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문자를 주고받지 않는다.
얼굴만 봐도 싸울 것 같은데 표정과 상황이 담겨있지 않은 짧은 말이 문자로 오가다 보면 자칫 오해는 증폭되고 더 큰 싸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를 주고받을 마음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남편이 뜬금없는 문자를 보낼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경우다.
"웹소설 작가도 있네요.
유명한 작품 쓰면 한 달에 천만 원 입금"
뭘 어쩌라고요?!
천만 원을 벌면 내가 당신과 살지도 않습니다!
아... 내가 웹소설 작가도 있다는 걸 설마 몰라서 안 쓴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가르쳐주려고 문자를 보내는 건가?
웹소설써서 한달에 천만원 벌기가 1시간 일하고 만 원 벌기만큼이나 간단하게 들리는 이 느낌은 나만 그런것?
작가라도 모든 분야에 만능이 아니다.
소설을 잘 쓰는 작가가 있고, 시를 쓰는 작가가 있고, 동화나 노랫말을 쓰는 작가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끼적임인 줄로 스스로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이름만 있을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가도 있고, 작가도 벌이가 천차만별이다.
'작가'라고 하면 노트북 한 대 놓고 앉아서 하루종일 집에서 편하게 일하며 우아하게 글 쓰는 편안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살림 깨끗하게 해 놓고 가족들 먹거리 다 장만해놓고 그러고 남는 시간에 글을 기가 막히게 쓸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자는 시간 줄여, 살림할 짬도 없이, 오도 가도 못하고 머리를 쥐어뜯어도 글 한 줄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남편이 원하는 작가란, 그런 것이다.
표 안나게 일하는 것, 게다가 돈까지 '잘' 버는 것.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 놓고 애들 학교 다녀오면 먹을 것 챙겨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마음도 챙겨주고, 때 되면 밥 먹이고, 아이들 재우고. 그러고 남는 시간에 조용히 표 안나게 일을 해서, 생활비까지 벌어오는 집에서 놀고먹는 작가라는 일!
항상 기준과 전제조건은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그런 멋진(?) 작가?
아침부터 남편의 문자를 보니 열이 받는다.
글쓴다고 집안일이 정체되면 대뜸 나오는 말이 "하루종일 집안에서 뭐했어!"인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보내는 문자인지 저의를 생각해볼라니 속만 시끄러워진다.
그에게 싸움을 걸려면, 내가 이렇게 답문자를 보내면 된다.
"퇴근 후 대리운전도 있네요,
잘하면 1000만원 입금"
"주말에 청소일도 있네요.
열심히 하면 1000만원 입금"
그러면 기나긴 문자전쟁이 일어나고 내가 그를 수신차단으로 해야 싸움이 끝난다.
그러고 퇴근하면 한바탕 또 싸움이 나겠지.
그래서 오늘도 내가 참는다.
그리고 이를 악문다.
천만원 벌면
나는 집을 나갑니다!
당신과 안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