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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Mar 23. 2016

M&A | 기업을 사고 파는 일, 그 이상의 일

국내 증권사, 남자, 6년차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팔아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가격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 내가 입던 옷, 읽던 책의 가격 책정은 주변에 조성된 가격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키우는 고양이,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어학 지식을 어떻게 가격을 매겨서 팔 수 있을까?

 회사도 마찬가지다. 

 흔히 M&A를 설명할 때 '기업을 사고파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기업을 사고파는 일은 우리가 단순히 매장을 방문해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많은 의사결정요인들이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M&A 과정에서 거래의 주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 기술, 법적 요소들, 회계/재무 상태 등등 각 분야에 대해 평가하고, '기업'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사야 하는지 고민한다.

 오늘 업사이드가 만난 인터뷰이는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 서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증권사에서, M&A 파트를 맡고 있는 사람이다.

 M&A 과정에서 증권사가 맡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고충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들어보자.



Q. 선배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국내 증권사의 M&A 파트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M&A 파트에서 맡는 일에는 다양한 일이 있어. 
1)     경영권 인수자문 또는 매각자문
2)     두개 이상의 회사가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는 합병 자문
3)     하나 의회사가 두개 이상의 회사로 나누어지는 분할 자문
4)     지주사 전환 자문
5)     우회상장 자문
6)     공개매수자문
7)     등등등


Q. 되게 다양한 일을 하네요?

 일반적으로 M&A라고 하면 경영권 거래만 생각하는데 실제 M&A부서에서 일하면 합병, 분할, 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업무를 하게 돼. 회사에 따라서는 경영권 거래하는 부서와 기타 컨설팅(합병, 분할, 지주회사 전환 등)을 전담하는 부서가 구분되어 있기도 해. SPAC (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목표로 코스닥에 상장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 및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어.


Q. 그러면 1년에 몇 번 정도 프로젝트를 하세요?

 경영권 거래의 경우 성공적으로 끝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3건에서 5건 정도일 것 같네. 프로젝트마다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딜을 소화하기 어려워. 
 

Q. M&A 자문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예요?


이거는 어느쪽에 자문을 하는지에 따라 달러. 제안서 단계부터 고려한다면, 매각자문이 인수자문 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 
매각자문을 희망하는 증권사가 매각자 측에 제안서를 제출해서 선정되면 그 이후에는 매각자 측의 매각 의사 철회, 잠재인수자가 없는 경우 외에 딜이 중단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그렇지만 인수자문을 희망하는 증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딜이 진행되는 동안 자문을 끝까지 완료하기 힘들어. 
(1) 잠재인수자가 인수자문사로 선정해야 하고 (2) 해당 증권회사를 인수자문사로 고용한 잠재인수자가 예비입찰을 통과해야 하고(3) 본입찰을 통과한 다음 (4)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서 주식 매매계약 및 거래금액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해야만 자문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야. 
 


Q. 그러면 자문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되는 거에요?

 자문수수료는 착수 수수료와 성공 수수료가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나라 M&A 시장에서는 착수 수수료가 거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딜이 끝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자문수수료를 받기 힘들어


Q. 증권사가 M&A 과정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건가요?

 그렇지 M&A 딜 전체를 총괄하는 거야,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클라이언트가 하지만.


Q. M&A부서에서 클라이언트 영업까지 하는건가요?

 그렇지. 증권사 업무 구조를 우리가 프론트 오피스와 백 오피스로 구분해서 이야기 하잖아. 프론트는 무조건 영업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영업에서 시작한다’는 개념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회계 법인, 컨설팅 펌, 로펌도 비슷할 거 같아. 

 그리고 M&A부서뿐만 아니라 증권사내 영업부서들은 팀장급 이상이 영업 다니면서 딜을 가져오면 실무자들이 해당 업무를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돼


Q. 정확히 어느 정도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영업을 하나요?

 각 부서의 팀장이나 부장급이 주로 영업을 하고, 고객사 임원이 미팅에 참석하는 경우 증권사 임원도 그에 맞춰 참석하기도 해.



Q. 첫 직장인데 처음부터 배치를 M&A로 받은 거예요? 자원을 하신 건가?

 신입사원으로 지원할 때 본사로 지원했고, 본사 부서 중에서는 M&A부서를 지원했어. 


Q. 그럼 이제 조금 일상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서, 일과 삶의 균형이 어때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랑 없을 때로 나눠질 것 같은데 어떻게 달라요?

 맡은 딜이 어떠냐에 따라서도 다를 거 같고,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프로세스 상에 있느냐(계약이 성사되고 진행되는 제안서, 계약 성사를 위해 쓰는 제안서 등등)에따라서 달라.

 경영권 거래는 10시 ~ 11시 퇴근이 기본인 것 같고, 2~3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어. 일찍 퇴근하면 7시쯤 되는 거 같아.


