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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 은하수 Jul 14. 2023

우주의 개미구멍#18

어떻게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합니까?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무한 경쟁 사회를 함축적으로 잘 담은 캐치프레이즈이다. 어떤 성별, 세대, 집단을 가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꼭 만나곤 하는데 이 글을 통해 고백하자면 그런 사람들이 배 아플 정도로 부럽다.     


 나는 그와 반대로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늘 명심하고 살아간다. 오늘날의 내 모습은 성공보다 실패로 얼룩진 결과물이라서 만약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한다면 진작에 동아줄에 목매달고 자살을 해야 한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내 삶은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떳떳하지도 않아서 내가 내 가치를 발굴하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아주 간혹 누군가는 내 삶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사람이 나타나곤 한다. 겸손이 아니고 그 사람을 위해 단호하게 말한다.      


 “내 삶은 실패했어.”     


 다만 실패 속에서 무엇을 노력하고 배웠는가를 생각하고 ‘진인사대천명’을 바랄 만큼 최선을 다했는가 고민한다. 대충 내 타고난 운을 보았을 때, 성공확률이 2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남들이 10번 시도해서 성공한 결과 5개를 얻을 때, 나는 30번을 시도하면 남들만큼 따라갈 수 있다. 그러니까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그 실패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 시도를 많이 늘리는 것, 그게 실패한 인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러고 보니 때때로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이 진로 상담을 요청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그 직업이 갖고 싶은지 묻곤 하는데 학생들은 그 직업에 대한 비전, 롤모델를 이유로 든다. 동경과 낭만. 참으로 설레는 말이지만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성공한 사람 말고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부터 찾아봐.”     


 성공한 사람들의 단내 나는 경험보다 실패한 사람의 쓰고 구린 입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그 꿈만 보고 달리다가 실패했을 때 상황부터 받아들일 준비부터 되어있어야 한다. 성공은 드물어서 값지다. 하지만 미디어는 성공한 사람을 우상화하기고 인터넷 커뮤니티는 허풍과 기만이 넘친다. 그러니까 대중들은 기회의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행복에 취한다. 우선은 극단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성공할 정도면 개나 소나 성공한다. 그러니까 일단 실패한 결과부터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했다가 망하면 그때부터 밀려오는 허탈감은 누구도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서 실패한 인생을 살아가는 나는 이렇게 비관적인 이야기밖에 못 해주고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프로답지 못한 태도로 겨우 살아간다. 물론 성공하지 못한 열등감의 발로겠지만. 변명하자면 약자의 생존방식이라 자위해보자. 그래, 결과 중시는 성공한 너희들이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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