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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un 07. 2020

온라인 강연, 동네에서도 시작합니다

주민자치회 활동하며 느낀점들

"자, 영상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스타트!" 지역주민 30여 명이 들어와 있는 카톡방의 라이브톡이 막 시작되었다. 진행을 맡은 나는 지난밤 서너 번 되뇌어 온 멘트를 혹여 잊어버릴까 긴장 속에 어설프게 속사포처럼 뱉어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이마을 아카데미 시즌 5가 돌아왔습니다.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인만큼 이번에는 온라인 강연으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요. 저희도 온라인 강연은 처음이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영상이 끊기더라도 곧 재시작하니 이 점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라고요..." 코로나로 오랫동안 지연되었던 주민자치회 활동 중 사이마을 아카데미라는 지역주민 대상 강연을 온라인으로나마 다시 재개한 것이다.


카톡 라이브톡이 방송도 아니고, 유튜브도 아니지만, 특정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여 실시간으로 어떤 대상들에게 내보낸다는 측면에서는 방송과 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청하는 대상이 카톡방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로 제한된다는 점이 다를 뿐. 하지만, 그들이 같은 동네의 주민이고, 아는 지인들이라는 점에서 더 친근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물론 나는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공감 가는 친근한 멘트를 날리기는커녕 말이 꼬여 얼버무리기 바빴고, 필히 전달할 사항들을 빼먹는 바람에 주변에서 알려 줘 다시 돌아와 진행하려니 두서없고 그랬지만 말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일을 해본 경험으로 마을 일도 재미있을 것 같은 어렴풋한 추측을 하며 동네의 주민자치회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자치회란, 각 동에서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정된 약 50명의 지역주민들이 관심사별로 분과를 구성하고 자기 동네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이나 사업들을 생활의제로 발굴, 선정하여 예산을 받아 실행하는 주민자치 조직이다. 이는 2017년부터 주민이 정책과 예산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갖도록 동(洞) 단위 생활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동네 주민자치회는 2019년에  야심차게 발족되어 사이조아숲이좋아 분과, 꽁냥꽁냥 분과, 풍류 분과, 생활환경 분과 등의 분과에서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40명 남짓의 주민들이 동네를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활동의 좋은 점은 혼자라면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주민자치회 활동 덕분에 시도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강연을 위한 라이브톡 방송이 그렇고, 마을 길거리 버스킹 기획 운영이 그렇다. 마을 벽과 계단에 그림 그리는 일, 마을 축제와 총회 등 행사도 치러본다. 같은 목적을 지닌 동네분들과 마음을 맞추면 상상에 불과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간다. 조직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고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 경험이 나의 역량도 강화시키고, 동네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일석이조가 분명하다.


작년 활동 중에는 마을 뒷산에서 진행된 "도토리랑 놀자"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단위로 참가한 주민들은 산을 올라오며 주워온 나뭇가지로 새총도 만들어 보고, 도토리로 팽이도 만들어 돌렸으며, 다람쥐들 겨울 잘 나라고 도토리들을 산에 묻어준 다음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데크에서 도토리묵무침까지 오순도순 만들어 먹었다. 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가을날, 동네 뒷산에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오붓하게 즐기던 시간들이었다.


우리 분과는 얼마 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재테크 강연을 시작으로 그림으로 만나는 인문학, 수험생 도시락 싸기 등의 사이마을 아카데미 강연 6회가 예정되어 있다.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꽃차와 꽃청 만들기, 매듭공예 등 감성 콕콕 프로그램도 연중 5회로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마을의 아이들을 동네에서 놀게 하자는 취지로 마을 놀이터 프로그램과 마을 청소년들의 봉사를 지원하는 봉사지원 프로그램도 새로이 도전하고자 하나 예기치 않은 코로나 여파로 모든 활동이 축소되거나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람들 모인 곳에 으레 감정 상하는 일은 있기 마련이라, 주민자치회도 다양한 연령과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소소한 언쟁과 갈등이 없을 수 없지만 서로를 자꾸 겪으며 상호 이해하려 고심하다 보면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일을 종종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가진 이웃들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각자의 강점을 모아 마을 일을 도모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은 주민자치회 활동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동네일에 관심이 있고, 이웃들과 즐겁게 살고자 하는 분들께 주민자치회 활동을 고려해 보시기를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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