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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Jul 18. 2017

칭다오 책방

중국 칭다오 이방인의 기록 04



칭다오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니. 옛 도심지역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마주친 ‘書(책)’이라는 글자에 설레어 책방 문을 열었다. 그 설렘은 구체적인 공간이 되어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칭다오를 떠나기 전,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책방을 다시 찾았다. 오랜만이었지만 책방은 그대로였다. 책방 주인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손님도 알아채지 못하게 책 더미에 둘러싸여 책을 읽고 있었다. 또다시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점차 우리의 시간은 책, 중국 사상, 예술, 삶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풍성해졌다. 종아리는 아파할 때를 잊었다.

     

책방 주인은 7년 전까지 상하이에서 인쇄 관련 일을 쭉 하다가 미술과 책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대한 애정이 커져 결국 아내와 딸과 칭다오로 이주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칭다오 옛 도심 지역에 책방을 열었다. 책이 좋아 자신의 시간을 책 읽는 데에 최대한 쓰고 싶어서 모든 소셜 네트워크와도 차단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물론 중국인의 흔한 소통 수단인 위챗도 없다. 책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읽고 또 읽으며 지낸다. 때로는 책 디자인을 일부 하기도 한다.

     

그가 하는 말들에, 그의 책방에 그토록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방은 찾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대나무 숲에 감춰져 있어 여기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지 책방인지 알아채기가 어려울 정도다. “올 사람이라면 오는 곳”이라고 책방 주인은 말한다. 굳이 여러 장식을 더해 눈길을 끌 필요가 없다. 책방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두 나무 기둥에는 중국 전통의 대련(对联)이 새겨져 있었다. 새겨 넣은 글귀 또한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하는 단순하게 사는 것은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이다. 그의 삶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말하는 간소한 삶의 모습과도 겹쳐졌다. 소로우는 자기의 본성, 야성, 즉 내면의 목소리에 따른 삶이 진실한 삶임을 강조했다. 사회가 만들어낸 선과 악을 규정하는 규범, 잣대를 의식하여 자신을 바꾸는 삶은 곧 불행이다. 그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도시를 떠나 월든 호수에 가서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았다. 노동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신의 생존을 연명할 수 있는 정도로만 벌고 최대한의 시간을 그의 본성에 집중했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이 감탄할만한 집을 짓고 꾸미는 대신, 침대, 책상, 의자만을 준비했다.


책방 주인의 본성은 책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책이 좋아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넣어두고 읽을 수 있는 책방을 열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는 데 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생각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의 책방은 그 자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것이 이토록 나를 끌어당겼던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와 같은 문장들로 2년 간의 월든 생활 이야기를 맺었다. 칭다오에서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는 사람을 만났다. 내 안의 둥둥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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