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변화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위기를 겪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하고 바라죠.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마냥 기다려서는 안되요. 그래서 때로 위기가 필요하기도 해요."
존 고든의 <에너지 버스>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위기를 겪어야 성장하고, 위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다고 한다. 가정의 위기,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국가의 위기...
'위기'라는 말은 어디에 붙여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소설 속의 위기, 인물의 위기, 사건의 위기, 감정의 위기. 경제적 위기, 이혼 위기...
이렇게 어디에 붙여도 찰떡같이 좋은 '위기'라는 말은 어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수 있는 돌발적 상황에 대한 표현이다. (위키백과 참조)
우리는 위기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에너지 버스>에 쓰인 말처럼, '위기를 겪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문득 위기라는 어원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어의 위기(crisis)는 그리스어(크리네인 krinein)에서 유래한 말이었다. 그리스어 '크리시스'를 알아보니 '판결, 판단'이라는 뜻이 있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운명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라는 그리스어 '크리네인'에서 '크리시스(krisis)'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위기의 어원을 살펴보니 위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해답도 거기에 숨어있는 듯하다.
원래 크리네인은 갑작스럽고 결정적인 병세의 악화를 가리키는 의학용어로 사용됐다고 한다. (중앙일보 2001.3.21. [분수대] 위기 불감증 참고)
로마시대에 살던 그리스 의사이자 철학자인 갈렌(129~200년)은 이 '크리시스'라는 용어를 히포크라테스로부터 빌려왔고, 의학에 관련된 논문을 120개 이상 남겼다고 한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 중인 '데 크리시부스' 즉, '위기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도 '위기'를 볼 수 있다.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배철현의 월요묵상] 참조. new1. 2020.3.2)
갑작스럽게 닥친 인생의 수많은 '위기'는 이렇듯 역사가 오래되었고 어쩌면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위기이나 마주칠 때마다 갑작스럽고 결정적인 악화 상태에서 인간은 당황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도, 팬데믹도, 그리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위기도.
그러나 해결할 수 있는 어려움이기에 '의학용어'로까지 사용된 것 아닐까. 환자의 운명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어원에서 파생된 '위기'라는 말은, 그래서 그 안에 희망도, 가능성도 함유되어 있다.
내 인생의 위기 앞에서 어떤 명의를 만나는가, 내가 어떤 처방을 하고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따라서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 선물> (마리북스)이란 책에 보면 '위기'에 대한 우리말 뜻이 소개되어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다. 위기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문제가 되는 상황이 위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위기 속에는 항상 해결책이 있다. 위기가 지나고 나면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중략)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이것을 기회라고 되뇌어야 한다. 그래야 놀라운 반전을 이룰 수 있다."
위기 앞에서 나와 우리의 기회를 본다.
위기는 해결책과 나아갈 방향을 포함하고 있는 희망의 단어이다. 위기를 통해 나에게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길, 그것이 인류와 함께 해온 위기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