아이들에게서 찾는다.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내 판단은 부끄러움과 당당함 사이를 오간다.

아이의 '독립적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모도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이런 부모의 모습을 통해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틀밖에서 놀게 하라>, 김경희


나의 삶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나의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할 때에, 나는 스스럼없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할 것인가.

내가 혼자 있을 때조차도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허튼짓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엄마 마음 아닐까.


나는 2006년도에 어느 분께 받았던 메일을 늘 다이어리에 해마다 옮겨 적어 놓고 본다.

"작가님을 통해 신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작가님께서 그 일을 잘 이루어나가는 것이 가장 축복받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세월이 갈 수록 그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귀중하게 다가오고, 내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노력하게 만들고있다. 마치 마음에 울리는 소리굽쇠처럼, 계속해서 울리면서 나의 잠들려고 하는 내면을 일깨우는 것 같다.

글을 쓸 때에도 사람을 만날 때에도 생각한다. 내가 이루어가야 할 일들이 무엇일까.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어 더한 정성을 쏟지 못해 놓치고 비켜간 인연도 많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에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남아있는 까닭은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라도 다시 만나질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 모두에게 각자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 당신에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묻는다면, 우리는 양심에 따른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당신이 태어나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누군가를 괴롭히려고요, 핵폭탄을 터트리고 지구종말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다"라고 대답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만나고, 내 안의 세상과 만나고, 세상을 향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찾는 것, 그것이 독서의 유익이고 가치이다.

해야 할 일들을 더욱 잘해나가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애써 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좋은 일들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책 읽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 이상, 지금보다 더.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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