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강아지의 하루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14

by 이루나

[AM 7:00]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강아지는 부스스한 얼굴로

찢어져라 입을 쩌—억 벌리며 일어났다.


오늘도,

집사는 카메라부터 내 얼굴에 들이댔다.


처음엔 흠칫했지만,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


하품조차 귀엽게 내기 위해

한 번 더 하품을 하며,

날씬한 몸매를 길게 쭈—욱 기지개를 켰다.


"오호호호, 너무 귀여워어."

집사의 리액션이 만족한 것 같았다.


[AM 9:00]


원래 일어나면 밥을 먼저 챙겨줬었는데,

오늘은 밥시간이 늦어졌다.


집사가 협찬을 받았는지 세팅하느라 분주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영양제인데, 맛도 좋고,

이렇게 사료에 섞어서 주면 잘 먹어요."

상품명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고 또 촬영했다.


나는 집사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맑고 커다란 눈동자로 눈빛연기를 펼쳤다.

'좋아, 이 정도면 통과겠지?'


"앉아."

"기다려."

집사의 갑작스러운 불호령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움찔했지만, 겨우 참았다.

이런 내 모습도 좋은지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는 평소보다 꼬리를 더 세차게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리며 생각했다.

'집사야, 밥 다 불겠다.'


"먹어."

집사의 한 마디로 '큐, 액션!'이 시작되었다.


나는 흡입력 있게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집사는 내가 씹는 소리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밥그릇 바로 코앞까지 가져다 두었다.


성가셨지만 깨끗하게 바닥 끝까지 핥았다.

'휴, 영양제 냄새가 별로여서, 거의 삼키다시피 먹었네.'

[AM 11:00]


밥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놀고 싶었는데

집사가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내 모습을 편집하느라 정신없었다.


몇 번이나 찾아가도 반응이 없자,

이번엔, 발 밑에 좋아하는 인형을 두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코로 인형을 더 밀어 넣고, 짖기도 했다.

"놀자, 놀자"


"응, 잠깐만, 이것까지 오늘 꼭 업로드해야 돼서."

집사의 눈은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PM 1:00]


낮잠을 자고 있는데 집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드디어, 산책시간인가?'


집사가 뒤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다.


나는 누르는 '단어 버튼'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집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집사가 어느새 '촬영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세팅했다.


나는 앞발로 '단어 버튼'을 하나씩 눌렀다.

"집사야"

"산책"


집사는 분명히 들었으면서 다시 물었다.

"응? 뭐라고? 산책 가고 싶다고?"


나는 연신 버튼을 다시 눌렀다.

"집사야"

"산책"

"가자"


"산책 갈까? 산책? 목줄 가져와야 가지."

집사는 두 번씩 재차 말하며 산책 가자고 말했다.


목줄까지 물어오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긴 것을 확인한 집사는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준비했다.


[PM 3:00]


산책 시간.

풀숲에서 한참을 더 냄새 맡고 싶었다.


"오늘 날씨 좋으니깐 산책 브이로그로 찍자."

집사의 말에 조금 더 멀리 있는 공원까지 왔다.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간에 간식과 물 한 번 마시긴 했지만,

초반부터 신나게 뛰어놀았더니

꼬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혀를 내밀어 체온을 조절했다.

"헥헥—헥헥—"


집사는 아직도 더 찍을 것이 남았는지,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한 손으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좋아? 우리 강아지, 좋아?"


[PM 7:00]


저녁밥을 먹고,

좋아하는 인형을 물고 신나게 흔들었다.


그런데,

집사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갑자기 새 냄새가 나는 옷을 입혔다.

"이거 어때? 귀엽지? 호호호"


순간, 얼음 상태가 되어 굳었다.

걸음도 이상하게 걸어졌다.


이렇게 굳어버린 내 모습도

집사는 좋아라 한다.

카메라도 좋아라 한다.

"하하하, 호호호, 너무 귀엽다"


나는 그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가지고

집사랑 놀고 싶었다.


그래도,

집사가 기뻐하니 나도 좋았다.


[PM 9:00]


오늘은 왠지 모르게 유난히 하루가 길었다.


집사가 영상을 편집하며 키득거린다.


나는 조용히 하우스에 들어가

좋아하는 인형 옆에서 피곤한 잠을 청했다.

'오늘도 잘 웃고, 꼬리도 많이 흔들었어.'

'이만하면 잘한 거야.'


하우스 안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내 프라이빗한 시간까지 관찰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강아지는 편한 자세로 진짜 휴식을 취했다.



유튜브 속 귀여운 강아지들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반려견들이다.


좋아요와 조회수의 웃는 표정 뒤에는

과연 어떤 삶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앞에서, SNS 속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한 모습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타인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택하기도 한다.


'보여주기에 맞춘 하루'와 '진짜 내가 좋아하는 하루'

그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건,

유튜버 강아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