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표가 번아웃이 와서 일을 안 해요(창업일기 Ep.1)

육식동물처럼 일하기 vs 초식동물처럼 일하기

지금은 화요일 밤, 저번주 수요일부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수요일은 10월 한달 내도록 매달려왔던 프로젝트가 끝난 날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달 동안 주말도 없이 일해왔고 내 모든 에너지를 짜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정신의학과에 가서 그 이유를 알아냈다. 내 자율신경계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번아웃


의사 선생님은 차트를 보시더니, 일반적인 사람은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라고 하신다.

나는 너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해하신다.

체감상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고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 명상도 자주하고 하루에 1시간은 꼭 산책하려고 노력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 보다 우울증,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되는 약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지경이 나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날 멘탈 관리도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퍼져서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다행히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찾아가 지금은 잘 관리하고 있다.

약을 먹으면서까지 프로젝트에 몰입했다. 많은 이슈가 터졌지만 결국엔 잘 해결됐다.


먹고살기 위해선 쉬어야 한다


내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긴장이 확 풀리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후 7일동안 말그대로 몸이 안 움직였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족히 1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주말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아직도 회복이 안 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번아웃 증후군일까. 아직은 초기증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나는 필사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생존을 위한 휴식이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간다.

그럼 돈을 못벌게 되고 회사가 망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일하기 위해 쉬어야 한다.


그런데 자꾸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과연 내가 지금 쉬어도 되나?

다음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 

열심히 영업을 다녀야 하는 게 아닌가?

사실 올해까지 그냥 놀아도 괜찮을 정도로 

자금은 여유가 있다.

내가 사장이라서 뭐라하는 사람도 없다.

근데 나는 왜 자꾸 일하려고 하는 것일까?



초식동물 VS 육식동물, 열심병


나는 초식동물처럼 일하는데 익숙해져있었던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던 재미있는 비유법이다.

초식동물은 하루종일 풀을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산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흔히 초식동물에 비유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꾸준히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창업자는 육식동물처럼 일해야 된다고 말한다.

육식동물은 한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어 먹이감을 사냥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싸워내서 이긴다.


나도 그동안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노력했고, 한달 동안 모든걸 쏟아부었다.

먹이감 사냥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배부른 사자처럼 누워서 쉴 시간이다.

하지만 내 무의식 속에 아직은 초식동물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인, 일이 없어도 계속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강박 같은 것이 내안에 잠재되어 있을거다. 나는 이걸 보고 '열심병'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눈치 안보고, 양심에 찔리지 않고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 나는 점점 열심병에서 벗어나고 있다.

초식동물 마인드를 지워버리고 육식동물 처럼 살것이다.


내가 배부르게 쉬는 동안도 회사는 최소한의 일을 해야 된다.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여기는 사바나 초원이 아니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달은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할애할 계획이다.


회사가 스스로 일하게 하라


평균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30%는 인적자본 (노동자 개인이 소유한 지식과 능력, 스킬)에서 나온다 (강성춘, 2020). 

텐투고 같은 초기 스타트업은 인적자본의 비중이 거의 100%다.

11월의 목표는 인적자본의 비중을 낮추고 조직자본을 늘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조직자본이란 조직만의 독특한 문화, 규칙, 프로세스 등에 내재된 지식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조직자본을 늘리기 위해선 일단 반복되는 일들, 비교적 단순한 일을 리스트로 만든다.

그리고 알바생을 뽑아서 시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메뉴얼을 만들면 된다. 


조직 자본의 비율이 늘어날 수록 신입사원 교육에 드는 비용과 경력직 채용으로 오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틀에 박힌 업무만 계속 하다보면 직원의 업무만족도가 낮아지고, 성장이 정체된 직원들이 많아 회사의 폭팔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인적자본 비중에 높으면 핵심 인력이 어떤 이유로든 이탈했을 때 회사의 퍼포먼스가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 지금의 텐투고처럼 말이다.


그러니 각자 회사의 상황에 맡게 잘 판단해야 할 문제다. 

텐투고에 적절한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계속 고민해가면서 정답에 가까운 비율을 계속 찾아갈 것이다.



대구 경북 기반 스타트업 텐투고

프라이스 엔지니어 이재홍

퍼포먼스 마케팅 & 시장조사 & 가격 전략 컨설팅

10togo.manager@gmail.com

https://thepriceengineer.com


참고문헌

강성춘, 2020, 인사이드아웃: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21세기북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