Q. 전반적인 라이프에는 만족하세요?

 M&A 자문은 라이프에 만족하기 어려운 직종이야 ㅎㅎ 왜냐하면 M&A 자문은 프로젝트 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야. 매각 자문은 스케줄을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해서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인수 자문 같은 경우는 매각자 측에서 정한 기한이 있고, 그 일정에 맞춰서 진행해야 하니까 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어
.
 인수/매각 제안서 작업할 때는 훨씬 더 짧은 시간 안에 제안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고.


Q. 그럼 매각자문을 할 때, 클라이언트 회사에 대해서 분석해야겠네요?

 해당 산업, 고객사의 사업, 경쟁 회사 다 봐야 해. 회사의 재무, 회계, 인사, 법률 등등 회사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다 확인하지. 이슈 사항이 있으면 그것도 정리해서 보고하고.

 프로젝트에 법률 자문, 회계 자문, 많으면 컨설팅까지 참여하는데, 법무법인, 회계법인, 컨설팅회사가 맡은 분야를 제외하고는 증권사가 맡아서 하고 최종적으로 각각 자문사들이 제공하는 자료도 우리가 취합을 해.

매각하기 전에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 매각 전략도 제안해. 퍼블릭딜로할지, 프라이빗딜로 진행할지. 매각 구조는 어떻게 할 건지 등등


Q. 근데 라이프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으셔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에요?

 딜이 끝났을 때.  몇 달 동안 매일 새벽까지 일했는데 마지막에 중단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땐 정말 허무해.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고객사의 잘못된 협상으로 인해서 딜이 깨진 경우에는 정말 답답하지.
반대로 몇 달간 진행한 딜이 잘 마무리되면 홀가분하고 기분 좋아.



Q. 제 느낌엔 이게 딜의 성패가 나타나니까 성취감이 굉장할 거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어느 직종에서 일을 하든 맡은 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면 기분 좋을 텐데 M&A 자문의 경우엔 그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직종인 거 같아. 왜냐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자문사로 선정되지 못하거나, 자문사로 선정되더라도 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Q. 그럼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도 딜이 잘 안되었을 때가 되겠네요?

 그렇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순간은 인수 자문사로 선정되고 고객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는데 사소한 금액차이로 인수에 실패했을 때? 4개월, 6개월 고생해서 진행한 딜이 이렇게 성사되지 않으면 허탈함이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어. 






Q. 하시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M&A라는 프로젝트 안에서 주니어일 때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을 때랑 하는 역할이 많이 다른가요?

 처음에는 리서치 위주로 일을 하고, 경험과 연차가 쌓이면서 보고서나 valuation의 일부분을 담당하거나 총괄하게 되지. 더 연차가 올라가게 되면,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등 역할이 바뀌지.


Q. 이제 이야기를 조금 과거로 돌려서, 증권사 입사를 할 때 가장 결정적이었던 경험은 뭐였어요?

 이 분야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입사한 게 아니야. 이력서 상에는 경험으로 뭔가 어필할 부분은 없었던 거 같아. 학교에서 M&A  관련된 수업을 들었고, 그걸 이력서에 썼었어. 결정적으로는 면접을 진짜 잘 본거 같아. 이력서가 어떻게 통과했는지 모르겠지만, 면접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Q. 그럼 그쪽으로 공부를 많이 한건 맞지 않아요? 수업이라던가...

 많이 준비한 건 아닌 거 같아. 국내 증권사 면접은 일반 대기업 면접하고 비슷한 거 같아. 인성면접, 토론면접 등 면접 진행방식이나 질문이 큰 차이 없던 걸로 기억해.

 임원면접에서 지원자들이 지원한 부서와 관련 질문하는데,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것만 물어봤던 거 같아. 예를 들면 ‘왜 이걸 하고 싶냐, M&A 관련된 아는 거래가 있냐?’
 

 Q. 이제 마지막으로, 저도 힘들고 답답해지면 선배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밥도 먹으면서 뭔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순간들이 찾아온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교환학생이 제일 좋았던 경험이긴 한데, 이런 건 다들 이야기할 테니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좋을 거 같아. 

일단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선택 기준들을 잘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보는 거야. 내가 왜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이게 두 번째인지, 세 번째인지 이유를 생각하고 정리하고. 다만 학생 때 생각할 수 있는 기준엔 한계가 있을 거야.. 

대부분 학생 때는 현실적인 기준들을 고려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주변 직장인 선배들과 이야기해보면서 그런 것까지 같이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선배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였다. 늘 이야기의 주어가 '나'였다가, 선배의 직장과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장시간 나누다 보니, 선배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 이후에 다시 만나면 또다시 내가 내 고민을 묻게 될 테지만, 어느 관점에서 조언을 해 주시는지 훨씬 정확히 알게 될 것 같다.

어떤 것보다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과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중요하게 와 닿았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속 깊은 이야기 나눠 주신 선배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하고, 더불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인터뷰 전문에 전부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Upside 인터뷰를 읽는 모든 독자들이 마지막 스크롤을 내리고, 다시 한번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기준은 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빈다.



Disclaimer
Up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인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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