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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념'

싱큐베이션 12기

이 책을 읽으며 내 사업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전념하기에 대한 3가지 두려움 중 2가지를 나 역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후회의 두려움은 없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철저히 리스크를 다 따져보고, 기회비용도 계산해본 뒤 플랜 A,B까지 만들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사업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러나 2번째 두려움인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나는 현재 창업한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1인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왜냐면 전에 다니던 스타트업이 인건비 때문에 망하는 과정을 다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물론 중간에 직원을 채용한 적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내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기 때문에 나는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분에게 전념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직원분 역시, 당연히 회사에 전념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다 전념하지 못해 결과가 좋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인건비 뿐만이 아니다. 나는 내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한다. 그러나 팀원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고정된 시간이 출퇴근을 해야하고, 그들에게 내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이재홍'이 아닌 한 회사의 대표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야 된다. 책에서 언급한 그대로 자율성과 정체성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질까봐 두려웠다.


3번째 두려움은 고립에 대한 두려움(missing out)이다. 이 역시 깊게 공감한다. 수많은 사업 기회들이 있었다. 좋은 조건에 자기네 회사로 들어오라는 제안도 있었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에게 2억원을 투자해줄테니 자기가 새로 설립한 법인 운영을 맡아보라는 제의도 있었다. 친한 어느 스타트업 대표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며 같이 해보자고 찾아온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톡옵션을 줄테니 마케팅을 맡아달라는 제안 때문에 고민중이다. 다들 너무 너무 좋은 기회로 보인다. 나는 내 회사에 고립되어서 이런 기회들을 놓칠까봐 두려웠다. 실제로 몇 건은 성사되기도 했다. 그동안 원래 내 사업에 전념할 기회를 놓쳤고, 결국은 다 정리하고 다시 내 사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발적 전념하기를 통해 내 사업 아이템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좋아보이는 기회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팀원과 함께할 기회가 생기면 기꺼이 내 자유를 포기하려고 한다. 결국 전념하기를 통해 더 많은 자유와 선택지가 내게 돌아올 것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당장 눈앞의 자유를 사수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내게 올 수 있는 많은 선택지를 위해 전념하기로 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었다.

만약 오랜 연구 끝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초콜릿 칩 쿠키를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10년 후에도 동네 주민들이 쿠키를 먹으려고 문을 두드릴 것이다.

완벽한 초콜릿 칩 쿠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한번 잘 만들어두면, 프랙탈로 그것이 커져 더 많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현재 나는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위의 구절을 가슴에 새겨놓고 살아야겠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예술가가 처음 작업을 시작할 떄 제일 먼저 할 일은 벽과 한계를 저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틀이 필요하다.

요즘 일을 오래 하다보니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밤까지 일할거야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 시간이 무한정 많아진 기분이고, 그래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저녁 시간 이후로는 절대 일을 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짜보려고 한다. 근무 시간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오전 오후에 더 집중력있게 일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내 체력을 소진하는 일이 줄어들어 번아웃에 빠지는 빈도가 낮아질 것이고, 이는 또 내게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전념]을 읽은 뒤 느낀 감상평은 이와 같다. 어쩜 이리 내 상황과 딱 들어 맞는지 모르겠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은 뒤 혼란스러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가 매일 보내는 지루한 날들이, 모두 전념하기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전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이제는 전념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뀐 것 같다. 전념 끝에 다가올 나의 미래를 기대해보면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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