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오늘, 마음 맑음>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잃어야 비로소 싹이 트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진 게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절망 속에 하염없이 머물지 마세요. 다시 고개를 들고 걷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책에 쓰인 말을 읽고 또 읽으며, 마치 나에게 해주는 말씀인 것 같아서 계속 글귀에 시선이 머무릅니다.
저는 정말 가진 게 없거든요. 통장 잔고는 바닥이다 못해 마이너스가 지하 암반수까지 뚫고 내려갔고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동전 하나가 없고, 동전 저금통에도 십 원짜리, 오십 원짜리만 남아있어요.
그거 아세요? 동전 저금통을 털어서 쓰기 시작하면, 큰돈부터 꺼내 쓰기 시작해요.
만 원짜리, 오천 원짜리, 천 원짜리... 지폐가 없어지기 시작하면 이제 오백 원짜리부터 없어지죠.
그러다 백 원짜리 동전들마저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하면, 이제 십원, 오십 원 동전들이 남아요...
십원, 오십 원 동전들도 분명 돈인데, 힘이 없는 돈이에요.
물론 모이면 돈이 되겠죠. 하지만 이미 동전 저금통에 남아있는 정도의 잔돈들이라면, 돈으로서의 힘은 그다지 크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날, 그게 내 모습 같은 거예요.
꺼내 쓰고 다 꺼내 쓰고, 얼마 남지 않은 여력...
그때부터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주저앉아있으면 정말 모든 것들이 폭삭 주저앉아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이 모이고 모여서, 독자님들도 생기고, 저를 응원해주시고 저의 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넌지시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제 제가 만 원짜리 지폐가 된 기분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글을 쓰겠지만, 튼튼한 기둥들을 세워서 저의 힘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힘껏 도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어요. 그때가 돼서야 저는 제가 '정말 제대로 살아왔구나, 내 선택이 옳았구나' 하고 느껴질 것 같아요.
이렇게 주변분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마음 쓰시게 하고, 눈물 떨구게 하는 것은 지금 잠시로 남겨두고
앞으로는 다른 모습으로 살겠습니다.
저는 지금 고개를 들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걸어갈게요.
p.s..
그런데 글을 쓰고 보니, 이건 또 무슨 오만한 생각인가 싶네요.
저는 가진 게 많습니다. 세 아이들이 있고요, 글을 쓸 수 있고요, 부모님이 계시고 저를 사랑하는 지인들과 독자님들이 계시고, 얼굴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기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요.
건강한 몸과 정신, 좋은 기운이 있어요.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도전하는 의지도 있고요
저만의 유머와 웃음도 있지요.
잘 못쓴 글입니다. 지우고 싶은 글이네요.
하지만 이조차 남겨둡니다.
어느 한 분께라도 공감되고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저의 모습이니까요.
저의 부족한 생각들이 담긴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