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 보니, 석영
"그릇이 얼마 남지 않은 싱크대를 뚱한 표정으로 보다가 안방으로 들어간 엄마를 뒤로하고 한동안 생각했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걸 알면서 나는 왜 모르는 척했을까? 왜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을까."
"설거지는 어쩌면 사랑의 표현 중 하나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내가 직접 손에 물을 묻히고 수고를 자처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다."
"퇴근하고 온 아들에게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엄마의 마음은 고맙지만, 나에게도 사랑할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에, 내가 집에서도 자주 설거지를 하게 된다면, 그러다 가끔 정말 내키지 않는 날이 있다면 이 글을 떠올려볼 것이다. 머리 위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뭉게뭉게 띄워두고 설거지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