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어깨동무하는 법

Item 06.

by 이루나

매 순간 내 감정의 온기를 자각하고,

친구처럼 서로를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김병수



내 마음 들여다보기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아요'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요?'


살면서 한 번쯤 물어봤을 질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내 감정을 정복하려 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보라고 조언한다. 솔직히 내 감정은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들여다보려 해도 잘 안 보이거나 또는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오늘날,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돈, 명예와 같은 외부의 대상에 집중하느라 내면을 바라보는데 종종 소홀하다. 특히, 치열한 경쟁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쫓기듯 하루의 시간에 내몰린다. 감정 표현을 할 새도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쪽에 익숙해져 있는 문화적 풍토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라는 청년들의 말이 더 자주 들리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보다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이전에 '내 마음은'에 초점을 맞춰 물어보아야 한다. 마음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감정을 점검해 보자. 긍정감정은 끊임없이 추구하는 반면, 부정감정은 못 본 척하는 것은 아닐지 말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힘든 일이 생기면 힘든 것이 당연하고, 계획한 것이 잘 안 되면 실망하는 것이 당연하다. 슬픈 일이 생기면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도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안 좋은 감정이 들었을 때, 너무 오랜 시간 감정이 나를 정복하게 두어서도 안되고, '남자는 살면서 3번만 울어야 한다'면서 감정이 찾아왔을 때, 감정을 모른척해서도 안된다.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외로움이 싫어, 도파민을 방패로 삼는 행동도 잠깐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내 마음을 알기 위해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 나에게 집중해 보는 연습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오늘 친구가 한 말 때문에 초라한 느낌을 받았어. 나는 왜 그런 느낌을 받았지?'
'내일 발표가 걱정돼서 잠이 안 오네. 이 불안은 완벽해야 한다는 내 마음 때문일까?'
'상점 직원의 말투에 괜히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 정말 그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지쳐 있던 걸까?
'애인의 연락이 늦었다고 화를 냈어. 그 사람이 정말 잘못한 걸까, 아니면 과거처럼 또 떠날지도 모를 사람에 대한 내 불안 때문일까?'
'지인과의 모임에서 말수가 줄어들었어. 혹시 내가 소외감을 느낀 걸까?'


이렇듯 감정을 피하지 않고, '이 감정은 왜 찾아왔을까?'라고 스스로에 묻는 것만으로 내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나는 이래야만 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둬놓는 것이다.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동료, 좋은 친구라는 명목하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지 돌아보아야 한다. 어쩌면 내 감정을 말하는 방법이 서툴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괜스레 화를 내는 것은 아닐까.


도서 <외롭지 않은 삶을 위한 유대인의 지혜>에서 명상을 할 때, 스스로를 심판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에, 내 감정까지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우울감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 감정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고 이상적인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내 감정을 정복하고, 나를 힘들게 구속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자.


자주 만나는 친구보다 내 감정과 더 친해지기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다. 작은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그러면서도 불안하고 불완전한 내 마음은 들키지 않으려 감췄다. 그래서 감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했다. 뛰어나진 않았지만 늘 그럴듯한 최종본을 만들어 내느라, 내 마음을 살피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겉보기엔 성실했고, 주위 시샘을 받을 만큼 일처리가 괜찮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 앞에서 막막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커리어, 돈, 직업, 연애 등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결과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쌓인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은 한꺼번에 나를 짓눌렀다. 반복되는 나약함과 좌절감에 지쳐 나는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시간이 한 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성과보다 마음의 편에 섰을 때 비로소 점점 편해졌다. 아직은 두렵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 감정이 조용히 응원해주고 있다. 꾸미지 않아도 스스럼없는 진정한 친구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감정은 자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친구와 같다. 기분이 나쁘다고 무시하거나, 두려움에 밀어내기만 하면 감정은 더 크게 소리치며 엇나갈지도 모른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는 순간, 우리는 감정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매일 보는 가족이나 회사 동료들, 가까운 친구보다, 내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며 안부를 전해야 한다.


"오늘 기대했는데, 실망했어"
"괜찮아, 또 하면 돼"
"슬픈 감정이 들었어."
"실컷 울어"
"쉬고 싶어"
"쉬어도 돼. 난 언제나 네 편이야"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기분이 나빠'라고 뭉뚱그리기보다, 정확한 언어로 감정을 불러내면, 감정이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는 고립된 느낌이야"
"내가 숏츠를 보는 건, 재미있어서일까? 아니면 외로워서일까?'
"인사를 했더니, 친절한 내가 된 것 같았어"


감정과 잘 지내는 법은 결국 '감정을 자주 불러내는 연습'에 있다. 그냥 무턱대고 찾아오는 무례한 친구 말고, '행복', '즐거움', '소심', '우울', '무기력'까지 다정하게 손 내미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서로가 의지하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내 감정에게 '왔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필요할 땐 토닥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친구처럼 지내야 하는 것이다.


가끔은 어색하고, 때론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마주하다 보면, 내 감정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어쩌다 연락하는 친구보다 자주 만나는 친구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처럼, 내 감정도 자주 들여다보다 보면, 나도 잘 모르겠는 내 마음을 잘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깨동무를 하는 친구처럼, 내 감정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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