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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Feb 20. 2018

자취방=공연장?

영감의 공간에서 느낀 영감 01


네덜란드에는 'Stukafest'라는 축제가 있다. Student Kamer Festival의 줄임말. 직역하면 학생들의 방 축제다. 젊은 신진 예술가,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연극, 무용, 음악 등의 공연을 한다. 축제 전체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이들도 학생들로 이루어진 기획자 집단이다. 여기까지는 새삼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태가 벌어지는 곳이 자취방이라는 건 사건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축제 개최 전 방 신청을 자유롭게 받고 그중에 선정된 방이 무대가 된다. 방을 빌려 준 대가는 크다. 소정의 임차료, 새로운 방문객들, 이 흥미진진한 경험.     


Stukafest 공연의 순간 01 (출처: Landhuis 홈페이지)


Stukafest 공연의 순간 02 (출처: The Wong Janice 홈페이지)


진작 알았으면 나도 플랫 메이트들과 상의해서 신청했을 것이다. 방주인이 아니라서 아쉬움이 컸지만 관객이 된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총 세 가지의 공연, 인디밴드, 독백극, 현대무용 댄서 듀오의 공연에 참여했다. 현대무용 공연을 찾았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눈 오는 저녁, 자전거를 타고 헤매다 끝내 누군가의 자취 공간을 찾았다. 현관에 들어서서 속눈썹까지 쌓인 눈을 털어내고 꼬불꼬불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에 위치한 자취방에 도착했다. 가까스로 공연 시작 직전에 도착해 안도했다. 방주인 친구가 나와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동시에 내 손에 샴페인 잔을 쥐어주었다. 샴페인 잔을 자연스레 손에 들고 거실 겸 주방 겸 복도인 곳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니 20명 정도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때 현대무용을 처음 접했다. 방에 있던 누군가의 책상, 의자 등이 공연 소품이 되었다. 가사 없는 전자음악에  두 명의 댄서는 몸을 맡겼다. 현대인의 답답함을 표현하는 듯한, 무언가를 벗어나고자 하는 난해한 몸짓을 했고, 결국 윗도리를 벗어던지면서도 해방되지 못한 몸부림을 보는 순간 스물두 살의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 명의 댄서와 나의 눈이 딱 마주쳤을 때, 나는 이 방을 사랑하게 되었다. 매우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술이 펼쳐진다는 게 신기해서. 이렇게 밀접하게 예술가와 호흡할 수 있어서. 샴페인 잔을 한 손에 들고 다른 관객들과 이 편한 분위기에서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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