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m 08.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면,
동전을 던지라.
일단 동전이 돌기 시작하면,
내가 지금 어느 쪽의 결과를 바라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러셀 로버츠
답이 없는 문제
땅만 보며 제자리를 빙빙 맴돌던 두더지가 지나가던 개미에게 물었다.
"어떤 선택이 맞는 걸까?"
먹을거리를 나르던 개미는 말했다.
"그 질문은 옳지 않아."
두더지는 반색하며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야? 난 내 앞길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어."
개미는 먹이를 집 앞까지 옮겨두고서야 말했다.
"애초에, 그건 답이 없는 문제야.
그러니깐 '맞다', '아니다'를 알 수 없어."
두더지는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우리는 종종 '정답'을 찾으려 한다. 아니면 무속, 사주, 타로 등에 의지해 '정답의 확률'을 높이고자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대다수이다.
저자는 답이 있는 문제는 목표가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고, 답이 없는 문제는 그 목표가 주관적이고 측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일상 예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답이 있는 문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방법
라면 끓이기
과학
답이 없는 문제
부산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기
브런치북 집필하기
커리어 선택하기
최근엔 인공지능 AI를 통해 답이 없는 문제마저도 정답을 만들어낸다. AI는 이력서와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적합한 방향을 제안해 주는 방식으로 정답인 것 마냥 소비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답을 알고 싶어 한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자 하는 인지심리학의 확증편향*(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원래 가진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사고방식)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불안을 최소한의 값으로 만들고, 내 신념과 정보가 맞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는 것은 아닐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굳이 저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답을 알 수 없는 인생의 문제는, 정답을 미리 알고 달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다시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인생에서 많이 하는 다음의 질문들은 답이 정해져 있을지, 생각해 보자.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가. 다른 일을 해볼 것인가.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어떤 사람과 살 것인가. 자녀는 낳을 것인가.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떤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것인가, 집에서 직접 요리할 것인가. 넷플릭스에선 무엇을 볼 것인가.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문제 1. 오늘 구내식당의 식단은 무엇인가?
답: 제육볶음이다.
이 질문은 '제육볶음'이라는 이미 답이 있는 문제이다. 답을 맞혔으면 '맞는' 답이다. 맞추지 못했다면 '틀린' 답이다.
문제 2. 오늘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을 것인가? 외부에서 먹을 것인가?
문제 3. 제육볶음을 먹을 것인가? 돈가스를 먹을 것인가?
문제 2와 3처럼 이 질문들은 답이 없는 문제이다. 어느 한쪽으로 답을 썼다고 해서, 맞은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선택 자체에 너무 많은 시간을 기울이기보다, 선택한 과정을 즐기자.
선택 앞에 두려운 이들을 위한 조언
노벨상 수상자인 작가는 인간은 끊임없이 이성적인 판단과 측정을 하며, 불확실성을 제거할 계산법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이 오면,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치밀하게 계산해도 버그는 생긴다는 것이다.
과거 tvN 방송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했던, 화이트해커 박찬암 대표도 보안기술 또한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에 100% 보안이 없고,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디에나 버그는 존재한다. 다만, 버그 확률을 줄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IT스타트업에서 앱 서비스 기획팀장을 맡았던 나는 체계적인 계획과 조율한 일정 속에 프로젝트를 이끌어 갔지만,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속에는, 수많은 변동과 예측 불가한 이슈들이 발생되고야 만다. 그래서 팀원들은 그 버그들을 줄이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일한다.
만약, 기업에, 회의를 주야장천 하면서도 결정 내리지 못하는 관리자급이 있거나, 대표가 회사가 가야 할 비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서로가 우왕좌왕하며 제자리에서 맴도는 시간만 늘어난다.
일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인생의 질문들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을 하게 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시야가 좁은 두더지처럼, 나도 땅만 보며 걷거나 같은 자리에서 맴돈 적이 많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었고, 미래가 완벽해질 수 있는 방향을 위한 결정을 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다. 내가 서있는 위치의 땅만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답을 알 수 없다.
인생은 4지 선다의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정 이전부터, 확률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다음은 선택 앞에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시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결정을 어렵게 하는 질문
"이 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맞을까?"
"어떤 것이 더 옳은 결정이지?"
"이 결정이 틀렸으면 어떻게 하지?"
"나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결정을 하고 싶어."
결정을 좀 더 쉽게 하는 질문
"이 선택은 나에게 어떤 득과 실이 있지?"
"나는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어울리는 선택은 무엇이지?"
"내가 선택한 이 방향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답이 없는 문제를 내어 불안함을 늘리기보다, 질문을 새로이 하여 주저함의 시간을 줄여보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정보가 없어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기 두려운 것은 아닐까.
선택하기도 전에 겁을 내거나, 옳은 답을 찾는다고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훗날, 아무 소용이 없다.
어차피 버그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 전에 불안해하기보다,
오히려,
선택 후의 내 태도를 더 두려워해야 한다.
도서 <어둠의 왼손>에서 삶이 가능한 이유는 참을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했다. 이 브런치북의 <아이템 07. 매일 복권에 당첨되는 즐거움>에서 미지의 세계를 남겨두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선택 전부터 불확실함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선택 후에 차츰차츰 노력해 나가는 것이 더 도움 될지도 모른다.
결정 이후의 내 태도 습관
'나는 내가 선택한 결과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내가 한 결정이니, 외부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말자.'
'내 선택이니 나를 믿고 즐겨보자.'
'이 선택은 내가 버린 다른 선택보다 어렵지만, 버그는 하나씩 줄여가면 돼.'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지리학자'는 '탐험가'가 가져온 정보만 보고 기록한다. 지리학자처럼 같은 자리에서 기록만 하기 보다, 탐험가처럼 행동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의 시간보다, 경험의 시간이 더 빠르게 확률을 높여 줄 수도 있다.
저자는 답이 없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미스터리는 무섭고,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갈림길에서 두렵다고 그 자리만 맴도는 것보다, 동전을 던져 한쪽 길로 일단 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확증편향 : 출처-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