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아침 6시가 좀 지나면 남편이 출근을 하고,
조금 더 지나 6시 30분이 되면 내가 일어난다.
그리고 도하는 어쩔 땐 5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어쩔 땐 7시가 넘어도 안 일어날 때가 있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바이오리듬을 가진 아이다.
잘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 봐
조심조심 방을 나선다.
크리스마스 지난 지가 한참인데
트리가 아직도 있다.
해가 바뀌고 벌써 10일이나 지났는데도,
연말분위기가 나는 게 너무 좋아 치우지 못한 트리.
씻고 나오니 아직 오전 7시도 안 됐길래
조용히 책을 꺼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긴 한데
어젯밤 갑자기 생각이 나 다시 꺼낸 책.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_이혜림
"내 삶에서 불필요와 군더더기를 줄이고 비우며 갖게 된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 공간, 돈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로소 미니멀 라이프가 내게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물건이 적으면 공간의 관리도 수월해지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 자체가 보다 간단하고 심플해지는 것이다."
화장대를 없애니, 화장품의 수가 줄어들었다. 색조화장은 안 하지가 오래되었고, 기초화장은 로션과 크림만 바르고 있다.
그렇다고 화장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로션에 파운데이션에 아이라인,
그리고 립스틱까지가 내 화장의 전부다.
다해서 5분이 걸리지 않는 화장.
가끔 눈썹정리라도 한다고 치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그러니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데까지의 준비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출근준비를 하는 게 대부분이니 그나마도 30분 정도 걸리는 거지, 장 보러 가거나 잠시 앞에 나갈 때는 더 짧아진다. 옷도 몇 벌 없어 고민할 거 없이 간단하게 외출준비가 끝난다.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냐고?
회사에 출근을 할 때는 몇 없는 옷들을 가지고 나름의 코디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몇 없는 옷'이다.
그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가지고 있는 옷들 중 상당량을 버렸고,
이후에 새로운 옷을 집에 들이면
안 입던 옷을 버리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코디라 할 만큼의 옷이 없다.
그래도 나름 몇 없는 옷들을 이렇게도 입어보고 저렇게도 입어보며 최대한 깔끔하게 출근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내 삶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비웠고,
그만큼 빈 공간에는 물건이 아닌 다른 것들이 채워졌다.
예를 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던가
오늘처럼
이른 아침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라던가.
그냥 비우기에만 급급했던 시간들을 지나자 비워진 공간에 새로운 것들이 차기 시작했다.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삶의 빈 곳곳마다 채워지고 있는
나의 취향들.
살림을 꾸리는 것 역시 수월해졌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나면 금방 설거지를 끝내고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또한,
거창한 밥상이 아니라
간단히 아침을 먹는 습관이 생겨
토스트에 과일로만으로도
도시락을 챙기게 되었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마음도
우리에게 생겼다.
일상에 여유가 생기고,
출근 전 짧은 시간이지만 독서를 할 수 있는
아침이 참 좋다.
앞으로도 지금의 간단하고 심플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비움을 실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