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그룹 인터뷰
경선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힐러리의 승리를 확신했다. 리서치 업계에서 조사한 지지율에서 그녀가 트럼프를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란듯이 결과는 그 반대였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은 대선이 끝나고, 그들의 여론조사가 실패했음을 밝혔다. 반면, LA 타임즈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는데, 무작위로 표본을 뽑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인종에 따른 유권자 가중치를 적절하게 두고, 같은 사람을 주기적으로 반복 조사하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한다.
'자료들을 토대로 어떻게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것인가'가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정보 중 적절한 자료를 취합하는 일'이 없다면 좋은 전략이 도출될 수 없다. 미 대선에서 보듯이 말이다. 자료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과정까지, 이 모든 것을 다루는 역할, 바로 '리서치 연구원'들이다.
그래서 문득 리서치 연구원들의 일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업사이드에서는 업계 TOP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는 두 분을 한 자리에 모셨다.
인터뷰는 도산공원의 힙한 카페 '디센트'에서 진행 되었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며 가고 싶은 곳을 적극 어필하던 J님의 의견을 100% 반영해 결정! 평소엔 Depth interview 때문에 정장 차림을 주로 하는 그녀이지만, 오늘만큼은 쉬크한 느낌이 물씬 나는 블랙룩으로 인터뷰 자리에 오셨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H님도 댄디한 셔츠 차림이었는데, 알고 보니 주말인 오늘도 출근을 하셨다고 했다. 함께 인터뷰를 하자는 J님의 제안에 잠깐 짬을 내어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H님.
업사이드 최초! 두 분의 인터뷰이님들을 한 자리에 모신 '정~말 솔직한 인터뷰'를 지금 시작한다!
하고 계신 일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J&H: 안녕하세요~
J: 저희는 리서치 회사에서 연구원 직을 맡고 있습니다. 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이죠.
보통 어떤 것을 조사하는 건가요?
H: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마케팅 리서치와 사회공공여론조사요. 마케팅 리서치는 사람들의 '소비'에 초점을 맞춰서 이루어지는 조사라고 보면 돼요. 예를 들면, 소비재나 내구재의 U&A(사용행태)조사, 브랜드 인지도 조사, 고객 만족도 조사 등이 있는데, 그 밖에도 너무나 다양해요. 기업과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에 따라서 마케팅 리서치는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어요.
J: 사회공공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어떤 정책에 대한 수요 예측, 타당성 파악을 위해 사람들의 의견을 수집, 분석하는 거고, 그 외에도 요새 나오는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도 있죠. 가끔 전화 받으시는 그런 것들이요.
그렇군요. 마케팅 리서치는 기업이 주요 고객일텐데, 사회공공여론조사는 누가 의뢰하나요? 조사내용 말고도 차이점이 있을까요?
H: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공공여론조사를 의뢰하는 고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주 방식도 일반 기업과 진행하는 마케팅 리서치와는 다르죠. 공공기관에서 조달청에 공식적으로 프로젝트를 올리면, 각 리서치 회사들이 비딩에 참여하는 방식이죠. 거기에서 채택되어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요. 반면, 일반 기업들은 특정 리서치 회사를 먼저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다수에요.
수주에 대해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객사에서 먼저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것 같은데, 역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나요?
J: 있어요. 수주를 따는 방식을 Ad-hoc 조사라고 하고, 저희가 제안하는 경우는 Syndicate 조사라고 합니다. 저희가 임의로 먼저 조사를 진행하고, 거기에서 얻은 자료를 기업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죠.
H: 맞아요, 참고로 정확하게는 수주 방식으로만 두 개를 구분할 수는 없어요. Ad-hoc조사는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을 때 진행하는 조사고, Syndicate 조사는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조사를 해 판매하는 거에요.
그럼 Syndicate 조사도 자주 행해지나요? 어떤 경우에 쓰여지는 지도 궁금한데.
H: Syndicate 조사는 Ad-hoc 조사보다 자주 하진 않아요. 비용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죠. Ad-hoc 조사는 고객사가 원하는 타겟이나 방향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해주기 때문에 조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쉬운 편이죠. 반면에 Syndicate 조사는 연구원들이 '잠재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정보도 더 많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투자해야 하는 시간적인 비용도 커지죠.
J: 조사 후 얻는 이익이 얼마나 될 지 예상할 수 없으니, 진행하기가 사실 쉽지 않죠. 대신 장점이라고 한다면, Ad-hoc 방식의 조사 결과물은 의뢰한 고객사가 배타적으로 소유 권한을 갖는데, Syndicate 조사로 얻은 자료는 리서치 회사가 소유를 하고 그 자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요.
사례가 있을까요?
H: 저희 회사에서는 Consumer Trend Report를 지속적으로 작성하는데, 일부를 뉴스레터 형태로 발간해 홍보하고 더 많은 자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도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2020년의 온라인 쇼핑 주 구매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같은 주제들이요.
