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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essay Oct 18. 2022

Promotion_ 기대하지 않았던 승진

2021년 4월 15일. 


코로나로 자택 근무한 지 만 14개월째, 당연히 세수와 머리만 감은채 9시 화상회의에 맞춰 자리에 일찍 앉았다. 십여 명이 같이하고 있는 태국 방콕 프로젝트는 그날은 프로젝트 총괄인 파트너 M이 휴가 중이라 프로젝트 captain인  어소시에이트 파트너 D가 주관하는 업무분장을 통해 각자 해야 할 업무를 받아서 한 시간 혹은 점심 전 짧은 전화를 통해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며칠간 허리가 아파 병가를 냈던 터라, 발전된 디자인 방향을 빨리 Catch-up 하기 위해 컨설팅 및 클라이언트에게 발표한 자료들을 보며 변경된 사안들을 리스트업 하였다.  


11시 20분쯤, 걸려온 전화는 짧은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당연히 전화 올 리 없고, 와서도 안 되는 Studio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당연히 태국 프로젝트는 Stable 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나의 업무평가도 나쁘지 않은 터라 전화 올 이유가 없었다. (몇 년 전 있었던 Redondonce 해고 사태의 경우는 특이한 경우이며 몇 주간의 차가운 공기는 잊을 수 없으며  해당자들은 충분히 자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딸깍" 전화를 받는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입사 후 처음으로 이야기해보는 스튜디오 대표와의 5분간의 통화는 살짝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 주어서 고맙고, 올해 승진하게 되어 축하한다. 많은 파트너와 책임자들이 너와 같이 일하기를 원하고 오랜 시간 동안 Studio를 위해 일하고 다양한 역할들을 우수하게 성취하였음을 5년간의 업무 결과로 알 수 있었다. Associate(어소시에이트)으로 올해 더 큰 역할을 나에게 기대한다. 공식 공고는 5월에 올라올 것이다. 그사이 HR에서 바뀐 연봉과 직책 변경 계약에 대해 연락이 갈 것이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 직접 얼굴 보며 다시 이야기하자"라는 5분간의 짧다면 짧은 통화는, 몇 년간 조용히 드러내지 못한 채 일한 나의 과거가 뒤돌아 보였다.   



이후 아내와 거실서 방방 뛰며 즐거워했으며, 너무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승진 발표 기간임을 잊고 있었던 나를 보았다. 그리고 몇몇 친한 동료들로부터 "너는 전화받았어?"라는 메시지를 받으며 누가 승진이 되었고 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휴가 중인 나의 Line Manager인 파트너 M에게 먼저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낼 땐 참 키패드 하나하나를 마음을 담아 눌렀었다. 커뮤니케이션도 부족하고 매번 눈치껏 이해하는 내가 많이 답답했을 텐데 좋은 기회를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참 몇 년간 나를 업무 내외적으로 힘들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초 후 온 답장 "You are well deserved"란 한마디가 참 나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며칠이 지난 후 HR에서는 변경된 Associate 계약서와 연봉금액 그리고 부가 Benefit에 대한 이메일들이 오게 되었다. 타이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계약서는 조금 더 두꺼웠으며 금액은 매달 들어오는 돈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앞자리도 바뀌고 다음 달부터는 이것저것 아들에게 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며 아내와 누워 이야기를 했다. 



5월 13일 아침, 회사 내 인트라넷에 Promotion이라는 창이 뜨며 2021년 승진자 리스트가 포스트 되었으며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딱 30여 분간의 들뜬 시간을 지났다. 물론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는 승진 날이라고 봐주는 것 없었다. 여전히 많았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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