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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by 아인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결혼한 사람들은 힘들 때면 종종
'이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아닌데, 좀 더 기다려야 했어’ 또는 ‘혼자 살걸’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처해야 할 것은 그 결혼의 결과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세계 공통의 감정이자 문제인가보다.

어떻게 우리 옆집 아줌마가 했던 말을 미국에 있는 작가들이 책에 써놓은 걸까, 너무 신기하고 신통방통한 이야기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이왕 할 거면 해보고 후회해라, 그러니 결혼해봐라.”

(‘결혼해보니 아~ 되게 후회돼’)

“살아봐라 더 후회되지, 그래도 남들도 별거 없이 다들 그러고 사니 너도 좀 더 살아봐.”


그 말 믿고 살아보다가 13년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달라지기는커녕 더 살다가는 내가 죽던지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아서, 나왔다.

결혼을 꼭 해야 하냐고 묻는 후배들이 있으면, 꼭 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고 싶을 때 하라고, 애써 결혼하려고 노력할 것 까지야 있을까 싶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다들 인연이라는 것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사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애잔한 후배들이 있어서 마음이 쓰인다. 꼭 사는 게 내 모습 같아서.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잘 참고 인내하고 기다리고 배려하면서 사는지, 마치 학교에서 똑같은 과목을 전공하고 나온 애들 같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가정 시간에 그런 걸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다들 옛 시절 할머니들이 살아오신 인생 축소판처럼 인내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인공 로봇이 수술하고 인공지능이 바둑도 이기는 시대에 여전히 ‘현모양처 며느리’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는 내 동지들. 내가 구해줄 수도 없고 내 코가 석자라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박사 석사 유학 갔다 온 애들도 사는 게 다르지 않고, 대체 그 돈 들여 시간 들여 공부는 왜 해서는 애들 구구단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 아이들 키우느라 바빠서 피부는 꺼칠해가지고, 그 이쁘고 곱던 피부가 퍼석퍼석해 보인다. 주말에 연락할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아이가 아파 잠을 못 잤다면서 목소리가 다 죽어갔다. 몇 년 전 내 모습 같다.

후배들이 나더러 좋겠다고 한다. ‘진짜 좋은지는 너도 나와서 살아보면 알겠지만, 나온다고 룰루랄라 머리에 꽃 꽂고 다니는 것 아니다. 결혼생활보다 더 열심히 정신 번쩍 차리고 살게 되는 점이 좋다고나 할까?’ 그렇게 얘기하니 자기들은 절대 못 나온다면서 그냥 계속 살겠다고 한다. 내가 가정 파탄 홍보하는 사람도 아니고, 다들 독립해서 잘 먹고 잘 삽시다 하는 것도 아닌지라. 살려면 제대로 살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고, 꿈을 계속 꾸면서, 그냥 남편이 주는 월급 받아다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말고 어떻게든 발전하고 꿈을 넓히면서 살아가라고 말이다.

자식만 빤히 바라보지 말고 거울 속의 너를 보라고 말이다.

누가 나에게 진작에 그런 말을 해줬더라면 나는 좀 더 일찍 그 말에 귀를 기울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리석고 어렸던 지난날들은 그래서 내게도 상처다.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을까.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처음엔 말을 했었다.

해도 해도 안 통하니 입을 닫게 된 것이지만, 입을 닫다 보니 마음도 닫히고 마음이 닫히니 내가 다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오히려, 차라리 지금은 과거의 내 모습을 많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직진 중이다. 그런데 첫 책을 뒤늦게 보신 분들이 계속해서 과거를 들추고 내 감정을 물어보신다. 그러면 나는 지금 애써 800미터 달리기의 절반을 달려온 기분인데, 옛날로 다시 돌아가 말할 때에는 다시 원점에서 달리기를 시작해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힘이 들 때도 있다.

지금은 두 번째 에세이를 쓰는 중이다. 어서 집필이 끝나고 출판이 되어서, 달라진 내 모습을 느끼실 수 있도록 증거 하고 싶다.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도 담겨있다.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에 몰두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향해 나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과거의 일에 대해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일에서 교훈을 얻고 그것을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두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교체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아서 프리먼. 로즈 드월프 지음. 송지현 옮김. 애플북스. 2011


과거의 일에서는 교훈을 남기고, 이제 그 외의 것은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 두라고 한다. 머릿속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바꾸라고 한다.

그런데 또 걸린다. 마음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한 구석으로 밀어 두라는 말.

언젠가 꺼내 써야 할 수도 있고, 재정비, 재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여전히 과거의 일을 꺼내서 글로 쓰고 있는 나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처럼 힘들었을, 또는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다면서 정작 내 이야기하기 싫다고 입을 닫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역시 책의 조언에서 내 맘이 편해지는 말을 붙들고 생각에 잠긴다. 머릿속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바꾸라는 말.

앞으로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 울증에서 조증으로 수직 상승하는 기분이다.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소망도 나를 꿈꾸게 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담담해지고 더 강인해지고 더 나다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신바람 나는 일이다. 늘 어제와 같은 오늘의 평범함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 오늘과 같지 않을 내일이 나는 더욱 기다려지고 상상된다.

그 상상의 힘이 나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나에겐 아직 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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