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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Jan 29. 2017

소비재/영업|② 있잖아, 유통쪽 영업관리도 해봤는데..

-참고-

소비재/영업| ① 할인점은 행사의 연속이야 (https://brunch.co.kr/@upside/86


 선배, 그럼 정말 힘든 건 뭐가 있어요? 

 내가 아까 계속 행사 이야기 했었잖아. 


 행사를 할 때는 평상시 제품을 판매할 때보다, 저렴한 가격이든 대용량적이든 무언가가 주는 메리트가 있어야해. 보통 경쟁사 같은 경우에는 증정을 많이 넣어줘. 증정이라고 하면 본품 구성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것들 있잖아? 테이프로 붙여서 있기도 하고, 매대 앞에 쭉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회사는 증정을 많이 하지는 않아. ‘증정’이 선착순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행사기간 내내 판매되는 수량만큼 비용이 추가적으로 나가는 건데, 우리가 쓸 수 있는 예산은 알다시피 정해져 있어. 마치 한달에 내가 얼마의 매출을 15개 담당 매장에서 내야하듯이. 

 일단 증정 행사를 많이 안하니까, 진짜 여사원님들이 불만을 엄청 얘기 해. 왜냐하면 증정이 있어야 고객들도 그 혜택을 보고 구매 하고, 또 그만큼 매출차이가 기존 대비 많이 나니까. 


 어제 마트 갔더니 우리 회사 세탁세제사면 섬유유연제 본품 한통 주더라구요.

 응, 진짜 요즘은 행사 매대가 있으면 고객들이 먼저 와서 물어보더라고. “여기에 뭐 더 없어요?” 라고. 
고객 입장에서는 마트에서 막 기획세트 이러면서 대용량에 증정도 해서 판매도 많이 하니까 익숙해진거지. 그러다보니 본품 증정으로 맞대응 하는게 많아. 


 확실히 고객들도 미니 규격 샘플은 이제 기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제 그냥 사지는 않아. 

 그러니까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증정도 많이 해야하고, 행사도 많이 해야하고...


 그럼 힘들 것 같아요. 연속의 느낌인데.

 응. 힘들어.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나 밤 열한시에 매장 담당으로부터 전화 받은 적도 있어. 고객이 우리회사 세탁세제를 행사 중에 구입했는데 손잡이가 떨어지면서 바로 발이 다쳤다고. 근데 솔직히 내가 그 밤에 바로 조취를 취해드릴 방법이 없어서 고객지원센터에 연락하고 어찌저찌 해결을 잘 했었어. 


 대신 다음 날 우리회사 제품 몇 개 더 챙겨서 고객한테 직접 찾아갔고, 다친 곳은 어떤지 괜찮으신지 여쭤보기도 했었어. 마트라는 곳은, 아무래도 제품과 고객의 접점이기 떄문에 이렇게 케어를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또 다른 날은, 기저귀 행사를 할 때였는데, 진짜 엄청난 프로모션이었어. 그림에 그려진 기저귀를 사면 붕붕카를 주는 프로모션이었지. 너무 잘팔려서 빠레트채로 갖다놓고 판매 했어. 근데 실제로 우리가 판매하는 기저귀랑 홍보했던 기저귀 그림이 다른거야. 그치, 여사원이 실수로 기저귀 이미지를 잘못 걸어 놓은거야. 

 그러니까 고객은 그림에 그려진 잘못된 기저귀를 사가셨음에도 붕붕카를 달라고 클레임을 했고, 이건 결국 여사원이 잘못한거여서, 교환 문제는 내가 책임을 져야했었어. 그래서 그 다음날 바로, 나는 운전대를 잡고 여사원을 옆에 앉히고 잘못실린 기저귀를 몇 박스 실어서 그 고객 집으로 찾아갔었지. 힘들었어.


 매장에서 일하다보면 경쟁사 영업직이랑 기싸움 이런게 혹시 있으려나요? 

 음 물론 직접 마주치거나 대화할 일은 없지만…보이지 않는 그런건 있지. 
증정의 대결이랄까? 예를 들어, 우리가 붕붕카 프로모션을해서 엄청 팔았으면, 타 경쟁사에서는 원래 평소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우리 행사 끝나자마자 경품행사 이런거 진행하는거지. 
 


 아 그렇다면, 할인점 영업관리를 만나면… 일명, 갑질해여?ㅎㅎ 

 갑질 장난 아니지. 일단, 매장들은 주기적으로 리뉴얼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일단 각 회사별 영업 담당들보고 오라고 해. 구형 매대에서 신형 매대로 바꿔야하는데, 그 교체 작업을 나를 불러서 시키는거지. 

