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가지 일을 해요
밤에는 동화를 쓰고, 새벽에는 에세이를 쓰고
낮에는 틈틈히 책을 읽고, 집안일을 해요.
그러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또다른 직업인으로 변신해요
바로 가사도우미 예요.
막내가 어렸을 적,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어떻게든 낼 수 있는 시간이 4시간 정도 되었어요, 그때부터 가사도우미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1시간에 만 원. 일당 4만원의 부업. 저는 힘들지않고 재미있었어요.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났거든요.
솔직히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건 우리집인데, 우리집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는 집에 제가 쉬러가는 기분이예요, 저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셨고, 오히려 더 대접받는 기분이 들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성심성의껏 저도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옵니다.
그런데 처음 그 집에 일하러 갔을 때, 사실 제 자존감은 바닥이었어요.
집에서 글쓰는 일이 일같지 않아보이는지, 남편은 툭하면 나가서 마트 캐셔라도 하라고 말했고, 어디가면 1시간에 만원은 번다며, 가사도우미라도 하라고 했죠.
제가 못할 것 같았나봐요, 저는 정말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거든요.
길에 나가 청소를 할수도 있고, 시장가서 배추를 팔수도 있어요. 생각같아서는 참 잘 팔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거든요.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 것은, 내가 어느만큼 일을 할 수 있나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괜찮았어요. 저는 부끄럽거나 제 생활이 비참하지 않아요.
오히려 돈이 없는 데, 건강한 몸으로 놀고 있어야한다면 그게 더 비참하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열심히 가사도우미 일도 합니다.
어느 날은 일하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는, 저에게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대체 정체가 뭐예요? 뭐하던 사람이예요?"
'왜요?'
"아무리봐도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이런 일할 사람 맞아요...'
"아니예요, 인재는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해도 드러나는 법이죠..."
그 때, 사실 그렇게 해주신 말씀과 진심이 너무 놀랍고 감사해서, 바닥에 앉아 걸레질을 하면서 눈물을 떨구었어요. 들키지 않으려고 다른 방향으로 걸레질을 하면서 이를 악물었죠, 울지않기 위해서.
가사도우미를 해도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말해요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없으면 아무에게라도 나가서 마트 캐셔라도 하라고 소리를 지르죠.
어떤 직업에 대해 폄하할 의도는 없으니 오해말아주세요.
그냥 제 상황이 그렇다고요...
제가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