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 #7

Space Caviar

by 도시기록

도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우리는 건물, 도로, 녹지, 광장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로 도시를 먼저 이해한다. 그리고 비어 있던 공간이 채워지고, 낡은 골목이 정비되는 모습을 보며 도시가 바뀌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실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자본과 산업의 영향이 더 클지도 모른다. 관광과 같은 산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업적 기능이 강화되고, 거주의 비중은 줄어들며, 임대료는 상승하고,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나의 산업으로 도시의 공간과 사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한 것이다.

도시는 단지 물리적 구조물의 집합이 아닌, 자본과 정책, 플랫폼과 데이터, 이해관계와 권력이 교차하며 작동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자본은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플랫폼 기업은 도시의 빈방과 빈시간을 데이터로 전환한다. 관광 산업은 지역의 정체성을 상품화하고, 정책은 이 흐름을 조정하거나 때로는 가속한다. 어쩌면 도시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힘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도시를 움직이는 동력이 어디에 있고, 어떤 힘에 의해 작동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Space Caviar의 이야기에서 찾아보려 한다.


Space Caviar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도시들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다. 부동산은 점차 금융 자산이 되었고, 도시의 정체성은 관광상품화 되었으며, 디지털 플랫폼은 공간을 데이터화했다. 건물과 거리의 집합인 줄 알았던 도시가 사실은 자본과 정보가 교차하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 안에서 출발한 Space Caviar는 형태와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전통적인 건축사무소와 달리, 도시를 움직이는 경제적·정치적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설계 도면 대신 데이터 지도와 다이어그램, 전시 설치와 출판이 주요 도구가 되었다. 그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 베니스비엔날레와 에어비앤비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베니스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도시 경제의 상당 부분이 관광 산업에 의존한다. 그러나 동시에 거주인구와 주거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방문객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비엔날레에서 Space Caviar는 도시를 움직이는 경제적·정치적 인프라를 전시의 대상으로 삼았다. 관광 수익 구조, 부동산 소유의 변화, 인구 이동, 공공 정책의 방향 등 도시를 재편하는 요소들을 다이어그램과 설치 작업으로 풀어냈다.

이 작업은 국제 건축 담론 안에서 '도시의 경제 구조'를 건축의 주요 주제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건축이 더 이상 물리적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시스템을 다루는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 비판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남는 방을 공유하고, 여행자와 호스트가 직접 연결되며, 기존 호텔 산업을 대체하는 혁신적 모델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플랫폼은 개인 간의 소규모 공유를 넘어, 전문 호스트와 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Space Caviar는 이러한 플랫폼 기반 경제가 도시 공간과 주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들은 공유경제 담론 이후 등장한 단기 임대와 투자형 주거 모델이 도시의 사용 방식과 자산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주목했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도시를 데이터화하고, 공간을 자산화하며, 일상의 장소를 네트워크 안으로 편입시키는 구조적 흐름을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일부 지역은 관광과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장기 거주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며, 임대료와 토지 가치에는 새로운 압력이 형성된다. Space Caviar의 작업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정책이 교차하는 구조적 문제로 읽어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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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출성(Non-Extractive Architecture)

Space Caviar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비추출성’이다. 이들은 도시가 어떤 자원을 소비하며 유지되는지에 주목한다. 토지와 노동, 에너지와 데이터, 나아가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까지, 도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출’하며 성장해 왔다고 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개발의 속도나 성과가 아니다. 그보다 그 성장이 무엇을 대가로 가능한지, 그리고 그 대가는 누구에게 전가되는가를 묻는다. 관광 산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지만 동시에 생활 기반을 재편하고, 플랫폼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지만 주거를 자산으로 전환한다. 비추출성은 도시가 기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가시화하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이 문제의식은 예술의 오랜 관점인 ‘제도비판’과 닮아 있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제도비판은 예술이 자본과 제도라는 조건 위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작품이 놓인 구조를 함께 분석하려 했다. 사회를 외부에서 비판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시스템 안에서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태도였다.

도시를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기에 앞서, 도시가 무엇 위에 서 있는지를 묻는 것이 Space Caviar의 작업을 관통하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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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는 대개 사전조사로 시작한다. 인구 구조를 분석하고, 공실률을 조사하며, 상권 데이터를 들여다본다. 때론 주민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온라인상의 데이터를 살피기도 한다. 실무자들은 이를 ‘기초 조사’라고 부른다.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본다면, 우리가 수행하는 이 ‘기초 조사’는 경제와 정책, 생활 방식이 교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단순한 현황 파악이 아니라 이 정보를 통해 그 지역 사회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어디가 낙후되었는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어떤 힘이 이곳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Space Caviar의 방식은 흥미롭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책과 경제 구조를 분석하지만, 그 결과를 보고서나 정책 제안서로 정리하는 대신, 다이어그램과 지도, 설치 작업, 출판물로 번역한다. 자본과 공간의 관계를 여러 층위의 시각적 구조로 드러낸 것이다.




Space Caviar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 전시와 연구가 실제 제도나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하지만 그런 즉각적인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전시와 연구, 담론의 영역에서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재구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 문제를 금융화와 데이터 경제, 자원 추출 구조와 연결해 읽어내는 이 방식이, 당장의 인구 감소를 멈추게 하지는 못하지만, 도시를 설명하는 언어를 바꾸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의 현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실행과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토지 소유 구조, 임대료의 흐름, 플랫폼의 영향과 같은 구조적 질문은 사업의 배경이나 여건으로 설명될 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구체적인 반면, ‘왜 이런 조건이 형성되었는가’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

어쩌면 Space Caviar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도시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공간을 고치는 일인가, 아니면 그 도시를 움직이는 힘을 이해하는 것인가.

예술의 역할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구조를 가시화하고, 보이지 않는 힘을 드러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도시의 모습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사유가 정책과 현장, 실행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도록 연결 고리가 되어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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