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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에몽 May 09. 2021

6가지 성교육 이야기 (1) 수업 전

유라쌤네 교실

학부모님께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학교에서 꼭 해줬으면 하는 교육 1위.

시작할 때는 쑥스러워 하지만, 학년이 끝나고 나면 가장 좋았던 교육 1위인, 성교육.


학창 시절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 없었던 나는 

크면서 가장 필요했던 교육은 '성교육'이었음을 뼈저리게 느꼈고, 

'내게 필요했던 어른' '내게 필요했던 교육'을 교실의 모토로 삼고 있기에,

매년 긴 시간을 들여 다시는 없을 성교육을 진행한다.


2021년에는 6차시를 이틀간 연달아 진행하였고, 

본래 성교육은 조금 더 아이들과 깊은 유대관계가 만들어지면

창의적 체험활동 - 차별, 고정관념, 혐오 라는 과목의 일부로 진행하였으나

올해는 학급 내에 연애사가 많이 발생하게 되면서 조금 빠르게 진행하였다. 

2021년 학급살이를 중심으로 그동안 해 왔던교실 속 성교육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우리 반의 성교육은 6가지의 키워드로 진행된다. 

고학년 기준) 아래는 앞으로 쓸 내용의 차례가 된다. 

(1) 성행위, 나체. 왜 19세 미만 관람 불가일까요?
(2) 몸과 건강 : 성기의 역할, 성관계와 임신
(3) 사춘기와 2차 성징 : 오해와 진실, 이해와 배려
(4) 야동과 성범죄, 진짜 문제는?
(5) 동의 구하기와 동의하기
(6) 바른 연애 길잡 : 어른들 잔소리의 비밀


저학년의 경우에는 몸과 건강, 동의 구하기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진행하며

(1) 몸과 건강 : 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요?

(2) 성기의 역할 :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3) 사춘기와 2차 성징 : 내 몸은 이렇게 바뀔 거예요.

(4) 야동과 아동 성범죄 : 이렇게 조심해요, 이렇게 자라나요.

(5) 동의 구하기와 동의하기 1 : 어떨 때 속상했나요?

(6) 동의 구하기와 동의하기 2 : 동의 연습을 해 봐요. 

이런 순서로 진행되며 많은 그림책을 함께 활용한다. 

일단 고학년의 성교육을 중심으로 먼저 나눈 후, 

성교육에 활용하면 좋은 그림책을 중심으로 저학년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성교육 수업 준비 

(1) 익명으로 질의 응답할 수 있는 공간 마련하기

제일 중요한 것은 성교육 전부터 성교육 기간 내내 열어두는 익명의 게시판. 

올해는 온라인 수업으로 패들렛을 익명 게시판으로 활용 중이라

한 코너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성교육 관련 질문이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육.마.소 자유 광장에 선생님이 남긴 공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댓글로 아이들이 질문을 남겼고,

그 질문은 수업에 녹여서 대답해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질문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와서 성교육 도중에 질문을 많이 했지만, 

성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 등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익명을 활용해 질문했다. 


육.마.소 자유 광장 외에 고민 광장도 운영 중인데 (주로 친구 관계, 연애 문제 상담이 올라온다) 

성교육 수업 도중 '성교육이 재미있거나 묻는 걸 좋아하면 변태야?'와 같은 질문이 올라왔고,

아이들이 거기에 대답으로 '자연스러운 것' '교육은 재밌는 것' '과학이야!'와 같이 대답해줘서

담임 교사로 뿌듯함을 넘어 행복했던 순간도 느꼈다. 



패들렛 외에도 오픈 채팅방을 활용할 수도 있고, 

아날로그적으로 질문을 써서 제출하게 할 수도 있다.

대신 이때는 질문을 써서 제출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평소 활용하는 질문함을 활용하거나, 질문을 쓰는 시간을 함께 주고 쓸 질문이 없다면 하고 싶은 말이라도 쓰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익명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선생님은 미리 수업의 플랜을 짜고 용어를 습득한다

성교육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건 어쩌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일지도 모른다.

성에 관해 터부시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더더욱 힘들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지식이 지금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약간의 공부는 필요하다.


나의 경우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성기와 관련된 정확한 용어를 찾아보고,

수업의 흐름을 대충 적어보며 꼭 해야 할 말을 놓치지 않게 써놓는 편이다.

선생님이 당황하거나 부끄러워 하면 아이들은 은연 중에 그렇게 학습한다.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도 말하는 편이다.


"선생님은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 부끄러워요. 하지만 정작 성장하는 과정에서 또 어른이 되고나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성교육이었어요. 왜냐하면 성은 자신의 몸, 건강과 관련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꼭 해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선생님 같은 어른이 많아서 어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다시는 못 받을지도 몰라요. 혹은 묻고 싶어도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정말 궁금했던 것을 다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도 최대한 여러분이 궁금한 것이 없도록, 나의 몸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선생님의 솔직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아이들도 진지한 눈빛으로 성교육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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