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고양이의 연애일기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13

by 이루나

집사는 고양이에게 물었다.

"냥이야, 왜 매일 창가에 앉아 있어?"


고양이는 '야옹' 대신 창가에 앉아 가만히 밖을 쳐다봤다.




오늘도 창가에 앉았다.

'집사는 내가 따뜻한 햇빛에 졸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면 바깥의 새를 본다고 생각하려나?'


하지만 사실...


창가에 앉으면 그날이 생각난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

그녀는 당당하게 꼬리를 높이 세우고 사뿐사뿐 걸어왔다.

어쩐지 나를 오래 기다려온 듯 서슴없었다.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나는 첫눈에 반했었다.


햇빛이 스칠 때마다, 그녀의 삼색 털빛이 반짝였다.

순백의 하얀 몸통에 내려앉은 주황색은 가을빛 노을처럼 따뜻했고,

도도한 그녀의 매력이 돋보이는 검은 무늬는 단단하고 우아했다.


가까이서 본 크고 깊은 눈동자는 높은 가을하늘처럼 맑고 투명했다.

조금은 까칠한 듯했지만, 다가가면 살짝 나에게 기대어 오는 설렘이 있었다.

미묘한 공기는 점차 애틋함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오래된 낡은 옛 한옥집 지붕에서 자주 만났다.


서로의 머리와 얼굴을 맞대고,

부드럽게 빰을 비비며, 귀 끝을 핥아주곤 했다.


때로는 풀숲에서 신나게 뒹굴다가,

서로의 꼬리를 살짝 스치며 갸르릉거렸다.


떨어지는 작은 나뭇잎 하나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살금살금 몸을 낮춰 앞발을 척 내밀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얼마뒤부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없어진 뒤, 나는 매일 지붕을 찾아갔다.

그녀의 '야옹'소리가 들려올까 귀를 쫑긋 세웠지만

며칠 동안이나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길 모퉁이에서 밥을 챙겨주던 지금의 집사를 만나 집으로 왔다.

따뜻하고 편한 실내에선,

맛있는 츄르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폭포수처럼 내리는 비를 피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러운 먼지와 각종 벌레에 시달리지 않아서 털관리가 훨씬 잘됐다.

겨울엔 자동차 보닛 속 근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체온 유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집사에게 뺨을 비비고, 다리에 꾹꾹이를 한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방방 뛰며 장난감을 움켜쥐기도 한다.

앞발을 집사의 얼굴에 올리고 세상 편하게 잠을 자기도 한다.


창가에 앉으면,

그때 그녀와 함께 자주 시간을 보냈던 지붕이 저 멀리 보인다.

지금 이토록 행복한데,

창가에 있으면 지난 추억에 어쩐지 가을냄새가 난다.

지나간 옛 연인의 그리움일까, 예뻤던 시절의 나의 냄새일까.


내일은 집사가 고양이 카페를 가자고 한다.

길 위에서 만났던 그녀처럼,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괜히 두려웠지만 설레기도 했다.




고양이는 창가에서 내려와

집사의 품에 들어가서 안겼다.


집사의 품은 따뜻했지만,

아직도 창가 너머 지붕 위엔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첫눈에 반하는 설렘,

함께한 모든 순간의 즐거움,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이별과

또 다른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어른의 연애는 그렇게 성장한다.

뜨거웠던 사랑만 사랑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설렘과 그리움,

기분 좋은 편안함과 안정감,

두려움과 새로움.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것은 너 때문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경험 자체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