 그리고 매장에서는 주기적으로 단기별/ 장기별 재고조사를 해. 정말 하나하나 다 세거든. 물론 재고를 관리하다보면 누가 훔쳐가거나 하면 로스도 생기니까. 대게는 제품별로 1,2개 정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 비용을 보통 우리보고 다 물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

 
 물론 이런 상황에서, 군말없이 다 해주는 경쟁사도 있지만, 우리는 보통 잘 안해주거든. 물론, 그런 경쟁사들은 재고를 바로 처리해주거나 하면, 행사를 잡거나 메인 행사 자리 배정할 때 그 경쟁사한테 좀 유익하게 돌아가는 것도 있어. 
 

 이런거 상대하다보면 여자로서 힘들거 같은데…

 일단 힘들어.  

아직도 단순히 여자라서 무시를 당할 수 있어. 
근데 그렇게 안되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해.



 나는 우리회사 담당으로서 우리 제품을 하니까, 다 알고 있어야해. 

 그니까, 내가 우리 제품에 대해서 남들보다 당연히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그래야 행사를 제안을 하든, 뭘 추가적으로 활동을 하든, 더 들이밀고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 요즘 영업은 예전처럼 술을 같이 먹거나, 매달려서 해주세요~ 이런다고 다 해주는게 아니거든. 

 물론 정말 불공평한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아. 갑자기 말도 안돼는 일정을 주고 그 날까지 어떤 신제품을 내놓으지 않으면 우리회사의 전제품을 모두 매대에서 빼겠다라든지. 모종의 협박같은식의 요청아닌 요청도 굉장히 많은데, 이럴 때 일수록 힘들지만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대응하려고 해. ㅎㅎㅎ 

 어쩌피 같이 일해야하는 사람들이고 나만 관련된게 아니라 회사의 이해관계도 있으니까.


 술먹는 일은 그럼 많아여?
 
 정말 뭐 매장마다 점장마다 사실 달라. 좋아하는 사람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아 너무 힘든이야기만 했나?ㅎㅎ


 마지막 영업관리를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은? 

 이거는 약간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재고 로스가 많이 나는게 얘네가 전산정리를 잘못해서 업체한테 뒤집어씌우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내가 하루는 전산상의 문제가 있다는 걸 밝혀내고 싶어서, 내가 마트의 입고기록과 판매기록을 퇴근 하고 나서도 하나 하나 다 대조하면서 결국 그 로스 비용을 우리의 비용이 아니라, 매장측의 비용으로 했던 일? 아주 보람찼던 것 같아. 

 요즘 영업에서 여자들을 많이 뽑는 이유가, 이런 사소한 점들도 그냥 대충 넘기지 않고 꼼꼼히 더 보니까. 이런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아. 기죽지 않고,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중요한데 내 생각에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설득하는 능력. 근데 정말 이게 말 한마디에서 나오는 것 같아. 

나는 여사원들 생일선물도 한명 한명 다 챙겨 드렸어. 
왜냐면 어찌보면 내 매출목표를, 
난 내 여사원님들이 다 해주시는 거니까.
고마워서.



 처음에 선배 입사 했을 때, 자신있게 내세운 역량은?

 내가 전에 백화점에서 인턴 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내가 상대 할 사람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친화력이 좋다? 

 회사에 진짜 커뮤니케이션의 왕이라는 파트장님이 한 분 계셔. 다들 매장담당들이 그 분이랑 통화하면 다 그분이 부탁한걸 본인들이 해주고 있다고.

말 한마디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서 상대방을 움직일 수도 있는 거니까.


 강력한 힘이지 말이란 건.




 우리 회사는 소비재 회사이며, 마케팅과 영업과의 협업이 정말 중요한 회사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영업이 아닌데도, 평상 시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게는 영업관리직을 쓰고 싶으나, '영업'에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과 같은 이미지 때문에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식의 의문을 가지고 내게 많이 물어본다. 

 그렇다, 물어보는 질문들은 항상 같아왔고, 항상 그럴 때 마다 나의 대답은 같으며 인터뷰에 나온 나의 씩씩한 선배 이야기를 해주게 되는데.... 이렇게 Up (業) Side에서도 담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 박효신의 노래에 가슴 설레여하는 선배의 엄청난 광클속도에 phantom도 같이 보고, 좋은 선배이십니다. 우리 오래오래(?) 가요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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