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사생활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02

by 이루나

햇볕 잘 드는 풀 숲 근처,

조용히 사는 토끼는

주말 아침에도 부지런히 일어났다.


콧노래를 부르며 작은 당근 텃밭에 물을 주고,

민트 차를 마시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토끼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수다쟁이 까치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까치는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토끼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토끼야, 뭐 마셔? 무슨 찻잎이야?

당근 키워? 당근 맛있어?"


토끼는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어? 어어.."


까치가 쉴 새 없이 이어 말했다.

"토끼야, 나 어제 너 봤어, 동쪽 숲 속에 갔었지?

왜 간 거야? 누구 만났어?"


토끼는 작은 목소리로 잔뜩 움츠린 채 답했다.

"어? 어어.. 혼자 갔어.."


사실, 토끼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토끼는 매주 토요일마다 동쪽 숲 속을 간다.


숲 속 우편배달부 일을 하는 토끼는

얼마 전, 동쪽 숲 속에 구하기 어려운 허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같이 바쁘게 숲 속을 달리며 배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쪽 숲 속은,

토끼에겐 고요한 안식처 같은 느낌이었다.


토끼는 민트 잎을 찾아 나서며,

민트 종류부터 서식지 등을 노트에 기록했다.


아무도 모르게 애플민트와 페퍼민트 향을 맡으며 보내는 그 시간이 토끼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까치가

나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까치가 지나가던 고양이에게도 말했다.

"고양이야, 토끼가 동쪽 숲 속에 혼자 갔다 왔데."


토끼에겐 그냥 조용한 자신만의 공간이었는데,

까치가 말하자마자, 비밀이 들킨 것 같았다.


까치는 여전히 고양이에게 토끼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토끼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 바람소리에 집중했다.

'그래, 신경 쓰지 말자.

내 마음만 조용하면 돼.'


토끼는 노트를 살펴보며, 다시 찻잔에 코를 댔다.

까치는 어느새 날아갔는지 안보였다.

나타날 때처럼.





아마도 MBTI에서 'I(내향적 성향)'일 것 같은 토끼는

누군가의 지나친 관심에

에너지가 훌쩍 빠져버린다.


우리는 이런 예를 주위에서 자주 접한다.


어떤 사람은 타인의 사진을,

제3자에게 보여주며 웃음거리로 만든다.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이의 사생활을 캐묻는다.

특히, 명절에 심해진다.


어떤 이는 "그건 그냥,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라며

공감 없이 툭 던지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지나친 관심과 쓸데없는 참견,

오지랖은 상대방에게 부담감이나 불편함을 준다.


사생활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으로,

다른이가 동의없이 함부로 침범하거나 간섭하면 안된다.


간혹, 우리는 '관심'보다 '존중'이 더 큰 배려라는 것을 잊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말보다
'거리'가 필요하다.


말보다는 고요함으로 세상을 읽는 사람들도 있다.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풀어내는 것이다.


침묵도 무례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신만의 안식처가 있고,

힐링 타임이 있다.


누군가의 이 조용한 시간을,

당신의 말로 깨뜨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