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링.
오늘은 11월 3일, 임신 19주 차야.
얼마 전에 아빠랑 임산부 부부요가 수업에 다녀왔어.
올봄에 발리에서 함께 요가하며 친해진 나연 선생님이 운영하는 클래스였어.
부부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수련은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어.
아빠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왜 그렇게 웃음이 터지던지.
소리 내 웃으면 수련 분위기를 망칠까 봐 애써 고개를 돌리고 참았지.
참다 보니 얼굴이 시뻘게져서 나중엔 구구단까지 거꾸로 외웠다니까.
다행히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임산부 두 명과 그 남편들도 수시로 웃음을 터뜨렸어.
함께 웃고 호흡한 부부요가는 사랑이 가능한 특별한 시간이었어. 링링 덕분에 좋은 추억을 남겼다.
다음 날엔 배가 살짝 뭉치는 느낌이 들어 병원에 다녀왔어.
임신 중기에 흔히 있는 현상이라지만 이전에도 말했듯 엄마는 겁이 많잖아. 널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지.
초음파 화면 속 넌 역시나 아주 잘 놀고 있었어.
병원에 가기 직전 캐러멜 사탕을 하나 집어 먹었더니 그 달콤한 기운 때문인지 정말 쉼 없이 움직이더라.
이번엔 너의 다섯 개의 작은 손가락도, 다리 사이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것(!)도 처음 봤어.
정말 귀엽고 신기했어.
요즘 아빠는 태담을 시작했어.
아빠가 워낙 오글거리는 걸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사실 엄마는 기대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링링에게 말을 걸더라.
아빠가 “링링아 잘 잤어? 오늘은 뭐 먹고 싶니~” 하면 엄마가 대신 “칼국수요~” 하고 대답하는 식이야.
그럴 때마다 아빠는 크게 웃어.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거면서 너인 척 말하는 게 웃기다나 봐.
아빠의 출근 루틴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어.
원래는 아침마다 엄마에게만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갔는데 이젠 엄마 얼굴에 한 번, 링링이가 있는 배에 한 번 뽀뽀를 해.
다정한 아빠 덕에 엄마는 잠결에도 큰 행복을 느껴. 이 따뜻한 감정이 링링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겠지.
어제는 가을 날씨가 무척 좋아서 엄마, 아빠, 그리고 대치동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네 명이서 칼국수를 먹고 양재천을 걸었어.
어느새 우리 대화 주제의 대부분을 링링이 차지하고 있어.
태어나기도 전에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받다니. 태어나면 얼마나 더 많이 귀여움을 받을까?
엄마는 외동딸이라,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 친정에 손주는 링링뿐이야.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받으며 자라게 될 테니 기대해도 좋아.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잘하는 링링이가 되렴.
물론 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기쁨이겠지만 말이야.
그럼 이만. 첫 태동을 기다리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