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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Mar 17. 2016

기업은행 ② | 그래서 그만둔 이유는...

금융서비스 판매업, 여자, 3년 2개월(퇴사)

Part 2. 시작.



Q. 와... 저는 은행이 문닫으면 그대로 퇴근인 줄 알았는데,  근무 시간 후 더 바쁘게 일하시네요. 그렇다면 누나가 느낀 해당 직무의 장단점에는 어떤 게 있었나요?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가 대출을 해줄 때는 갑이라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 갑질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아무래도 을의 입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생각해.


국민 은행, 신한 은행, 하나 은행 등 다른 은행과의 비교를 해보면, 기업 은행은 중소 기업 금융이 발달되어있어서 예대 마진에 있어 ‘대’마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지.


또 다른 장점에는 영업 압박이 적다는 것도 있고, 또 금융 노조의 힘이 강한 은행이어서 우리의 권리가 잘 지켜질 수 있다는 것도 있고.

(편집자 주: 예대마진이란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를 말한다.)


하나 더 말하자면 공기업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다는 것이 있을 것 같아.



Q. 그러면 단점은요?


단점은 일반적인 세일즈의 단점과 비슷해.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 실적과 연관 지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실적이라는 것이 가시적 숫자로 훨씬 더 잘 나타나니까. 예를 들어 펀드를 몇 좌를 팔았는지, 예금은 얼마를 예치했는지 하는 것들이 평가기준 중 하나야


그리고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게 있어. 다른 은행들 역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우리는 조금 더 심했던 것 같아. 심지어 신입 사원 몇 명 뽑는지도 위에서 내려오거든.


마지막으로 은행업 특성 상 대체되기가 쉽다는 단점이 있어.  ATM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퇴직했는데, 인터넷 은행이 생기면 창구에 계신 분들의 처우 문제가 내부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 나는 생각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력이 대체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있지.





Q. 이번에는 조금 개인적인 것 물으려 하는데요, 을 누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나요?(읏음)


아무래도 중소 기업 은행이다 보니 중소기업들 금융 지원을 많이 해줬었어. 그 중에서도 창업 초기의 기업들을 지원해주고, 그들이 잘해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 뿌듯했었어.



Q. 은행은 거의 평생직장이라 하잖아요. 행원의 커리어 패스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이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하지만 본점에서 PF(Project Financing)이나 IB(Investment Banking)같은 금융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기른다면 가능하긴 하지.


이직하지 않는 경우엔 보통 행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커리어 옵션은 크게 3가지야. PB(Private Banking), 외환 전문역, 여신심사역. 각각을 좀 더 설명하자면


PB는 개인들에게 예금 관리, 세무 법률상담, 부동산 및 증권 투자 등 종합적인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것이지. 주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외환전문역은 무역이나 해외 직접 투자, 송금에 관한 일을 담당해. 주로 L/C, 선물 옵션, Hedging과 같은 무역 관련 일에 포커싱이 되어있어.


여신심사역은 기업에게 대출해줄 때, 경제 상황이나 사업성, 또는 기업의 신용도 등 경영 환경과 연관된 요소들을 분석해 대출 실행 여부나 이율, 기간 등을 설정하는 직무야. 



Q. 그렇군요. 그러면 누나는 왜 은행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나는 은행 업이 가진 직업 안정성과 기업 은행이라는 회사의 평판이 매력적이었어.



Q. 그런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하시고 계시잖아요. 왜 그런 결정을 내리셨나요?


직업 안정성은 좋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오는 단점이 컸기 때문에 그랬어. 

은행은 기본적으로 B2C 사업이고, 정말 다양한 고객 군들과 일을 하게 되지. 일을 하면서 그런 다양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맞춰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어. 다양한 개인의 니즈에 맞춰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할까.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적합할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 



Q. 뜬금없지만 혹시 해당 직무로 입사하는데 가장 크게 도움되었던 것들이 있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


그런 것 딱히 없었던 것 같아. 다만 은행업은 많은 부분이 세일즈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나 인상이 제일 중요해. 그래서 그런지 입사했던 동기들을 돌이켜봤을 때 다들 잘 웃는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것 같아.



Q. 아 그렇군. 어쩐지 은행가면 다들 인상이(웃음)그 렇다면 입사에 직접적으로 도움된 것보다 지금의 누나를 만드는데 도움 되었던 경험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음..어떤 특정 경험이라고 말을 하기 보단, 내가 했던 모든 경험들이 내 삶에 일정 부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모든 경험은 그 사람을 형성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영향을 미치는데, 나는 그러한 경험들을 편식하지 않았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할까나.


설령 내가 장기적으로 무엇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한 후 A-B-C라는 플랜을 짜놨어도 지금 당장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생기면 과감히 도전해봤던 것 같아.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일과 조우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었고.


한가지 더 얘기해주고 싶은 것은 나의 경우 책, 다른 사람의 얘기 같은 간접적인 경험보다 직접 무엇을 했었을 때 나에게 남는 것과 내가 받은 영향이 더 컸던 것 같아.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나요?


