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여자
작년 이맘 때 쯤, 할인점 영업팀에서 우리 마케팅팀으로 한 선배가 왔다.
블루투스 이어폰를 목에 두르고 양손 자유롭게 통화를 하는 그녀,
사실 나의 유관부서이기도 한 할인점 영업팀은 과연 어떠한 일을 하는가.
그들의 출퇴근시간은 소문대로 자유로운건가. 궁금한게 많아 오자마자 선배에게 당당하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열심히 답을 해준 선배에게, 아직 할인점의 '할'도 모르는 후배에게
이런저런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심에 큰 감사를 전합니다. (보고있나!)
선배. 이렇게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지금은 마케팅이시지만 그전에는 영업 쪽에 계셨다고 했는데.
안녕. 응 맞아! 나 얼마 전까지 할인점 영업 쪽에 있었어. 그리고 마케팅으로 지금은 발령받았지.
그렇다면, 할인점 영업..이라고 하면 사실 저조차도 잘은 모르는데 그동안 어디에 계셨었고,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신 거예요? 너무 바로 인터뷰식인가? 편하게 말해줘요.
음.. 소비재 제품을 만드는 우리 회사 영업조직에서 "할인점 영업"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대형마트들을 매장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영업관리직이라고 할 수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할인점 그러니까 마트를 다니다 보면 돌아가면서 주기적으로 행사를 하잖아.
전단지에 보이는 행사들!!!! 그 행사를 정하는 건 우리 회사 내 할인점 영업 본부팀이고, 나는 주로 위에서 내려오는 행사 안들이 잘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수행하게 만드는, 그 외에 내가 담당하는 매장 개별 상황에 따라 기회를 포착하여,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매출 증진 활동/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했지.
그럼 1인당 몇 개의 매장을 담당하시는 거예요?
매장은 보통 1인당 15개 내외..ㅎㅎ 담당이라서 나는 하루 종일 마트로 출근하고, 돌아다가 거기서 퇴근하는 활동을 했지요.
할인점에 있었을 때 주로 일과는? 그래도 하루 종일 매장을 돌아다니기만 할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회사에서 필요한 내근보다는 현장 위주의 실행을 더 강조했기 때문에, 오전엔 간단히 사무적 업무를 간단히 해. 주로 행사나 매장에 가서 확인을 해야 할 것들을 쭉 생각해보지.
그리고 그다음에 오전 11시 지음 1번째 매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평균적으로 나는 하루에 4개 정도 돌아다니는데, 돌아다니면서 행사가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매장을 가면,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분들이랑도 만나서 추가적으로 협의할 것도 있으면 협의하고. 마지막 4번째 매장을 돈 후에는 바로 직퇴를 하는.. 아주 아름다운 ㅎㅎㅎㅎ 일과였죠.
그럼 맨날 매장을 돌고.. 돌…. 고 도는.. 일정?
아니야! 일단 할인점은 목요일부터 행사가 시작이 된다고 보면 돼.
할인점이라고 하니까 너무 업계 용어 같다. 일반적으로 마트라고 하지. 물론 맨날 매장을 돌구, 돌면서 우리 회사 제품을 메인 기획전으로 건 행사가 있다면 어떻게 매주 바뀌고 있는지, 경쟁사는 어떤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살펴보는 거야.
그런 행사안를 정하는 본부팀과의 회의를 보통 화요일 오전에 하고, 수요일 행사에 필요한 진열을 바꾸고 하기 때문에, 그때 돌아다니면서 그걸 매장별로 챙겨주는 일을 해.
행사라고 하니까, 굉장히 잘 와 닿지 않는데.. 이게 마트에서 막 모음전! 세일! 이런 건가?
행사라고 하면 우리는 마트 전단지에 나와있는, 혹은 큰 마트들에 가면 현수막 걸려있고, 크게 입간판처럼 걸려 있고 이런 거야.
회사별로 카테고리별로 묶어서 테마를 정하고, 고객들의 소비를 장려하게끔, 회사 입장에서는 더 매출이 잘 되게끔, 고객을 설득하는 방안인 거지. 정말 중요해!
아 그럼 행사가 잘 진행되게끔 영업관리직으로서 챙겨주고 이러려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럼 그럼. 물론 할인점 담당으로서는, 진짜 매주 진행되는 행사들이지만 여러 가지 이슈들이 많아,
예를 들어서, 이번에 우리 회사 세제, 섬유 유연제가 메인으로 들어가는 ‘고농축 기획전’이라고 해서 올려지는 매대를 새로 제작을 했어. 근데 내가 담당하는 매장에서 연락이 오는 거지. “담당님~ 행사 들어가는데 집기가 안 들어왔어요! “ 등 예상치도 못한 문의가 많이 오면 이내가 매대 제작하는 쪽에 확인하는 일을 해주기도 해.
목요일엔 대망의 행사가 처음 시작하는데, 행사 첫날은 당연히 문제가 있는 것들 파악하고, 차주 월/화/수에는 매장에 가서 실질적으로 판매하는 우리 회사 쪽 여사원님들을 뵙고,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거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도 파악해서 매장 담당이랑 다음 행사 모음전 논의를 한다던가, 아니면 사건 사고들이 많은데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한다던가 해.