그럼 Syndicate 조사를 해보신 적도 있으세요?
J: 저는 없어요.
H: 저희 부서도 하려고 하긴 하던데, 아직 제가 입사한 후로 실제 행해진 걸 보진 못했어요.
방금 저희 부서라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두 분께서 다니시는 회사는 부서가 어떻게 나뉘나요?
J: 크게 여론조사부, 마케팅조사 사업부, 기획조사부 이렇게 3개의 사업본부가 있고, 그 안에 여러 사업부가 있어요.
각각의 사업부는 독립된 영업부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사업부에 따라 전문으로 하는 클라이언트, 조사 종류 등이 다르죠.
그 중에는 특정 산업군만 집중으로 하는 사업부도 있고, Syndicate 조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부도 있어요.
각 사업부가 각자에 맞는 프로젝트를 담당으로 맡아 진행하는 거군요. 그럼 하나의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될까요?
H: Ad-hoc 조사가 주로 시행되는 방법이니 그걸 토대로 설명드릴게요. 우선 수주가 들어오면, 저희는 proposal(제안서)를 작성해요. 그 제안서를 바탕으로 비딩을 따내면 다음으로 조사방법을 기획하죠. 그리고 쿼터표를 만들어요. 다시 말하면 표본을 추출(Sampling)하는 거죠. 전수 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표본을 뽑아 진행하는 조사들이 많다는 건 알고 계시죠? 쿼터란, 응답자를 모집할 대 특정 군을 과표집 혹은 과소표집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응답자 모집 기준을 말해요. 예를 들어, 대통령 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 조사를 진행한다고 할 때, 쿼터가 없으면 특정 연령, 특정 성별 응답자가 과표집 되어서 특정 집단의 의견이 마치 대표성을 띄는 양 수렴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J: 맞아요! 그렇게 표본 추출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설문지 개발도 진행해요. 그러고 나면, 표본들에게 설문을 진행하고, 거기에서 나온 결과들을 취합해서 정리하고 보고하죠.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한 프로젝트의 단계이기도 하지만, 저희 연구원들의 업무 프로세스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저희가 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관여하게 되거든요.
물론 중간 중간에 지원부서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도 있지만요.
생각보단 간단해보이는 걸요?
H: ㅋㅋ 사실 그 사이사이에 할 일들이 정말 많아요. 정~말! 일단, 프로젝트마다 주제나 대상이 계속 달라지는데, 저희는 매번 그것들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모 전자회사가 신제품 세탁기 출시와 관련해서 저희에게 어떤 프로젝트를 던져줬다고 가정해볼까요? 저희 연구원들은 그 기업을 설득해서 비딩을 따내야 하고, 또 조사 방법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세탁기'라는 주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한 일들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죠. 방대한 양의 자료 검색이 주로 이루어지구요,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업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기도 하죠. 그 과정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제가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달라질테니 그게 조사 퀄리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J: 맞아요. 그리고 전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맞는 방향으로 가는 지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죠. 고객이 알고 싶은 것을 설문으로 파악해야 하니, 설문지 개발 단계에서도 피드백을 받아야 하죠.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정량 조사 성격에 따라 설문지를 만들어야 해요.
정량 조사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나보네요!
H: 면접원이 서면으로 응답을 받는 대면조사가 있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웹조사가 있어요. 요즘엔 대면조사도 종이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면접원이 들고 나가서 받고 있어요. 전화로 하는 경우도 있구요. 웹조사가 점점 늘고 있는데, 동시에 1만 명 이상이 접속해서 설문을 진행할 수 있어 운영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J: 웹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돌려야 하는데, 이 때 프로그래밍 담당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설문지를 정리해서 보내는 일까지 저희가 해야 해요. 그리고 그들이 웹 설문지를 완성해주면, 로직에 맞게 굴러가는지 검사도 해야하죠. 면접원들이 나가는 설문조사의 경우에는 저희가 그들을 교육해야 하구요.
휴~ 이런 일들로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건데, 그 만큼 할 일이 많아요.
그럼 정성 조사는 어때요?
J: 정성조사는 더 힘들어요. 보통 정성조사는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파악해야 할 때 실행하는데, 인터뷰 대상마다 다 다른 성격과 상황에 처해 있어서 매번 순발력 있게 질문을 해 나가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식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 맞춰가야 그들이 말하는 걸 이해하고 한 차원 높은 질문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인터뷰 자료 조사도 더 많이 해야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요. 업사이드 인터뷰도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그러게요! 업사이드도 항상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듣는 건 정말 재미있는데, 때로는 인터뷰이가 좋은 질문이라고 느낄 만한 것들을 물어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Part 2
[리서치| ② 빅데이터와 기술의 발전, 리서치의 미래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