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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Dec 12. 2016

간소화 사회, 중국

중국 칭다오 이방인의 기록 03

중국인들은 간소화, 중국어로 하면 지엔화(简化)를 추구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 사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중국어가 번체자가 아닌 간체자를 사용한다는 점도 그렇다. 중국인들은 성어를 즐겨 사용한다. 간결하게 네글자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함축해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중국에 와서 제일 놀라웠던 중국인들의 ‘지엔화’는 바로 즈뿌바오(支付宝)와 타오바오(淘宝)다.


중국인들은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외출 시 핸드폰 하나만 들고나가면 된다. 알리바바(마윈이 경영하는 중국의 IT회사)가 제공하는 즈뿌바오(支付 혹은 Alipay라고 한다.) 앱을 이용하여 결제한다. 중국 은행카드만 있으면 바로 자신의 은행계좌를 이 앱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상점, 음식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길거리의 노점상에서도 즈뿌바오가 통한다. 구매자가 상점의 큐알코드를 스캔하거나 상점원이 구매자의 큐알코드를 스캔해서 결제한다. 따라서 어디를 가든지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잔돈을 계산해서 거슬러 주는 시간도 축소되어 상점원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즈뿌바오(알리페이)의 로고.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핸드폰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사진출처 : 나무위키)


편리성 때문에 다들 즈뿌바오를 사용한다고 한다. 위험성보다는 편리성을 더욱 중시하는 듯하다. 주위의 중국인들은 즈뿌바오 내 개인 비밀번호는 본인만이 알고 있고, 원하면 비밀번호를 바꿀 수 있기에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2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사람이 워낙 많기에, 단시간 내에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을 추구한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이런 중국사회의 특징, 중국인의 성향을 간파했다. 따라서 즈뿌바오가 탄생한지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12억 인구의 대다수는 즈뿌바오를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중국에서 느낀 즈뿌바오의 영향력은 훨씬 크다. 중국에서는 즈뿌바오로 현물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음식점이나 노점상에서도 이 앱을 이용해 결제한다.     


노점상에서 즈뿌바오를 이용해 먹거리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 상단의 A4용지에 있는 QR코드가 노점상인의 즈뿌바오암호(支付宝号)다. 구매자는 이를 스캔해 간편하게 결제한다.


중국인들의 지엔화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가 타오바오(淘)다. 알리바바는 즈뿌바오와 더불어 타오바오로 중국인들의 생활을 장악하고 있다. 타오바오는 중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이다. 타오바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또한, 없는 게 없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도 타오바오로 구입이 가능하다. 한 중국인 친구는 토끼 한 마리를 이 온라인 쇼핑몰로 구입했다. 이 또한 집 앞까지 배송이 된다. 만약 배송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다시 한 마리를 발송해준다.       


타오바오의 물건은 매우 저렴하기에 유학생들도 중국에 도착하면 순식간에 타오바오의 열광적인 구매자가 된다. 심지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타오바오를 알고 있어, 유류비를 지불해서라도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11월 11일 광군제(光棍节 혹은 双一节)는 중국 최대의 쇼핑시즌이다. 타오바오의 상품들은 크게 할인을 한다. 그래서 11일이 되는 자정이 되기 직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타오바오에 접속해 구매를 준비한다. 작년 알리바바는 광군제에 912억위안(약 15조5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에는 하루에 1207억위안(약 20조7000억원)을 벌었다. 이 때문에 마윈은 중국인 여성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타오바오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드러내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다.          


타오바오 티몰 미샤 11월 11일 할인행사 광고. 이 날에는 반값할인은 기본이고, 연중 최저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사진출처 : 브릿지경제)


나의 중국인 친구들은 종종 타오바오로 물건을 구매한다. 11월 11일이 되기 전에 모두 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미리 준비했고, 11월 11일이 되는 순간 타오바오에 접속해 구매를 시작했다. 밖에 나가 쇼핑을 하는 것은 붐비는 도로를 지나 또 다시 붐비는 쇼핑몰에 들어가 쇼핑을 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타오바오를 통해 간편하게 핸드폰으로 상품을 보고 즈뿌바오로 결제할 수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물건이 배송비가 없고, 훨씬 싸다. 이로 인해, 실제로 중국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현재 타오바오의 위력은 아주 강력하다.     


간소화, 편리성을 추구하는 중국, 이것이 내가 느끼고 있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어를 배우로 있는 상태에서는 열 글자보다는 네 글자, 혹은 더 적은 글자 수로 내 생각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이 거대 인구를 하나의 상품, 서비스에 어떻게 매료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중국사회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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