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Jun 21. 2020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이것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에서...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 나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작가가 되는 유일한 길은 더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67p)

-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브렌다 유랜드


바로 이것이 글쓰기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더 좋은 인간이 되는 것!

글을 쓸 때에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이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나의 인격을 드러내고, 나의 현재 모습이 어떻든 그것이 나의 글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이미 오래전에 말했다고 한다.

'한 인간의 영혼이 그의 육체를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그리는 초상화는 모델만 닮는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닮는다'라고.

그렇잖아도 글쓰기란 쓸수록 힘들고 고지가 눈에 보일 리 없는 것인데, 내가 톨스토이도 아니고, '입센, 블레이크, 괴테, 토머스 만'도 아니고, 위대할리는 턱도 없는 인간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브렌다 유랜드 역시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위대하든 시시하든 우리는 자신을 닮은 작품을 만들지만,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잊은 채로 다만 그것이 개선되기를 늘 기대하면서 언제나 창조에 전념해야 한다."


훌륭할 리 없고 위대할리는 더 요원한, 아니 불가능한 한 개인으로서 다만 우리는 '개선되기를 기대하면서 언제나 창조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 글 쓰는 자세에 대한 저자의 조언이고 대안이다.


브렌다에게 글을 배우는 여성이 젊은 남자를 묘사하면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그의 근육이 양쪽 어깨에서 물결쳤다"

이에 저자는 그녀에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며, 실제 그걸 정말 보았는지, 그가 어떤 모습인지 말해줄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에 그녀가 다시 말했다.

"정말 물결쳤다니까요? 그 근육은 너무 우람해서 외투 솔기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았어요."

이에 브렌다가 말했다.

"그렇죠, 그렇게 쓰세요. 그 표현은 아주 생생하고 훌륭해요."


그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당신이 소설에다 "그는 수치심으로 고개를 숙였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되기 십상이다. 혹은 "그는 손가락 관절이 창백해지도록 의자를 꽉 잡았다"라고 써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물을 묘사하면서 이런 표현을 쓰려면 스스로에게, "그가 진짜로 그렇게 했던가?" 반문해보아라. 그걸 진짜로 본 적이 있고 그게 사실이고 당신 내면의 광경 속에서 그가 그렇게 하는 걸 본다면, 그렇게 써라. 그러면 그것은 훌륭한 표현이 될 것이다."


"거짓말은 대화에서보다 글에서 더 거슬리는 법"이라고 체홉은 말했다.


저자는 충분히 상상하지 않고 깊이 생각지 않고 좀 더 인상적이게 만들려고 노력하거나, 더 근사하고 매혹적인 단어를 생각해내려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잘 살펴보고 어떤 모습인지를 느껴보고, 마침내 명확히 볼 수 있을 때 글을 쓴다면, 글쓰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리한 시각과 내면을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랜 훈련. 

저자의 책에 의하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절대로, 절대로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말라. 남들에게 거짓말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에게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우리 안에 충분한 재능과 풍부한 감성, 글 쓰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쓸 때, 빛나는 상상력이 당신에게서 종이로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깔끔하고 문법에 맞는 문장들을 순서대로 끝까지 써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중략)

글 전체를 쓸 걱정 때문에 정말 지루해지며 앞으로 감당해야 할 수고와 혼돈에 짓눌린다. 이런 식으로 고뇌와 권태 속에서 느릿느릿 써 내려간다. 불가피하게 당신은 생각 속의 모든 것을, 그 빛나고 열정적이고 진실한 것을, 그토록 다양하고 풍부한 것을 모조리 놓치고 생략해버린다. 그리고는 무미건조한 문장 하나를 고통스럽게 쓴다.'


당신은 결코 작문시간에 높은 점수를 받는 가짜 문학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176p)


솔직하게, 진정성있게, 좋은 글을 쓰려고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다보면, 어느날엔 그래도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희망을 두며 글을 써나가는 것 또한, 곤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쓰기가 주려는 선물이 아닐까.



https://brunch.co.kr/@uprayer/291


매거진의 이전글 기죽지 말고 쓰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