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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지원사업받기 전 당신이 고민하지 않은 3가지

지원사업이 있어 사람을 뽑는 게 아닌, 좋은 사람이 있어 지원사업을 쓴다

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 들어온 24살의 삐쩍 마른 여학생 인턴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반이었고, 일을 곧잘 해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줬다. 그런데 불과 2주 후 그 인턴의 회사생활은 끝났다.  그녀의 유일한 잘못은 사람을 뽑을 준비가 되지 않은 회사에 들어온 것이었다.


요즘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 스타트업 입사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늘었다. 더불어 정부에서 고용률을 늘리기 위해 일 경험,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 같은 인건비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수요와 공급 모두 충분하고 정부지원도 탄탄해서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을까? 고용된 신입들은 회사에 월급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 두 질문 모두에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정부지원사업이 많아지면서, 아직 사람을 뽑을 준비가 안 된 회사들이 사람을 갑자기 채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며 스타트업의 신규 고용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인건비 지원사업은 스타트업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임은 분명하다. 너무나 좋은 기회를 잡기 전에, 다음 3가지 정도는 생각해보자.


1. 채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면접은 두 거짓말쟁이들의 토크쇼

면접장에는 2명의 거짓말쟁이가 있다. 하나는 면접관이고 다른 하나는 지원자다. 면접관은 소위 말하는 "사람 보는 눈"을 과신한다. 자신들이 처음 보는 지원자를 한눈에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만의 그럴싸한 기준이 있긴 하다. 그러나 막상 들어보면 좋은 인재를 뽑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질문들이 많다. 그리고 심지어 질문도 애매하게 해 놓고 원하는 대답이 안 나왔다며 탈락시킨다. 대부분 그들의 "기준"은 결국 자기 자랑으로 수렴한다. 면접을 핑계 삼아 통찰력을 간접적으로 자랑하는 듯한 면접관을 많이 만나봤다. 이 거짓말쟁이는 자기 스스로를 속였다. 



그에 못지않게 지원자도 거짓말을 많이 한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뭐든 다 알고 있는 척한다. 면접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떻게든 나의 단점을 숨기고 장점만 부각하려고 한다. 살짝 거짓말도 섞을 것이다.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이런 두 거짓말쟁이들이 서로를 속여가며 면접을 본다. 제대로 된 사람이 뽑힌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구글은 한 때 면접을 10회 넘게 본 적도 있다. 2~3번의 면접으로는 좋은 사람을 뽑기 힘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검색시장 1위 기업에게도 면접은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면접은 봐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면접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나도 답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원하는 인재상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를 좋은 직원을 뽑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다. 누굴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원하는 사람을 어떻게 뽑을 건가. 다음 파트에서 그 기준을 정하는데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2. 어떤 사람을 뽑을지 정했는가?

사실 원하는 인재상을 정하려면 회사의 방향성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fast follower가 될 것인가? 빠르게 성장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IT 스타트업이 될 것인가? 강소기업 스몰 자이언츠가 될 것인가?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필요한 인재가 다르다. 


강소기업의 경우 헌신적이고 팀워크가 좋은 인재가 필요하다. 이를 몰입형 인재라고 부른다. 혹은 헌신형 인재라고도 한다. 몰입형 인재가 많은 기업은 IPO 가능성이 조금 낮아도 장기간 생존에 유리하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시장을 장악하는 IT 공룡이 되고 싶다면? 스타형 인재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의 코딩 천재들이 모이는 데는 그들을 원하는 회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다. 스타형 인재들은 돈보다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회사를 선호한다. 그리고 배울게 더 이상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IT 업계의 이직률이 높은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필자의 경우 생존주의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스몰자이언츠가 내 목표이다. 이런 회사에겐 헌신형 인재가 적합하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게 두렵다. 그 사람을 믿고 사업 규모를 키웠다가 이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건가? 


가장 위에서 언급한 인턴이 기억나는가? 그녀의 실수는 스타형 인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있던 회사에서 그 "스타"는 회사의 대표였다. 짧은 2주 사이에 그 대표는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했고, 그 회사는 2주 뒤 폐업하기로 했다. 이 경우엔 스타형 인재가 대표였지만, 그가 직원이었어도 같은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다. 


3. 사람을 뽑을 준비가 되었는가?

사람 뽑을 준비라 함은, 구체적으로 노무적, 재무적, 시간적 준비를 말한다. 


3.1 생각보다 복잡한 노무관리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부터 생각보다 복잡하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포함시켜 놔야 하는 조항들이 많다. 노무사와 함께 공통 근로계약서 템플릿을 하나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퇴직금은 언제 발생하는지, 해고하기 얼마 전에 통보를 해야 되는지 등 몇 가지 기본적인 노동법은 인지해두는 것이 좋다. 



3.2 재무적 준비

회사의 매출은 언제 어떤 이유로 급락할지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최소 1년은 아무 수입이 없어도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현금이 있어야 된다는 마인드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되어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나의 주관적 기준이다. 


지원사업으로 신입사원을 고용하는 경우는 어떨까? 지원금은 대게 6개월 뒤면 끊긴다. 없는 돈을 당겨서 쓴 셈이다. 그 6개월이 지나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것이다. 그때 가서 사람을 해고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빚을 내면 대표는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도 회사의 자체적인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혹은 유보하고 있는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고용을 하는 것은 아주 프래질한 행동이다.


3.3 시간적 여유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교육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스타트업 특성상 모두들 1인분 이상의 업무를 맡고 있을 것이다. 다들 바쁜데 신입사원을 잘 챙겨줄 수 있을까? 이미 야근을 하고 있는데 신입 교육까지 시켜야 한다면? 교육도 하나의 업무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창업기업에게 미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라고 하고 싶다. 필자는 지금 매뉴얼은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여,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 와도 이거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되게 만들자 라는 마인드로 만들고 있다. 잘 만든 매뉴얼 하나가 10명의 교육 담당자 부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만든 매뉴얼의 다른 장점은 갑작스러운 퇴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대체 인력을 채용해도 매뉴얼이 있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


3.4 지인 채용 vs 모르는 사람 채용

뭐든 좋다. 그러나 최소 6개월은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채용을 하자. 나는 현재 개발자가 한 명도 필요하지 않다. 가까운 6개월 내에 개발자를 채용할 계획이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계속 물색하고 있다. 네트워킹을 가장한 면접을 보고 있다.


그에 반해 마케터의 경우 지금 당장이라도 채용을 하고 싶다.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도 채용하지 않는다.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후보군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소일거리를 던져주며 역량을 테스트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한다. 


그러니 지인이든 아니든, 두고두고 살펴본 다음에 채용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연애를 해도 사람을 한 두 달 보고 만난다. 그런데 회사 직원을 뽑는데 면접날 단 하루를 보고 뽑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인건비 지원사업 언제 쓰란 말이냐?!

위에서 언급한 3가지가 모두 준비된 상태라면 당장 지원사업에 신청하자. 그러나 3가지 모두 부족하다면 조금 미뤄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완벽한 상황이란 없다. 그러나 최소한 6개월 정도 지켜본 사람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지원 사업에 참여하길 추천한다. 


결국 지원사업이 있어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있어서 지원사업을 쓰는 것이다. 정부지원사업이 많아질수록 선후관계가 역행되고, 사업의 본질이 퇴색되는 경우가 안타깝다. 현재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스타트업은 더 잘 활용했으면 절대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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