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다 유랜드는 자신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1934년 7월 12일
'허영심이 나를 시시한 작가가 되게 하고 타인들이 혹시 내가 하는 일을 볼까 봐 부끄러워하게 하는 것이리라. 또 과시욕이 내가 글을 쓸 때 통찰력과 관찰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리라.'
1935년 11월 5일
나는 그 글을 지난겨울에 썼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주 형편없었다. 그 자만심, 그 폭언, 자신이 쓰고 있는 대상에 대한 그 연구 부족... 나 자신이 쓴 자기중심적이며 권태로운 그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형편없다. 언제 시간을 내서 더 좋게 고쳐야겠다.
1936년 12월 18일
"너는 별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간에, 아무리 시시하고 단순한 것이더라도, 그걸 모조리 밖으로 내보내야 해. 설령 유치한 단어들밖에는 생각해낼 수 없을지라도 작업을 해야 해. 그 모든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너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정말 많이 많이 작업함으로써 그걸 통해 배워야 해."
자신의 글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며 마음을 다진, 오래전에 쓰인 저자의 일기를 통해, 오늘의 내 모습과 나의 글을 살피게 된다. 누군가의 일기는 세월을 지나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어떤 이의 행동을 바꾸는 영향력을 지닌다. 그것이 일기가 지닌 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력하게 말한다. '당신이 모르는 당신 안의 것'을 발견하라고.
우리는 자신이 가진 힘이 너무나 보잘것없고, 더구나 글을 쓰는 재능은 더욱 없어서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그럴 때 역시 나는 안된다며, 글은 작가나 잘 쓰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고 이내 노트를 접어버릴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거나, 어디를 고치면 더 좋은 표현이 될지를 고심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에게 반복해서 강조한다. 네 안에 재능 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일기를 씀으로써 당신 안의 생각이 절대로 고갈되지 않는 샘이라는 것, 이 사실을 당신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을 신뢰하며 글을 쓰려면 당신은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당신 안에는 무한히 깊은 상상과 지식의 샘이 있다."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187p)
나도 나를 모르는데 왜 자꾸 들여다보라고 하는 건지, 재능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은 알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마음속에는 글을 향한 애정과 글감과 글을 꽃피울 싹이 이미 움트고 있음을.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을 막는 가장 나쁜 적은 자신의 내부에 있다고 한다.
자신을 죽이는 최악의 거짓말은 '난 좋은 사람이 아냐, 재능도 없고, 중요한 이야깃거리도 없어'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고개를 뻔뻔하게 들고, 형편없고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더라도 두려워말고 써야 한다.
'그런 글조차 자신에 관해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시각, 취향, 진실한 느낌, 진정한 관심사가 점차 더욱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만약 형편없는 글을 썼다면, 그것을 개선하는 방법은 세 번 고쳐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 첫 번째 글과 비교해보라. 정직하게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면에서 당신은 성장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일기를 쓰는 게 좋다고 한 것이다.'
흔히 하는 실수는, 한 번 쓴 글을 그대로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느끼기에 형편없는 글이라면, 최소한 세 번을 고쳐쓰라고 한다. 그다음 처음 글과 비교해본다면, 그런 글쓰기가 반복된다면 분명 글쓰기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까지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인가.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결단도.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을 적어도 주변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점점 일기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성인 중에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어릴 때부터 울며 겨자 먹기든 겨자 먹듯 울든, 억지로 써낸 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써본 사람들은 살면서 답답하고 마음에 감정과 생각, 풀지 못한 문제들, 꿈이 쌓여갈수록 글로 풀어내고 싶어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기 쓰기를 통해서 저자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일까?
일기 쓰기를 통해 나는 글쓰기란 종이에 대고 말하기 혹은 생각하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동적이고 즉각적이고 쓸수록 그 글은 생각에 근접했다. 글쓰기는 그래야 한다. (180p)
일기를 쓰면서 나는 점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나 자신 속에 있는 버려야 할 점들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점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일기가 필요하다. 나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가는 것, 내 속에 버려야 할 점들과 사랑해야 할 점들을 알아가는 것,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 그것을 이제 찾아갔으면 좋겠다.
일기를 통해서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고 글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보자. 글이 무엇을 써야할지, 내 마음을 이끌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