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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07. 2024

식당에서 아기상어 틀어주는 그 엄마가 나예요.

육아에도 정답이 있나요





드디어 주말이다 ♡


토요일 아침, 당직이라 아침 일찍이 출근하는 남편을 마중하려 일찍 일어났다. 다시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잠도 안 오고 서 글이나 쓰자며 책상 앞에 앉았다.

 

내가 쓰고  글들을 쓰기로 결심하고나서부터 글 쓰는 게 다시 재밌어진 요즘. 뭘 쓸까를 고민하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지금은 일단 글을 쓴다. 쓰다 보면 또, 적고 싶어지는 글들이 생기더라.


글을 쓰고 있는 중, 아이가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이고 집을 나섰다. 이상하게 커피 한 잔 사 오고 싶은 날이란 말이지.










출발 ㅎ_ㅎ

얼른 나가자-





집 앞 카페에서

헤이즐넛라떼 한 잔을 사고 나오는데,

우유를 마시고 싶다며

아이가 날 편의점으로 이끌었다.


그래 기분이다 하고 길 건너 편의점에

들어서는 순간 뽀로로와 눈 마주친 도하.


우유는 본체만체 뽀로로 음료수로 직진하는

도하가 귀여워 그대로 사주고야 말았다.


아침부터 무슨 뽀로로 음료수냐 하고

한마디 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아이의

아침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워킹맘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방송을 즐겨본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열심히 챙겨봤는데 챙겨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부모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은 있을 것 같은 기분.


육아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육아에 정답이 뭔지를 알고 싶어 참 열심히도 챙겨본 방송.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는 도중 아이에게 아기상어를 틀어주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는 말을 들었다.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은 짧은 시간이라 별생각 없이 했던 나의 행동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 신기했나 보다. 아이를 사랑하는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앞에서 대놓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사랑하는데 왜 그럴까-



그러게 왜 그랬을까?

난 도하를 사랑하면서

왜 아이에게 좋지 않은 걸 아는 행동을 했을까.







그냥 내가 편하려고.


식당에서 소리 지르는 도하를 달랠 자신이 없고 주변 사람들이 밥 먹는데 피해가 가는 것도 싫었으니깐, 괜찮겠지 하며 틀어준 거다.

내가 편하려고.


아무리 금쪽이를 챙겨봤어도,

아무리 육아 책들을 읽었어도,

결국은 내가 편한 행동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시간을 줄였다.


식당에 가서도 버틸 만큼 버티다 아기상어를 틀어주고 어떤 날은 아예 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을 정도로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나갔다.


아예 틀어주지 않는 건 아직 힘든 일이다.

나도 좀 편하면 안 되냐 하는 마음이 아직은 좀 남아 있는 걸까. 뭐 이 정도 마음은 남겨놓아도 될 것 같아-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너무 억울할 때가 생긴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아이가 돌아다니는데 왜 뭐라 하지 않는지, 장난감이 너무 없어서 징징대는 건 아닌지, 아이가 잠을 너무 못 자는 건 아닌지 등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다. 별말 아닌 걸 아는데, 괜히 울컥해지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안 믿겠지만,

우리끼리 있을 땐 안 돌아다녀요.

집에 있을 때는 이렇게 안 해요.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니

이제는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게 나에겐 오히려 좋아.





100%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내가 부족한 모습이 있으면

내가 부모로서 잘하는 모습도 분명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칭찬에 인색하고,

잘못된 행동에

쉽게 질책하니깐.





한참을 놀다 잠든 도하덕에 생긴 자유시간.


가만히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조금만 불편해지면 된다.

그러면 같은 오답을 고르지 않는

조금 더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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