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못하는 두더지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03

by 이루나

아침부터 두더지는 같은 자리를 몇 바퀴째 돌고 있었다.

결정을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날이었다.


어느 쪽 땅을 파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두더지는 땅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떤 쪽을 파는 게 맞을까?'

'괜히 파기 시작했다가, 올빼미에게 들키는 건 아닐까?'

'혹시 잘 못 선택해서, 터널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더 좋은 땅이 다른 데 있는 건 아닐까?'

'뭐가 맞는 건지, 어떤 것도 확신이 안 서.'


결국, 땅만 보며 제자리를 빙빙 맴돌던 두더지가 지나가던 개미에게 물었다.

"어떤 선택이 맞는 걸까?"


먹을거리를 나르던 개미는 말했다.

"그 질문은 옳지 않아."


두더지는 반색하며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야? 난 내 앞길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어."


개미는 먹이를 집 앞까지 옮겨두고서야 말했다.

"애초에, 그건 답이 없는 문제야.

그러니깐 '맞다', '아니다'를 알 수 없어."


두더지는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어느 쪽으로 파고 있는지 자신도 잘 몰랐지만,

이번엔 터널의 모양을 두더지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두더지는 지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신이난 두더지는 개미에게 말을 건넸다.

"개미야, 이거봐 지렁이야!"


개미는 다른 먹이를 나르며 말했다.

"거봐, 너도 할 수 있어."


그날 이후, 두더지는 매일 조금씩 자신만의 터널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런 우리에게, 개미가 전하는 말과 행동은 다르게 들린다.


우리는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A와 B를 두고 '어떤 선택이 맞을까?'란 질문을 수없이 하며, 고민의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다른 길로 가면 삶이 좀 더 나아질까?'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지?'


마치 두더지처럼,

잘못된 결정으로 모든 걸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선택지를 찾아,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망설인다.

완벽한 확신을 얻기 위해, 시작도 못한 채 주저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사실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답을 찾기 전에, 질문을 바꿔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는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즉, 우리는 지금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 차를 살까, 말까' 고민하거나,

'지금 요리를 해 먹을까, 배달을 시킬까'같은 질문은 무엇을 선택해도 정답은 없다.


이는 '레시피를 보고 요리하기',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방법'처럼,

명확한 인과관계로 도출할 수 있는 '정답이 있는 문제'와는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애초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답을 구하려 애쓰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이렇게 다시 물어볼 수 있겠다.

"내가 선택한 방향은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을 얻는 걸까?"
"이 선택이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들까?"
"내 시간을 쓰고 싶을 정도로,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뭘까?"


답이 없는 문제는

정답을 찾기보다,

결정한 방향을 믿고 걸어가 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냥 한 번 파보는 행동.

그저 걸어 나아가는 행동을 하는 것.

그 속에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순간순간,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정 후에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그 방향에 최선을 다할 거야."
"이 결정을 한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인생에서 선택한 방향이 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탄탄대로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는다.


개미처럼 묵묵히 가기로 한 방향대로 나아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러니, 고민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지 말자.


이 이야기는,

결정을 못하고 방황하는 순간을 마주친 두더지의 시선을 빌려,

개미를 통해 선택에 대한 작은 힌트를 전하고자 한다.


어느 쪽 길을 선택하든,
노력은 늘 정답보다 가까이에 있다.





결정 못하는 두더지




*이 글의 우화 일부 내용은 <당신의 장바구니엔 무엇이 있나요?> 브런치북 <아이템 08. 정답이 없는 인생의 질문법> 본문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질문법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