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주 Jun 20. 2024

아빠 지갑 속 2만 원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다.


그땐 잘 몰랐는데 그리 잘 살지 못했던 우리집. 엄마 수학여행 용돈으로 만원을 주셨다.

 

주변 친구들 모두 삼만 원씩 받아올게 뻔한데...




아침 내내 울고불고 만원 더 달라고 떼쓰던 나. 엄마는 아무리 빌어도 더 주지 않으셨고, 하염없이 울며 부모를 원만하며 집을 나선 13살의 나. 수학여행 간다고 들뜬 친구들 사이에서 창가에 홀로 앉아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 익숙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의 파란색 트럭.



어 아빠다!



반가운 마음에 버스에서 내려 아빠에게 달려갔다. 차 앞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아빠는 지갑을 꺼내 들더니 이만 원을 꺼내다.

재밌게 놀다 와.


명 아빠가 아침에 출근한 것 같았는데, 집에 있었나 아님 엄마가 전화로 말했나. 어떤 연유로 아빠가 나에게 달려와 돈을 줬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그 돈은 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내 삶의 가장 큰 돈이다.


13살의 철없던 딸이 귀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며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고 나갔는데도 쫓아와 돈을 건네주던 아빠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는 여전히 한 달에 10만 원이 되지 않는 용돈을 받는다. 이제는 일을 쉬고 있는 아빠는 가끔 받는 용돈을 고이 모아 이모에게 주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에게 맛있는 걸 사준다.



아빠 아빤 무슨 재미로 삶을 살아


라고 묻는 32살의 철없는 딸에게도 아빠는 웃으며 대답해 주셨다.


그냥. 그냥 살지.





얼마 전 주말부부가 된 딸이 기차타고 남편에게 가겠다고 하자 흔쾌히 데려다 준다던 아빠에게 지갑에 있던 돈 2만 원을 드렸다.


아빠 데려다줘서 고마워.



함박웃음 지으며 내게 잘 다녀오라 한 아빠는 나이게 받은 2만 원으로 얼 했을까?



참 소박한 사람.

억만금을 주어도 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내게 늘 다정 미소만 주사람.




길을 걷다 보면 아무 이유도 없이 아빠가 생각날 때가 있다. 재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면서도 늘 이만하면 좋지 뭐라고 대답하던 아빠가 오늘도 생각났다. 내일은 아빠에게 가야겠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