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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Nov 13. 2016

중국인이 찾는 제주

중국 칭다오 이방인의 기록 02


올해 여름 제주에서 해변 쓰레기 줍기 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중국어가 적힌 쓰레기를 꽤 발견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다녀간 흔적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웠다. 제주도에 살면서 중국인 관광객, 중국에 대한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많이 느꼈다. ‘중국인 관광객은 시끄럽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세운 숙박시설, 음식점은 주변 경관을 해친다.’, ‘중국 거대 자본으로 제주도가 망가지고 있다.’ 나도 자연의 바다에서, 정보의 바다에서 이런 편견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속상했다. 하지만, 또한 현실은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고, 중국 자본을 통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막상 중국에 와서 살아보니, 중국인을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을 수 없다. 중국 칭다오는 중국에서도 제 2급 도시(북경, 상해 등이 제 1급 도시에 속함)이고, 중국인들이 인정하는 중국 내에서도 살 만한 곳이다. 과거 독일과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현재에도 한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등이 많이 살고 있다. 도시 경관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생활 시설은 편리하고, 사람들도 개방적이고 친절하다.


칭다오 시내 중심부. 도시 전체에 고층 빌딩이 많다. 지하철, 아파트 건설 공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길거리에는 침을 ‘캭, 퉤’ 하고 뱉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행자는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초록 불빛에도 제 갈 길을 간다. 공동 화장실엔 시각적, 후각적인 암담함이 존재한다. 이것이 중국 칭다오 일상의 일부다.


칭다오의 한 거리. 가로수가 울창한 게 칭다오 길가의 매력이지만, 길바닥은 행인들로 인해 오염되었다.


또한, 여행을 할 때, 우리는 기존 사회와 현실의 문제에서 잠시 떠나게 되어 여행지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우리가 더욱 도덕적이 되고, 주변을 생각하기란 쉽지가 않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방인인 상태에다가, 여행 일정으로 피곤해져 더욱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상태에 이른다. 이 때, 우리는 이성을 잃고, 나도 모르게 아이스크림 막대 하나를 땅바닥에 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에 살면서 느낀 바, 중국인들에게도 그들이 살아온 일상, 문화가 축적되어 있기에, 제주도에서의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을 그저 미개하고 몰상식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아무데나 침을 막 뱉는 게 좋고 이를 존중한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사회적 제도의 변화를 개인 한 명이 바라고 순식간에 이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현재 중국은 사회주의국가로서 국민의 투표가 아닌, 공산당원들이 시, 성 정부를 구성하고, 주석을 선택하며, 정책을 꾸려나간다. 또한, 거대 대륙국가, 12억 인구의 사회를 운영해나가는 건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제도를 하나 실시하거나, 기존 제도의 일부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에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더욱 더 많은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찾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행위와 제주도의 자연, 문화 환경과의 간극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살아 온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제주도라는 관광지에서는 어떻게 여행, 관광을 해야 할지 부드러운 제안을 해야 한다. 이들이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라면, 이들의 삶의 패턴, 사고방식을 알고, 또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을 협상해야 한다. 무작정 그들의 입맛에만 맞춰 줄 수는 없다. ‘그냥 중국에서 하는 듯이 여기(제주)서도 하시오.’ 한다면 여긴 중국이지 제주가 아닌 것이다. 제주의 색깔을 잃고 더 이상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지 않는다.


애월 한담산책로를 걸으며 바라 본 제주의 바다. 아름다운 모습의 프레임 바깥에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중국인 관광객들의 마음에 와닿도록 어떻게 제안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들에게 교육을 제공해 그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게끔 할 수도 있다. 중국어와 그림이 있는 픽토그램 식의 제안 덩어리가 담긴 영상, 그림 등을 비행기, 공항, 관광지에 설치해 중국인들과 소통하기를 노력해야 한다. 중국인들의 국민매체인 웨이신, 큐큐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의 이야기 내용, 즉 추구가치는 지키되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방식의 여행을 제안할 수 도 있다. 앞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기간 동안, 중국인들과 소통하고 중국인들의 사고방식, 문화를 느끼며 이 대안들을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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