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께서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어쩌면 같은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동의를 구하고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혹시 마음에 품고 있었던 고민이라면,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받은 메일 >>>
아인잠님~♡
님의 글을 열심히 구독하는 독자예요~~^^
문득, 님의 글을 읽다가, 좀 문의 드릴 일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국문학과 공부를 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되는지 여쭙고 싶어요~~
방통대 국문과에 편입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님, 그 시간에 좋은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게 더 좋은지 심각하게 고민이~~ 돼서요ㅎㅎ
52세예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좀 피곤한 초년기를 보냈답니다. 힘들게 방통대 유아교육과를 나왔는데
정작 하고 싶은걸 하며 지내지 못했네요~~
나만의 속도로 언젠가는 글을 쓰는 (물론, 가끔 일기는 씁니다ㅎㅎ) 일을 하고 싶거든요.
힘든 과정을 견디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세우며 가는 님을 보며, 많이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중입니다.
멋지세요~~♡
답장 >>>
안녕하세요^^ 아인잠입니다.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의 글을 열심히 구독해주신다고 하니 더욱 감사합니다.^^
52세라고요... 만약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라면, 20대 정도의 직장인이라고 해도요... 국문과든 문예창작과든 어디든 가보라고 얼마든지 권하고 싶어요. 그런데 솔직히 30-40대? 그 이상이라면 저는 국문과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어~~~ 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고,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기 원하셔서 문의를 하셨으니, 저는 마음 놓고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견해’만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문학과에 가면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국문학 개론, 국어학 개론, 문학개론, 문학 강독, 문법 개론 등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학, 문법, 국어학 전반적인 이론부터 구체적인 복잡한 지식까지 (사는데 필요 없을 것 같은 어려운 국어국문학의 역사와 작품들, 내용들) 리포터, 숙제, 독서해가며 들들 볶이면서 힘들게 배우셔야 하는데요,
그 와중에 고문서를 이해하기 위해 한자까지 익혀야 하기도 해서, 그 외에도 읽어야 할 책도 많고 한마디로 정신이 없어요.
학생 때 학교 다닐 때야 엄마 아빠가 일해서 돈 주고 밥 주고 옷 사주고 월세도 안 나가고 편하게 공부만 하면 되는데(저는 공부만 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까지 했지만요) 지금은 여러 가족들을 챙기고 일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유지하면서 하기란, 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공부만 한다고 해도, 솔직히 우리가 한창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갈 때랑은 체력부터 다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려는 말은, 어차피 글을 쓰고 싶어서 그게 목적이라면 굳이 국문과를 가지 않으셔도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연륜이 생기고 세상을 보는 안목도 넓어지고, 글을 사랑하시는 만큼 좋은 글들도 많이 찾아보실 것 같은데요.
좋은 글들을 많이보고, 마음의 양식을 쌓으시고 필사하고 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든 글을 쓰든 하시는 것이 백번 좋습니다. 그리고 충분합니다.^^ 학비도 만만치 않고요, 저는 그 돈과 시간으로 독서하고 글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누가 물어보셔도 저는 그렇게 대답할 거예요.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실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해요.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것은 제가 나름대로 브런치에 글쓰기에 관해 꾸준히 글을 올리고도 있고, 다른 좋은 책도 많지요, 다만 직접 매일 꾸준히 써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쓸지는? 쓰고 싶은 거요, 마음속에 쓰고 싶은데 가득 고여있는 이야기들, 하나하나 엉킨 실타래 속에서 실 끄나풀 하나 붙잡고 끌어내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메일 보내주신 것을 보니 글을 충분히 잘 쓰실 수 있는 재능이 이미 있으시고요^^
방송작가 출신들도 모두 국문과를 나온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국문과 상관없이 글 잘 쓰는 작가도 많고요, (반대로 국문과를 나왔어도 그다지 잘 못쓰고 안 쓰는 사람도 많아요^^;)
그들의 공통점은 많은 독서와 많은 글쓰기, 그것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관찰력. 항상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아요.
그래서 다시 결론은, 국문과를 가는 것이 이쯤에서 내 인생에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고요, 다만 ‘대학’을 가서 ‘대학의 공부 과정을 겪고 싶다, 더 늦기 전에’라는 강한 꿈이 작용한다면, 대학 가서 행복하게 원 없이 배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었을까요?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혹시 더 궁금하신 것은 언제든지 문의해주세요, 제가 답할 수 있는 선에서는 말씀드리겠고, 다만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금 밝힙니다.^^
글쓰기에 관해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 주세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최대한 답변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그리고 혹시 국문학과 교수님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저를 용서해주세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너무 힘들게 공부해서 그렇습니다. 저는 국어국문학과를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