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장에서 사 온 고구마 5천 원 치.
예쁘게 생긴 고구마가 마음에 들어 사 왔는데, 사 오자마자 반은 삶아서 먹었고 반은 고구마밥을 해 먹고 싶어 남겨두었다.
그리고 드디어!
남겨둔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밥 만들기 도전!
레시피는 그냥 쌀에다가 고구마 썰어서 올리기가 전부다.
고구마를 더 잘게 썰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내가 씹는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날 위해 큼지막하게 썰었다 (ㅎㅎ)
요리 중에 제일 걱정이었던 건
'전기밥솥에 고구마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였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해진 게 없었다.
다들 제각각인 레시피.
그래서 그냥 느낌 가는 대로
물양을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덜 넣어서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했지만 고구마 is 뭔들...
너무 맛있어-
고구마 밥에, 냉동실에 있던 곰탕사골로 만든 만둣국과 계란찜으로 남편 저녁밥을 차려주었다. 사골국물로 만든 만둣국이 이날 밥상에서 아주 빛을 발했다. 지금 사진을 보니 만둣국에 좀 예쁘게 고명을 올렸으면 더 맛있어 보였겠군.
어떤 날은 김치 한가득 고기 한가득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괜히 염분이 많을 것 같아 급하게 상추를 씻어 함께 내놓으며 건강한 척하려고 한다. 김치볶음밥에 피자를 챙긴 날은 급하게 소금간조차 하지 않은 계란찜과 싱거운 미역국을 꺼내놓으며 이것 역시 건강한 밥상인척 하려 했다.
하지만, 사진만 봐도 안다.
아직 건강한 밥상 차리기는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걸-
나름 콩나물을 사 와서 다듬고 손질하고, 양념도 해서 콩나물무침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초보주부.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기만 할 땐 몰랐는데, 직접 사 와서 해 먹으니 콩나물은 엄청난 식재료다. 반찬으로도 해 먹을 수 있고, 국으로 끓여도 아주 시원하니 맛이 나고, 거기에 두부까지 넣으면 또 다른 국같이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가끔은 라면에 콩나물을 듬뿍 넣어 남편과 먹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그냥 라면을 먹을 때보다 시원한 맛이 난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앞으로 콩나물은 우리 집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식재료가 될 것 같다.
이런 대단한 식재료 가지고
아직은 비빔밥도 예쁘게 못 만들어내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다)
점심 먹은 게 소화가 안된다고
저녁은 간단히 먹고 싶다는 남편에겐
이것저것 다 때려 넣은 샐러드를 먹자 하기도 했고
짜장면이 먹고 싶은 날은
짜장밀키트를 마트에서 사 와
요리해놓기도 한다.
(주의. 짜파게티 아님)
닭볶음탕만 있는 게 허전해 보여
나름의 반찬이라며 급하게
브로콜리를 양파와 볶아서 만들어 내놓기도 하는
간소한 밥상 전문가.
뭘 차려주던지 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운 우리 가족.
뭐든지 잘 먹어주는 아들과
매일같이 칭찬해 주는 남편 덕분에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 무서운 성장세야.
칭찬은 아이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는다.
남편아, 칭찬 더 해줘 (ㅎㅎ)
계란과 김 없이는 불안해하던 나는
점점 집밥 차리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다.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 편은 아니었는데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점점 즐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만하면 직접 요리해 식사를 챙긴다는 건
꽤나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아.
뭐든 시작은 늘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그 단계를 지나치면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
요리도 마찬가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