흔히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제품 회수 이런 이슈들도 미리 파악해서 수습하고. 우리 회사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이 빠지고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는 건 사전에 정보 파악해서 전체 매장에 공유한다던가.
알다시피 한 마트에.. 매장에 몇백 개니까 엄청나지. 사실 행사 첫날이랑 전날이 제일 중요한 거지만 다른 날에도 할 일은 많아..ㅎㅎ 영업도 바쁘다고!!!! 심지어 행사고 지나 가격 고지 같은 거 바빠서 못 챙기는 경우도 있거든,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매주 내가 돌아다니면서 챙겨야 하는 거지. 여사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매니저님들이 계셔서, 매니저님들께 확인 부탁할 거 있으면 공지도 하고.
그러면, 행사도 챙기고, 마트 쪽 영업이랑도 커뮤니케이션하고, 여사원님들도 챙기시는 거예요?
응. 엄청나지? 대신 여사원의 근태나 이런 건 매니저님들이 관리하는 부분이고. 나는 매니저님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거나 해. 하지만 내가 매일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다 보면 그런 거 없이 다 같이 친해지고 그러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카톡 방이 대게 많아, 여사원님들 방이 마트별로 있고, 카테고리별로도 있어서 매일매일 매장 당 매출도 공유해드리고. ㅎㅎ어디가 잘 팔린다 그러면 다들 으쌰 으쌰! 하면서 더 같이 하려는 것도 있고.
마트별로 본부 방도 따로 있어. 계속 읽어야 되고 챙겨야 하는 게 실시간으로 오는 거니까 정신이 없기는 하지. 그러다 보니, 모바일용 사내 메신저는 반드시 필수가 되어버리는.. (씁쓸)
사실, ‘영업’이라고 생각하면, 업계에 따라서 하는 업무도 다 다를 텐데, 예를 들어 우리처럼 소비재 쪽도 있고, 아예 유통사도 있고.
사실 영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막 누구를 만나서 매출을 내고. 팔아야 하는 직접적인 ‘매출’을 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정말 영업인 거고, 나는 영업관리직이야.
그니까 쉽게 말해서, 어떤 시스템이 이미 갖추어져 있는 영업조직 안에서 그 시스템이 잘 굴러갈 수 있게끔 케어해주는, 그리고 추가적인 기회나 뭐가 있으면 포착해서 제안하여 매출 활동을 더 할 수 있는 그런 관리의 역할. 매니저야 매니저.
예를 들어서, 내가 담당하는 할인점에 여사원님이 나한테 연락을 해.
“ 담당님, 여기 경쟁사 브랜드 행사 다음 주 목요일에 빠져요! “라고, 그러면 내가 우리 회사 브랜드 기획전 제안서를 예쁘게 컬러로 뽑아서 행사 담당자님에게 들고가는거지. 나도 하나 해보고 싶으니까.
그리고는 가서 "우리는 이번 주말에 봄 행사 진행하게 해주면 판촉 인원 추가로 쓸 거고요, 원터치 텐트랑 돗자리 이런 거 판촉물로 같이 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라면 핫팩 또는 수면양말을 추가적으로 준다고 내세워서 자리를 추가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건 이렇게 하는게 좋거든. 매의 눈으로 마트 구석구석을 훑고 찾는 게 중요해.
물론 마트별로 이런 활동을 하려면 돈을 추가적으로 내야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그래서 그런데는 미리 어디에 위치한 어떤 브랜드 매대가 어제부로 계약이 완료되는지도 파악해서 여사원님들이 귀띔을 해주시곤 해. 그럼 우리가 사전에 본부 쪽으로 예산을 요청하고 그 비용이 컨펌되면, 바로 VMD (Visual Merchandising) 집기를 만들고, 마트 본부 쪽에 제안하고. 그러면서 또 매장 여사원분께는 계속 챙겨봐달라고 이야기도 하고.
아 진짜 어마 무시한 꼼꼼함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선배.
어, 정말 중요한 게 꼼꼼해야 되는 것 같아. 솔직히 이렇게 추가적으로 돈을 더 내고 뭘 더 설치하거나 모음전 행사를 하거나! 현수막을 걸거나! 경품을 하거나! 이런 건 우리 회사 사람 아니면 관심이 없거든.
생각해봐. 우리가 마트에 가면 어디에 어떤 스티커가 붙여서 있는지, 어디에 현수막이 걸려있는지, 이 집기가 어디 브랜드 건지 이런 것들 그냥 쓱 지나치다가 맘에 들면 사고 그러잖아. 고객들도 그러니, 매장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나는 계속 잃어버리지 않게,
제때 잘 들어가게,
그리고 더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게 챙겨야 하는 일을 했지
매장 사람들은 자기 거 아니면 잘 안 챙기게 되니까.
[소비재/영업| ② 있잖아, 내가 유통쪽 영업관리도 해봤는데https://brunch.co.kr/@upside/87]에서 이어집니다.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