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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Oct 15. 2016

유럽 같은, 중국 칭다오

중국 칭다오 이방인의 기록 01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라는 에어비엔비의 최근 광고 카피에 동감한다. 세계 130여개의 도시를 여행해 본 여행마니아로서 느끼는 건데, 오래 머문 지역일수록 더 인상에 깊게 남는다. 그래서 지인들에게도 짧은 기간 내에 여러 개의 도시를 찍는 여행이 아닌, 한 도시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여행을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지역에 일정 기간 살아보는 것도 좋다. 반(半) 지역민이 되어 지역민들이 사는 방식대로 살아보며 그 지역문화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제 1의 고향 제주를 떠나 제 2의 고향 서울에 살았다. 제 3의 고향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제 4의 고향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머물다 현재는 제 5의 고향이 될 중국 칭다오에 있다.
 
중국의 칭다오는 유럽 같다. 유럽 같은 일상의 풍경이 낯설지가 않아서인지 여기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다. 칭다오는 과거 30년 정도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아 여전히 도시 곳곳에 독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거리에서 현대식의 고층건물과 더불어 유럽양식의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원도심 지역인 위샨(魚山) 부근은 예전에 독일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라서 마치 유럽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빨간 기와로 만든 지붕과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들이 바로 그 풍광을 조성한다. 소어산공원(小魚山公园)에 가서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면 더욱 유럽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인이 조성한 공원인 팔대관, 천주교당 등의 유럽양식의 랜드마크를 방문해 볼 수 있다.
 

소어산 공원에서 바라 본 위샨 부근 전경
중산로에 있는 천주교당.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현재는 웨딩 촬영의 성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중국이다. 소어산 공원에서 내려와 중산로(中山路)로 향하는 길에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것이 챠오시(超市)라고 하는 구멍가게, 동네 슈퍼다. 몇몇 슈퍼는 ‘조찬’이라고 크게 써 붙이고 아침밥을 판다. 가게 앞에는 중국의 흔한 아침상이 차려진다. 동네 주민들, 관광객들은 둘러앉아 요우티아오을 먹으며 또우장을 마신다. 요우티아오는 길다란 튀김이고, 또우장은 두유와 비슷하다. 좀 더 걷다가 용구로(龙口路) 끝자락에 들어서면 사거리가 나타나고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인다. 알고 보니 그 곳은 아침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아침시장이 골목골목에서 종종 열린다. 중국의 아침시장, 조시(早市)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다양한 냄새와 소리가 부딪친다. 오토바이 소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상인의 외침 소리, 흥정하는 행인의 말소리. 그리고 해산물에서 나는 시큰한 바다냄새에서 시작해, 야채 가득한 수레에서 나는 풀냄새, 그러다가 볶은 해바라기 씨의 구수한 냄새를 맡는다. 출출해지는 찰나에 또 다시 조찬을 파는 가게를 만나게 된다. 맛있게 튀겨지는 요우티아오를 보니 이번에는 차마 지나칠 수가 없다. 여기서 또우장 한 그릇, 요우티아오 하나 먹으면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지역주민들이 일상을 시작하는 곳, 중국의 아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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