내가 관심 있었던 것과 새로이 경험한 게 결합되며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라고. 원래 나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했어. 


그러다 우연히 대기업 해외 신사업부의 인턴 지원했는데, 운 좋게 거기서 일할 수 있었어. 당시 속했던 팀 특성 상 동남아와 연관된 일이 많았는데, 덕분에 해외 시장 개척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고, 동남아에도 관심도 갖게 되었지. 


이 경험 덕분에 평소 좋아했던 전공과 새롭게 관심 갖게 된 동남아가 결합되어 ‘동남아에서 전공과 관련된 신사업’을 하겠다는 전에 없던 목표가 생겼고. 그래서 내 전공으로 신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해야겠다고 결정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고 준비하기 시작했어.



Q. 오 신기하네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입사한 곳은 은행이었잖아요. 어쩌다 은행으로 가게 되셨나요?

당시 은행의 지원 시기가 가장 빨랐었고, 가장 먼저 합격을 받게 되었거든. 그런데 앞에서 말했던 은행업의 안정성이나 기업 인지도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 해외 영업을 준비하면서 외환, 해외 동향을 공부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필기, 면접과 무관하지 않아 붙었던 것 같아.



Q. 그렇군요.. 살면서 큰 이벤트를 겪으면 가치관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누나 같은 경우에 퇴사라는 큰 결심을 하고 새로이 느낀 것이 있나요?


내가 나오고 나서 새롭게 느끼고 정립한 것은 최고를 찾기보다는 최악을 피하자는 가치관이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 그런데 이런 저런 일을 하며 나는 나를 100% 만족시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꼭 만족되었으면 하는 나만의 기준점을 두고 다음 Step을 고민하게 되었지.


또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것이 과연 이상적인 일일까 하는 의문점도 품어봤어. 일을 통해서만 자아를 찾아나가는게 슬픈 것 같아.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에는 일만 있는 게 아니잖아. 일 이외 다른 활동을 통해서도 나의 자아를 찾을 수 있고.





Q. 그러면 누나가 퇴사하고 오랫동안 쉽지 않은 곳(ex. 남미, 인도)을 다녀오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되었나요?


음.. 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퇴사하면서 내가 했던 고민들이 내 결정들에 더 중요한 역할로 작용했던 것 같아. 어디에 있던 장소를 떠나 깊은 생각과 많은 실천 가능한 생각들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


내가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 것은 평생의 숙제이고, 그것이 당장 여행을 떠난다고 답 나오는 형태의 과제는 아니었던 것이지.



Q. 저 같은 경우에는 남미를 다녀오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명제(: 낯선 곳에서 낯선 것 들을 겪는 것이 생각 정리나 새로운 생각을 하는데 도움된다)가 당연하지 않음을 느끼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대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으신가요?


응.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어. 쉬운 설명을 위해 대입과 비교를 해볼게. 우리가 대학교를 들어 갔을 때 무슨 과의 무슨 학교를 들어가냐에 따라 굉장히 성향과 미래가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그 순간에는 점수나 카더라 같은 얘기를 듣고 중요한 의사결정인 학교, 과 등을 정하잖아.


회사도 비슷한 것 같아. 어떤 업종으로 지원할지, 같은 업종이어도 무슨 계열사인지, 대기업인지 외국계인지 등등 고민 해봐야 해. 대학을 가는 법도 편입, 재수 등이 있고 지금 생각해보면 대입을 위해 1~2년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 이처럼 취업 역시 당장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조금 더 길게 봤음 좋겠어.


그리고 뉴스에서 취업이 어렵다고 말을 해도, 그것은 상대적 수치이지 절대적 수치가 아닌 것 같아. 

너무 그런 숫자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과도 상관없고, 학교 역시 학교로 이득 볼 수 있는 곳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달성해나가는데 장애물이 되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거기에 핑계를 두면 거기가 자기의 한계인 것 같아. 나는 거기에 한계를 두지 않았고… 그러면 최고는 아니어도 그 근처에는 갈 수 있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대기업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일은 경험해보는 게 맞는 것 같아. 왜냐하면 직접 해본 거랑 안 해본 것은 너무나 달라. 그래서 직접 부딪히며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잘 맞는 곳인지 혹은 어디가 나랑 맞을 것 같은지 찾아나갔으면 좋겠어. 그렇게 경험하며 검증할 수 있는 것은 20대 밖에 못하는 것 같아.. 꼭 대학생 때 해봐.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 좋다고 평가 받는 은행을 퇴사하고 

자신을 찾아 고민했던 그녀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특히나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앞으로 쭉쭉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연중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았나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 덕분일까?

그녀는 지금 전혀 은행과 또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그녀는 전에 없던 새로운 목표를 생각하고,

성취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일을 할 지 너무나 기다려지고, 그녀를 통해 빨리 듣고 싶다.


Up(業) Side magazine이 그때까지 존재한다면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다시 인사드리길 기대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친다.



(편집자주 https://www.facebook.com/downtoupside/ 으로 가시면 

차후 인터뷰어 profile를 보고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또한 페이지 좋아요를 통해 

브런치 외적인 정기구독이 가능합니다.)





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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