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는 문제도 골치 아픈데, 남의 집 부부싸움 문제까지 글로 읽고 싶어 할까?'
부부싸움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더니 지인들의 반응이 두 가지이다.
"와~ 좋아, 어서 내, 바로 사서 읽어볼게"
"우리 집 문제도 골치 아픈데 남의 집 문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보든 안보든 읽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이고, 나는 글로서 풀어야겠다고.
그래야 내가 살겠다고...
남편과 살면서 내가 바란 한 가지는, 어느 절대자가 있어서 제발 이 싸움에 대해 잘잘못을 좀 가려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싸움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힘 센 사람이 이기기 쉽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와중에, 그것과 상관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남편에 맞서 끝까지 싸울 엄마가 얼마나 될까,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느낄 공포를 생각하며 한 발 물러나 주다 보니 남편은 점점 기세 등등해지는 것 같고, 여차하면 소리 지르고 불안감을 조성하여 자기주장을 내세우니,
정말, 이 싸움을 좀 멈춰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잘잘못을 가려봤자 상대가 듣지를 않고 그런 싸움이 반복되다 보니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떠나서,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변화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싸움에서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싸움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큰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많다. 어떤 감정이든 상황이든 그림으로 표현해낼 줄 안다.
그래서 며칠 전,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싸울 때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바로 그림을 그려주었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라면, 자세히 그림을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정말 아이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한 감정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 아픈 그림이다. 가슴이 미어지고,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부둥켜안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오히려 웃어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 또 미안해졌다.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어른이 잘못이다. 나는 이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아이가 그려준 그림을 보고, 또 보면서 앞으로는 더더욱,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각오하게 되었다.
대신, 나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글로 써나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싸우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면 훗날, 언젠가에 시간이 내게 말해주는 것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