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엄마가 되다] 링링에게 쓰는 첫 편지

by 이하린
25년 10월 14일 초음파. 처음 보는 링링의 엎드린 모습.

링링, 안녕.


오늘은 2025년 10월 22일. 네가 엄마 뱃속에 들어온 지 17주 차가 되었어.

출산 예정일인 내년 3월 29일까지는 아직 158일이 남았네.


병원에서 안정기라 말하는 12주까지는 시간이 지독하게 느리더니 그 이후부터는 훅훅 흘러가는 기분이야.

초기엔 병원에 갈 때마다 피가 말랐어.

임신을 확인하는 피검사를 두 번이나 하고, 아기집과 난황을 보고, 심장 소리를 듣고, 젤리곰 같은 네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마다 엄마는 '아기가 잘 있겠지?' 하는 불안과 싸웠단다.

너는 ‘나 이렇게 건강한데 엄마는 왜 그리 걱정이 많아’라는 듯 늘 주수대로 잘 커가는 모습만 보여줬지.

강한 너를 더 믿어줘야 했는데, 불안이 많은 성격 탓이겠지.

링링은 나보다 훨씬 더 담대한 아이로 태어나길 바라.


엄마는 지난주부터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제법 임산부 태가 나.

아침엔 임신 전과 비슷한데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나면 배가 동그랗게 튀어나오는 게 신기해.

평소 입던 바지가 불편해져서 고무줄 치마를 샀고, 지난 주말엔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이 없어 한참을 고민했지.

배가 나오는 것 말고도 몸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느껴져. 처음 겪는 임신이다 보니 모든 변화가 새롭기만 하네.

조금 있으면 태동도 시작되겠지? 너의 움직임을 직접 느끼는 날이 기다려져.


엄마 주변에도 임신 중인 친구들이 많은데, 대부분 입덧으로 꽤 힘들어해. 그런데 링링은 조금도 입덧을 일으키지 않네.

다른 증상들도 크지 않아서 엄마는 매우 무난한 임신 기간을 보내는 중이야. 하루하루 감사하며 이 평온한 기간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고 있지.

그리고 가족은 물론, 친구와 회사 선후배들까지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이것저것 챙겨줘.

얼마 전에는 옆집 아주머니가 문 앞에 사과를 두고 가셨더라고. 회사에서도 모두 잘 배려해 줘서 덕분에 스트레스 덜 받고 링링에게 집중할 수 있어. 엄마는 참 복 받은 사람인가 봐.


너의 성별을 알게 된 건 13주 차였어.

니프티 검사를 하기 전 초음파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아들일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힌트를 줬어.

그때 엄마는 화들짝 놀랐어. 특별히 바라는 성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엄마가 딸이어서 그런지 막연히 링링이가 딸일 거라 생각해 왔거든.

그다음 주 니프티 결과를 보니 선생님이 말한 대로 정말 아들이더라.

내 몸에 다른 성별의 아기가 들어와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서 한동안 멍하니 웃었어.

사실 조금은 걱정도 돼. 엄마는 외동딸로 자랐고 학창 시절 이성 친구가 별로 없었기에 성장기 남아에 대해 잘 모르거든.

같은 남자인 아빠를 믿어봐야겠지.

아빠는 네가 태어나면 축구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함께 하고 싶어 해. 링링의 운동신경은 어떨지 궁금하네.


오늘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 이렇게 글을 남겨봤어.

엄마는 작년에 <빅토리노트>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작가가 육아하면서 틈틈이 일기를 써뒀고, 그 일기를 딸이 성인이 됐을 때 생일 선물로 줬대. 딸은 그걸 다시 책으로 엮었지.

엄마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성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링링도 성인이 되어 이 글을 읽게 되려나? 아니면 성격 급한 엄마가 더 일찍 보여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제 읽든 네가 좋아하길 바라며.

다음에도 시간을 내어 링링에게 편지를 써 볼게.

오늘도 엄마 뱃속에서 재미있게 놀아.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